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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주아

(기자의눈)K-배터리 백일몽 그칠라…기술·안전성 확보 사활 걸어야

2021-03-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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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의 호시절도 이제 얼마 안 남은 것 같다." 업계 관계자의 자조 섞인 말에서 한국 이차전지의 미래에 대한 우려와 공포를 느꼈다.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이끌며 '제2의 반도체'로 주목받던 K-배터리가 때아닌 성장통을 겪고 있다. 기술력으로 무장한 중국 배터리 업체의 약진, 완성차 업체의 잇따른 내재화 선언, 화재 가능성에 따른 연쇄 자발적 시정 조치(리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소송전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전기차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배터리에 대한 관심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경향도 있지만 지금의 아픈 시간이 순간 지나는 바람에 불과할지 만성이 될지는 모를 일이다.
 
최근 사건 중 시장에 가장 큰 충격을 준 일은 폭스바겐의 '파워데이' 행사였다.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테슬라의 내재화 선언 이후 세계 최대 완성차 업체까지 나서서 배터리 자체 공급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향후 2~3년간은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공급을 넘어선다고 해도 완성차 업체들의 내재화 속도가 빨라질 경우 공급 과잉 문제가 대두될 수도 있다. 여기에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인 중국 CATL이 '셀투팩' 기술을 더한 제품과 저렴한 원가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 지배력을 더욱 키워나가고 있다. 폭스바겐이 채택한 '각형 단일 단전지(unified prismatic cell)'는 중국 업체들의 주력 제품이다. 파우치형이 주력인 LGES와 SK이노의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드는 것이다.
 
여기에 리콜 이슈는 K-배터리의 기술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키운다. 국내 코나EV와 미국 볼트 EV에 이어 유럽에서 LGES 배터리를 탑재한 조에와 폭스바겐 계열 전기차 리콜이 이어졌다. 유럽 리콜은 규모도 작고 해당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도 아니지만 국내 1위, 세계 2위 배터리사 제품에 화재 우려라는 꼬리표가 자꾸 따라붙는다. 작은 사고의 징후에 철저한 예방이 중요하듯 LGES가 선제적으로 리콜을 한 것은 적절했다. 대형사고 발생 전 수많은 경미한 사고 징후가 존재한다는 ‘하인리히 법칙’의 교훈처럼 사소한 것은 결코 사소하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SDI도 BMW와 포드에 탑재한 플러그드인 하이브리드(PHEV) 배터리 관련 화재 원인을 찾고 있다.
 
높은 불확실성에도 K-배터리 3사가 선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타사와 대비되는 차별화된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특히 안전한 배터리를 생산하는 것은 제품에 대한 신뢰성을 제고하는 가장 중요한 과제다. 전기차 화재 원인 규명만큼 복잡하고 까다로운 것은 없다지만 3사 중 가장 어려운 일을 해내는 업체가 경쟁에서 앞서는 것은 당연지사다. 뛰어난 품질과 안전한 제품으로 고객을 사로잡는 것에 K-배터리 3사가 사활을 걸어야 할 때다. 
 
백주아 산업1부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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