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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진

이마트, 야구단 인수 왜?

2021-03-05 04:00

조회수 : 1,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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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가 신세계 이마트의 SK와이번스 야구단 취득을 승인했다는 소식이 나온 직후, 이마트 주가는 급등세를 보였습니다. 통상 프로 야구단은 대체로 수익이 나질 않아 기업에 부담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이를 호재로 인식한 겁니다. 야구단 운영을 위해서는 연간 200억~300억원의 고정 비용이 발생하지만, 이를 만회할 방안은 뚜렷하지 않습니다. 손에 꼽히는 인기 구단인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해 29억의 영업적자를 냈고, 이마트가 인수한 SK와이번스 야구단은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상당한 영업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그런데도 시장이 이마트의 야구단 인수를 호재로 받아들인 건, 야구단 인수를 경험 중심의 새로운 비즈니스 사업 전략으로 봤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이제는 제품 자체보다 제품에 녹아있는 경험과 신념을 사는 시대가 됐습니다.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하는 소비가 대세로 여겨집니다. SNS에 적극적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이가 많아진 만큼 소비에도 의미를 부여하게 된 거죠. 소위 인스타맛집이나 카페로 불리는 곳을 보면 맛보다 눈이 더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친환경 제품이나 구매와 기부가 연결되는 상품도 인기를 끄는데, 이 역시 SNS에서 공유되는 걸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이미 지난 2016년부터 정용진 신세계 이마트 부회장은 고객의 시간과 경험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해왔습니다. 그의 사업 전략에 따라 세워진 쇼핑 복합시설 스타필드는 백화점부터 식당가, 엔터테인먼트 시설, 도서관까지 자리 잡았습니다. 쇼핑뿐 아니라 다른 여러 가지 것들을 몽땅 경험할 수 있게 만든 겁니다. 신세계 그룹은 화성 국제테마파크 사업도 추진하고 있는데요, 이곳에도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호텔, 캠핑장, 의료서비스 등이 들어설 예정입니다.
 
야구단 인수도 이 같은 ‘경험 소비’를 노린 것입니다. 신세계이마트 측이 명확한 사업 수단을 공개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신세계는 프로야구단 인수로 고객 경험이 확장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한 바 있죠. 야구장을 찾는 시민을 ‘고객’이라 표현하며 ‘신세계의 팬’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도 했습니다. 야구단 인수를 철저히 사업수단으로 여기고, 팬덤이코노미까지 노린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죠.
 
2018년 11월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의 한국시리즈 6차전 경기, SK 김광현이 13회말 2사 5번 박건우를 삼진 아웃처리 한후 선수들과 우승 환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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