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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사외이사 '여풍'…ESG 타고 더 강해진다

현대차·LG·SK·한화 등 여성 사외이사 선임 잇달아…"투명성·다양성 강조 세계적 추세"

2021-03-09 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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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국내 대기업들이 여성 사외이사 모시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제도 변화에 선제 대응하려는 취지도 있지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를 위한 이사회의 다양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여풍(女風)'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주요 계열사인 현대자동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제철은 이달 하순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 각각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그룹 본사.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는 이지윤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 부교수, 기아는 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 교수를 후보로 확정했다. 이 부교수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항공우주공학 분야 전문가로 2019년 국내 교수 중 처음으로 미국 항법학회 이사로 선출됐고 한국 항공우주학회 여성 최초 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조 교수는 국내 정치학자 최초로 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으로 활동하는 등 정치학과 과학기술 분야를 아우르는 균형 잡힌 전문가로 평가된다.
 
현대모비스는 강진아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대학원 교수, 현대글로비스는 윤윤진 카이스트 건설·환경공학 부교수, 현대제철은 장금주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를 각각 사외이사 후보로 올렸다.
 
강 교수는 기술경영과 경영혁신 분야에서 30년 가까이 활동한 전문가고 미국 굴립항공운영연구센터 연구원을 지낸 윤 부교수는 모빌리티와 교통자원 최적화 등 산업 시스템 분야를 전문적으로 연구해 온 인물이다. 장 교수는 회계·세무 전문가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LG트윈타워.사진/뉴시스
 
LG그룹은 지주사인 (주)LG와 LG전자를 포함해 5개사가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한다. LG는 환경 분야 전문가인 이수영 에코매니지먼트코리아홀딩스 집행임원, LG전자는 공정거래 및 법률 전문가인 강수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각각 사외이사 후보로 확정했다. 
 
LG유플러스는 벤처캐피털 옐로우독의 제현주 대표, LG하우시스는 서수경 숙명여대 환경디자인 교수, 지투알은 최세정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를 각각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주총에 상정한다. LG화학과 LG디스플레이 등은 내년에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할 계획이다.
 
SK(주)는 김선희 매일유업 대표이사, (주)한화는 박상미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교수를 각각 사외이사로 뽑을 예정이다.
 
대기업들이 여성 사외이사 선임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 법인의 이사회를 특정 성(性)만으로 구성하지 않도록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준수하는 동시에 이사회의 다양성과 전문성,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내년 8월 시행된다. 이런 배경이 맞물리면서 여성 사외이사 확대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헤드헌팅업체 유니코써치의 김혜양 대표이사는 "세계적으로 ESG가 경영 화두로 떠올랐고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사회 내 여성 비율이 높아지는 분위기"라며 "국내 대기업의 여성 사외이사 증가는 지배구조 투명화와 조직 운영의 다양성을 강조하는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추는 것이라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니코써치의 조사를 보면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국내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의 사외이사 중 여성 비율은 7.9%에 불과하다. 70곳은 여성 사외이사가 한 명도 없다. 사내이사를 포함한 이사회 내 여성 비중은 5% 정도로 20% 이상인 미국과 영국 등과 비교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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