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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진

인플레이션 시그널 포착

2021-03-04 04:00

조회수 : 1,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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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실체에 대해서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촉발될 시그널은 현실에서 발견되고 있습니다. 장바구니 물가가 오르면서, 한 번 장을 볼 때 쓰는 돈이 커지고 있으니까요. 이는 농수산물 가격이 치솟은 탓인데요, 거의 모든 요리에 빠지지 않는 대파 가격은 평년보다 두 배를 훌쩍 넘겼습니다.
 
장바구니 물가는 앞으로 더 비상이 걸릴 듯싶습니다. 국제시장에서 거래되는 곡물 가격이 지속해서 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국제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옥수수와 밀과 같은 주요 곡류는 2013~2014년 이래 최고가를 매달 경신하고 있는데요, 이상 기후에 따른 대규모 작황 피해 탓입니다. 설탕 가격도 전년 동기 대비 61%가 올라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 때문에 곡류를 원료로 삼는 사료나 가공식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졌습니다. 사료 가격 상승으로 인해 육류 역시 가격이 뛰겠죠.
 
국제 구리 가격이 치솟고 있는 점도 앞으로 물가 상승 가능성을 더합니다. 구리는 건설과 전기·전자 등 산업 전반에 쓰입니다. 이 때문에 글로벌 수요 동향에 민감하고, 가격이 오르면 시장은 경기 회복 신호로 받아들입니다. 최근 구리 가격은 10년만에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이를 경기 회복 신호탄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가계 경제에는 마냥 좋은 소식은 아닙니다. 원자재 가격의 폭등은 기업의 원가 부담을 높여 생활 물가를 끌어올리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대규모 부양책도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우려로 작용합니다. 미국은 19000억원 규모의 슈퍼 부양 안 도입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미국의 진보 경제학자들조차인플레이션 경고에 나섰습니다. 국제통화기금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올리비에 블랑샤르는 부양 안으로 인해 경기가 과열될 수 있으며, 이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인다고 지적했습니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도 경험하지 못한 인플레이션을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위험한 까닭은 연쇄적인 경제적 손해를 불러일으켜 국가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가 폭등은 금리 인상으로 쉽게 연결되고, 이는 가계 부채 비중이 큰 우리 경제에는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지난해에만 금융기관에서 나간 가계 빚은 1258천억원에 육박합니다. 작년 대비 큰 폭으로 늘었는데요, 빚을 내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한 사람이 급증한 영향입니다. 금리 인상에 따라 주가 폭락과 집값 하락세가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이로인한 경제적 위험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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