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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주아

현대차-LG 갈등만 키운 국토부 발표…중간 보고서는 어떻게 나왔나

2021-03-03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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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이 현대차(005380) 코나EV 화재와 관련,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셀 제조불량 가능성을 지목한 중간보고서를 내놓았지만 양사간 신경전은 계속되고 있다. 현대차가 소비자 불안감 해소를 위해 선제적 리콜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는 의의가 있지만 전기차 화재 원인을 명확히 밝히지 못한 가운데 가능성에 근거한 발표로 양사간 법적 공방 우려까지 나오는 등 설익은 발표가 오히려 갈등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LGES은 지난달 24일 국토부 결정에 따라 코나EV와 아이오닉 전기차, 전기버스 일렉시티 등 2만6699대분에 대한 자발적 시정조치(리콜) 관련 비용 분담 협의를 진행 중이다. 
 
지난달 24일 서울 강동구 현대 EV스테이션 강동에서 코나 전기차량들이 충전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재까지 현대차와 LGES 양사는 서로 원만한 합의를 기대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물밑 신경전은 계속되고 있다. 국토부 발표 직후 LGES는 설명문을 통해 "전기차 화재에 있어서 배터리 셀 내부 정렬 불량(음극탭 접힘)을 직접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냈다. 국토부 발표 내용은 코나 화재 원인 조사를 총괄한 KATRI가 제출한 보고서에 근거해 작성됐다. 하지만 LGES의 설명 직후 KATRI가 "이는 단지 LGES의 입장일뿐 화재 발생 가능성을 확인했고 직접적 원인으로 보고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배터리셀 결함이 화재로 이어졌을 가능성으로 무게가 실렸다.  
 
앞서 KATRI는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리콜로 수거된 고전압 배터리 정밀조사와 화재 재현실험 등을 진행해왔다. KATRI에 따르면 이번 조사에는 현대차와 LGES 관계자를 비롯한 여러 외부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했다. KATRI는 중간조사 결과까지는 화재 가능성만 확인했고 실제 화재 발생과의 연관성 여부는 최종 결함조사를 통해 밝힌다고 했다. 
 
문제는 서로간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 국토부와 KATRI가 굳이 중간 보고를 서둘러야 했나 하는 점이다. 이번 발표에서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KATRI가 "배터리셀 불량 문제로 꼽은 음극탭 접힘에 따른 화재 발생 가능성은 확인했지만, 이에 대한 화재 재현실험 중이나 현재까지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10월 리콜 당시 국토부와 KATRI가 LGES 배터리 분리막 문제 가능성을 제시한 뒤 이번 발표에서 분리막 손상은 화재 원인이 아닌 것으로 입장을 바꿨던 전력을 고려하면 이번 발표도 단지 가능성에 그칠 수도 있다. 
  
정확한 화재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 오는 29일부터 실시되는 리콜에 앞서 양사가 비용 분담 책임소재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KATRI가 국토부에 제출한 중간 조사 결과 보고서다. KATRI에 따르면 국토부 공식 발표에 담긴 내용은 현대차와 LGES 양사의 협의와 동의를 바탕으로 나왔다. 국토부 관계자는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LGES가 공식 보고서를 제출한 것은 아니지만 LGES가 낸 설명자료를 바탕으로 현대차와 논의를 거쳐 KATRI에 보고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양사간 갈등이 첨예해진다는 의혹만 증폭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고 더 나아가 명확한 전기차 화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KATRI와 양사가 실시한 합동조사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번 중간조사의 핵심은 지난 리튬이온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조사 당시처럼 화재 원인을 못찾았다는 점"이라며 "KATRI가 음극탭 접힘이라는 구조적 결함을 확인했다고 했지만 국토부가 공개한 자료에만 근거하면 이것이 실제 단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다. 엉뚱한 것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화재 얘기를 하니 조사 과정의 신뢰성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웅철 국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원천적으로 전기차 화재에서 배터리셀의 위험성은 항상 열려 있지만 가능성이 있다고 섣부르게 원인으로 단정짓기에는 무리가 있다"면서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충전맵 로직 오적용 문제 등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들 리뷰 자료를 공개한다면 명확한 원인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같은 지적에 대해 KATRI 관계자는 "결함조사가 완료되지 않은 가운데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 구성과 일련의 조사 진행 과정과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도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도 있지만 중간 조사에 담긴 내용은 현대차와 LGES이 현업에서 쓰는 용어와 기술을 바탕으로 기술된 것"이라며 "KATRI도 충분한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지만 첨단화 되어가는 (이차전지) 부문에서는 아직 미흡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전문 인력과 시설 등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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