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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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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을 탁 치다.
(기자의눈)금감원장 바뀐다고 달라질까

2021-03-15 09:00

조회수 : 3,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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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미래가 암울하다" 
 
금융감독원에서 들리는 얘기다. 금융회사의 불건전 행위와 시장 리스크에 집중해야 하는 감독기구가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최근 금감원 노조는 윤석헌 금감원장의 퇴임을 요구했다. 채용비리 연루 직원을 승진시켰다는 게 주요 이유다. 감독 방향도 비판했다. 윤 원장이 추진했던 키코 사태 등 소비자보호 기조를 깎아내렸고 조직 독립도 말로만 큰소리 쳤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민간 출신의 원장은 안된다며 관료 출신을 앉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외부에서는 노조의 비판에 일부 의아함을 보인다. 비판 대상은 이번 인사결과를 넘어 윤 원장의 전체적인 감독방향까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그간 노조는 윤 원장의 감독방향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 많았다. 조직을 대신해 정부와 금융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사모펀드 사태의 본질은 정부 규제완화라고 했고, 우리금융 회장 연임 행보를 두고 "고객 피해는 안중에도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예산을 삭감할 때에도 조직 독립성을 외치며 "금융위원회 해체"를 주장했다. 이랬던 노조의 입장이 현재는 180도 바뀌었다.
 
물론 채용비리 연루자를 승진시킨 것이 주요 이유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본질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만약 채용비리 연루 직원을 승진에서 배제했다면 인사 불만이 없었을까. 규정에 반하는 인사를 실시했다며 또다른 반발이 일어날 것이다. 이미 금감원은 채용비리 연루 직원들을 규정에 따라 수년 동안 인사고과에서 제외했다. 그리고 관습적으로 진행했던 승진·승급비율과 공채기수를 고려한 인사 방식을 없애고, 성과가 좋은 직원들의 인사고과대로 실시했다. 
 
현재 금감원은 심한 인사적체로 어떤 방향으로든 내부 불만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금감원 팀장 초임 연령은 50대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것도 승진된 사람만 해당된다. 안 된 사람은 부지기수다. 설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매년 50~90명대 공채 인원이 들어왔고, 경력직까지 섞이면서 승진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저축은행 사태 때 1년에 100여명씩 채용된 직원들은 아직도 승진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을 연공서열로 모두 승진시키려면 금감원 조직 규모는 지금보다 훨씬 커져야만 한다. 결국 좁아진 승진 문턱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서로를 할퀴는 것이다. 
 
이때문에 일각에서는 노조의 쟁의행위 이유를 채용비리 연루보다는, 인사적체에 따른 밥그릇 싸움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물론 먹고 살기 힘든 저성장 사회이기 때문에 밥그릇 챙기는 건 중요하다. 하지만 밥그릇 때문에 그간 주장했던 금융감독 순수성·독립성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면 국민이 과연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감독기구가 아니라 그저 이익단체로만 생각할 것이다.
 
노조 뜻대로 힘있는 관료 출신의 금감원장이 오면 금감원 직원들에게 콩고물 하나 더 떨어질 순 있다. 반면에 관치 등 반시장적 감독방향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는 감내해야 한다. 그때 되면 노조는 관료 출신 원장이 감독 독립성을 해친다며 또 반발할 것이 불보듯 뻔하다. 
 
금감원의 인사적체 원인은 과거부터 발생했던 내부 비리에 대한 정부의 통제 때문이다. 관료 출신의 원장을 앉혀 책임을 회피하기 보다는 내부 비리가 안 생기도록 내부통제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 먼저다. 그렇지 않다면 관료 출신이든 정치권 출신이든 어떠한 금감원장이 오더라도 조직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금융부 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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