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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째 이럴 줄이야"…차량용 반도체 수급 난항 '속수무책'

자동차업계 "반도체기업들이 공급난 해소해야"…반도체업체들 "MCU 생산까지 5년 걸려"

2021-03-08 05:51

조회수 : 7,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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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이 4개월째로 접어들면서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생산 차질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핵심 차량용 반도체인 'MCU(Micro Controller Unit)'의 수급 불안이 원인인데 대만의 TSMC사가 기술력을 가지고 있어 단기 해결책이 없다는 지적이다. 
 
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11월에만 해도 3개월 치 재고분을 확보했지만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이 장기화하면서 재고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감산 계획은 아직 없지만 재고가 있는 모델을 중심으로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핵심 차량용 반도체인 'MCU(Micro Controller Unit)'의 수급 불안이 원인인데 대만의 TSMC사가 기술력을 가지고 있어 단기 해결책이 없다는 지적이다. 사진/뉴시스
 
한국지엠은 지난달 8일부터 쉐보레와 말리부를 생산하는 부평2공장을 50%만 가동하고 있다. 당초 이달 중순까지로 계획한 부평2공장 감산은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심화하면서 당분간 지속할 예정이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여파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 자동차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GM은 미국 캔자스, 캐나다 온타리오, 멕시코의 산 루이스 포토시 세 곳의 공장 감산을 내달까지로 연장했다. 테슬라도 반도체 부족으로 지난달 말부터 생산을 일시 중단했다. 
 
스텔란티스는 정확한 규모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최근 실적 실적발표에서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올해 실적에 큰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했다. 포드는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당장 올 1분기 차량 생산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최대 20%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문제는 단기적인 해결책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 수급이 불안정한 차량용 반도체는 MCU다. MCU는 차량을 제어하는 기능을 하는 핵심 차량용 반도체지만, 완성차 업체들은 이를 해외기업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국내업체에서 MCU 생산 기술력을 가진 기업은 없다는 설명이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자동차회사들은 MCU의 생산 기술력이 없다"며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가 어떻게 반도체를 만드는 회사가 되겠냐"고 말했다. 이어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도 반도체업체들에서 공급 문제를 해소해주는 걸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반도체 제반 기술을 보유한 국내 반도체기업들은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대해 난색을 보인다.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반도체와 차량용 반도체는 공정과 제조 방법이 다른 데다 이미 가전용 반도체를 생산하기에도 바쁜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MCU는 국내 기업들이 생산하는 가전용 반도체와는 다른 기술력이 필요한데 수익성까지 낮아 생산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차량용 반도체가 IT기기나 가전제품용 반도체보다 훨씬 높은 내구성 조건까지 충족해야 하는데 수익성도 없어 사업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단기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며 "MCU는 어려운 기술이어서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지금부터 준비해도 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기에는 사업성이 부족해 뛰어들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전 세계 자동차업체들이 TSMC만 바라보고 있다. MCU는 완성차업체들이 네덜란드 NXP, 독일 인피니온, 일본 르네사스 등 반도체 기업들에 주문을 넣으면, 이들이 대만의 TSMC에서 MCU를 위탁 생산하는 구조다. 해외 반도체 기업들조차 MCU를 직접 생산하기 보다는 TSMC사에서 공급받아 자동차업체들에게 공급하는 것이다.
 
정부가 단기 조치로 국제협력과 수입절차 간소화와 24시간 통관 체계를 긴급 지원하기로 했지만 미봉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대만 TSMC사에서 공급을 늘려줘야 국내 수입이라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올해 2분기부터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타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한나 기자 liberty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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