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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주아

'노련함 VS 젊은 혈기' 2주 남은 금호석화 주총 표심 어디로

박 회장 2025년 매출 9조원 VS 박 상무 5년 내 시총 20조 달성

2021-03-1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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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박찬구 금호석유(011780)화학 회장(72)과 경영권 분쟁 중인 조카 박철완 상무(42)가 우호 지분 확보를 위한 공식 행보를 이어가며 양측간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법원이 사측에 박 상무 주주제안을 수용하라는 판결을 내리자 금호석화 노조가 박 회장 공식 지지 선언을 발표하는 등 한치의 양보 없는 기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회사 경영 측면에서 '70대 노익장의 노련함이냐 40대 젊은 혈기냐'에 대한 주주들의 선택은 약 2주 앞으로 다가온 주주총회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철완 상무는 1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금호석유화학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제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호석화는) 그동안 변화와 혁신에 소극적이었지만 오늘의 기업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지속적으로 보호해야 할 뿐만 아니라 더 넓은 차원에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의 경영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삼지 않는다면 금호석화 미래 비전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라 말했다. 경영권 분쟁이 시작된 지난 1월 이후 박 상무가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우선 박 상무는 경영권 분쟁을 '조카의 난'으로 일컫는 세간의 시선에 대해 "저는 비운의 오너 일가도 아니고 삼촌과 분쟁하는 조카도 아니다. 오히려 조직 구성원이자 최대 주주인 저의 특수한 위치를 최대한 활용해 금호 석유화학의 도약을 끌어내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 상무는 금호그룹 창업주 박인천 회장의 둘째 아들인 박정구 전 회장의 아들로, 넷째 아들인 박찬구 회장과는 숙부와 조카 관계를 맺고 있다. 
 
박 상무는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재무 전략으로 △자사주 소각 △배당의 현실화 △계열사 상장 △불필요한 비영업용 자산 매각을 제시했다. 사업전략으로는 △니트릴부타디엔(NB) 라텍스 등 기존 사업 강화와 경쟁력 있는 글로벌 기업과의 인수합병(M&A) △이차전지와 수소사업 등 메가 트랜드 부합하는 미래 신규사업 진출을 꼽았다. 이를 통해 금호석화를 5년 내 시가총액 20조 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금호석화의 매출액(약 4조8000억원)의 4배 수준으로, 박 회장이 2025년 매출 9조원 달성을 목표로 제시한 것과 비교해 공격적인 목표를 설정한 것이다. 
 
그는 배당 측면에서도 증액 필요성을 강조했다. 경쟁사 대비 최근 3년간 10% 수준의 배당 성향을 코스피 평균 배당 40% 이상, 경쟁사 평균 50% 이상의 배당을 통해 주주가치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박 상무는 "배당은 시장에 회사가 재무적으로 안정적 청사진을 그린다는 긍정적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잉여현금흐름을 봤을 때 당기순이익에서 투자분, 운전자금 등을 제외하고 50%대의 배당성향을 유지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앞서 금호석화는 지난 9일 보통주는 주당 4200원, 우선주는 주당 4250원의 총 1158억원규모의 현금배당안을 제시했다. 이는 전년(1500원)에 비해 두배 넘게 오른 금액이다. 이에 비해 박 상무는 주주제안을 통해 배당금을 전년의 7배 수준인 보통주 1주당 1만1000원, 우선주 1만1050원으로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박 상무는 이사회의 금호리조트 인수 결정에 대해서는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생각한 결정이라기 보다는 대주주의 이익을 위한 투자 결정"이라며 "금호석화 현재 이사회가 부적절한 투자 결정을 걸러내지 못하고, 지배주주의 경영권 남용에 관해 견제보다는 방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상무가 연일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는 가운데 이날 금호석화 3개 노조는 전날에 이어 박 회장에 대한 공식 지지를 선언했다. 앞서 법원이 박 상무가 낸 주총 의안 상정 요구를 수용해 고배당 안건이 채택되면서 박 상무가 유리한 고지를 점하자 박 회장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다. 
 
금호석화 노조는 "(박 상무가) 말도 안되는 주주제안과 사리사욕을 위한 경영권 분쟁으로 회사를 흔들고 위기로 몰아가는 것에 대해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4조8095억원, 영업이익 7421억원의 최고 실적을 달성한 것을 봤을 때 박 회장의 경영 능력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는 26일 주총을 약 2주 앞두고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기간에 돌입하는 오는 13일부터 양측간 우호 지분 확보를 위한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금호석화의 지분구조를 보면 박 회장(6.69%)과 박 회장의 자녀인 박준경 전무(7.17%)·박주형 상무(0.98%)를 합하면 총 14.86%로, 박철완 상무(10%)와 박 상무의 어머니 김형일씨 지분(0.12%)을 합한 것보다 4.74%포인트 높다. 양측을 빼면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8.16%, 자사주 18.36%, 소액 주주가 48.5%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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