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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율

(산으로 가는 가상화폐 정책③)특금법에 중소 거래소는 발동동…"독점시장 형성시 소비자만 손해"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4곳 거래소 90%이상 독점

2021-03-29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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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가상화폐 시장이 열기를 띠면서 전세계를 중심으로 가상화폐를 제도권화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는 분위기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이달 25일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특금법)을 시행했다. 그런데 특금법이 시행됨과 동시에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중소형 거래소들에 대한 진입장벽을 불필요한 수준으로 높이고, 정작 필요한 투자자 보호방안 마련에는 소홀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5일 시행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에 따르면 거래소들도 기존 금융 거래와 마찬가지로 실명거래를 해야 한다. 현재 기준으로 국내 100여곳의 가상화폐 거래소 중 실명계좌를 발급받은 곳은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4개 거래소뿐이다. 업비트는 케이뱅크, 빗썸과 코인원은 농협, 코빗은 신한은행과 계약을 맺고 있다. 
 
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된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 고객상담센터. 사진/뉴시스
 
문제는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며 신규 실명계좌 발급을 꺼리고 있다는 점이다. 한 중소 거래소 관계자는 "ISMS 인증은 시간과 자금을 투여하면 해결될 수는 있다. 어려운 부분은 은행의 실명계좌 발급"이라며 "은행이 거래소 준비상황과 평판 등을 고려한다고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떠한 요건을 갖춰야 실명계좌 발급이 가능한지 기준을 제대로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금법이 시행된 현재, 유일하게 부산은행만 고팍스, 지닥, 후오비코리아, 플라이빗, 프로비트 등의 중소형 거래소와 실명계좌 발급을 논의 중이다. 이같은 상황에 반발한 일부 거래소들의 경우 특금법 시행 후 6개월 유예기간 동안 신규 계좌발급이 없을 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는 방안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이 가운데 미리 실명확인 계좌를 발급받은 4대 거래소의 이용자 쏠림현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가상자산 시장정보 플랫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현재 거래량 기준 4대 거래소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93%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가상자산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소수의 거래소들이 독점 운영하고 있는데 이같은 방식이 유지되면 장기적으로 고객들 입장에서도 혜택이 덜 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트코인이 연일 상승하며 7천만원대까지 돌파한 뒤 6천9백만원대에서 등락을 이어가고 있는 지난 15일 서울 업비트 라운지에서 직원이 가상화폐 시세를 살피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밖에 이번 특금법은 중소 거래소의 진입장벽만 높여두고 정작 실질적인 소비자 보호방안 마련에는 소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상화폐 일거래 금액이 16조원을 넘어서며 코스피 시장 규모를 웃도는 데도 아직까지 가상자산을 금융업과 동등한 하나의 산업으로 보지 않아 법제도가 미비하게 구축됐다는 얘기다. 가상자산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가 피해를 입을 경우 제반법이 없어 피해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면서 "시장은 변하고 있는데 법은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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