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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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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짝퉁 상표와의 전쟁)②짝퉁 설빙 상표권 무효 막전막후…승소 비결은?

유성원 지심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인터뷰

2021-03-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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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원 지심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사진/지심특허법률사무소
 
[뉴스토마토 유승호 기자] “설빙은 기존에 제가 맡았던 상표권 분쟁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려운 사례였고 승소 판례도 없었던 건이었어요. 과거 중국 브로커들이 상표를 선점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케이스였기 때문이었죠. 이런 의미에서 이번 설빙이 승소한 판례는 아주 중요합니다.”
 
최근 빙수로 유명한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 설빙은 상표권 분쟁에서 승소했다. 지난달 중국 상표평심위원회는 중국의 ‘설빙원소’ 상표라는 상표가 정상상적인 상표 등록 질서를 어지럽혔다며 중국 기업의 ‘설빙원소’ 상표에 대해 무효 판결을 내렸다.
 
2019년 분쟁을 시작해 2년여간의 긴 시간을 거쳐 무효 판결을 이끌어 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건 유성원 지심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다. 유 변리사를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에서 만나 설빙 상표 무효심판 승소와 관련한 자세한 내막을 들어봤다.
 
유 변리사는 ‘중국통’ 변리사다. 중국 상표 무효심판 소송 경험이 지난해 기준 누적 250건이 넘고 약 90% 수준의 높은 승소율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이번 설빙의 상황은 지금까지와 전혀 달랐다. 그간 맡아왔던 것과 훨씬 더 복잡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유 변리사는 “설빙 분쟁은 2013년 초 개인이 출원한 ‘설빙원소’라는 상표에서부터 시작한다”면서 “설빙원소의 출원 시기는 한국의 설빙이 외식사업을 시작한 때와 비슷하지만 자를 가로로 병기해서 썼고 글자체도 달라 한국의 설빙 브랜드를 악의적으로 선점했다고 보기 어려웠다”고 입을 뗐다.
 
설빙과 중국 짝퉁 상표인 설빙원소. 사진/특허청
 
이어 그는 “설빙이 한국에서 히트를 치자 중국의 프랜차이즈업체인 한미투자관리유한공사가 설빙 브랜드에 관심을 갖고 자신들이 상표를 출원하려고 시도했으나 이미 출원된 설빙원소라는 선행 상표가 있어서 등록을 못했다”면서 “이후 2015년 한미투자관리유한공사는 설빙원소 상표를 출원한 개인에게 양수를 받아 ‘설빙원소’ 상표권을 획득하고 이를 중심으로 로고, 한문, 한자, 폰트까지 설빙을 그대로 따라한 상표를 10~20개 출원했다”고 말했다.
 
유 변리사에 따르면 설빙 짝퉁 상표 분쟁건의 가장 큰 걸림돌은 최초 ‘설빙원소’라는 상표를 등록한 권리자가 악의적인 의사 정황이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설빙원소’의 상표를 한미투자관리유한공사라는 곳이 돈을 주고 양수를 했다는 점이다. 한미투자관리유한공사가 악의적으로 출원한 게 아니라 기존에 있던 이름이 맞아 떨어진 상표를 2년이 지나서 양수한 것이기 때문에 상표법상 무효 법리에서 이기기 상당히 힘든 건이었다는 게 유 변리사의 평가다. 이에 유 변리사는 양수를 해서 악의적이고 부정한 의도로 사용하는 데 초점을 뒀다.
 
유 변리사는 “설빙과 같이 양수 행위에 대해 문제를 삼았던 판례는 없었다”면서 “인지도가 있는 상표라는 것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악의적으로 양수하는 것도 상표권을 획득하는 행위라는 점의 논리를 만드는 전략을 짰다”고 강조했다.
 
유성원 지심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사진/지심특허법률사무소
 
이를 위해 유 변리사는 판례와 심결례, 논문 등을 통해 자료를 모았다. 근거 자료를 모으는 데에만 3개월 이상 걸렸다.
 
그는 “다양한 논문들을 통해 양도·양수행위에서 악의성이 신의성실의 원칙 또는 공정한 상표등록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포괄적 규제할 수 있는지 찾아봤다”면서 “상표법 44조에 대한 개정·입법 취지를 활용해 상표를 양수한 뒤 악의적으로 부정한 의도로 사용하는 행위까지 중국 상표법 44조에 적용해야한다는 것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고 설명했다.
 
중국 상표법 제44조에는 ‘기타 정당하지 않은 수단으로 획득한 상표는 상표라고 보기 어렵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때문에 타인의 상표를 진실한 사용의사 없이 대량으로 선점하는 경우에 중국 상표법 제44조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그는 중국 상표법 법률 취지상 등록주의와 사용주의적 요소가 있는 만큼 상표를 양수한 뒤 악의적으로 부정한 의도로 사용하는 행위를 유추 적용해야한다는 점을 공략했다.
 
유 변리사는 “악의적으로 양수하는 것도 출원 행위에 준해서 봐야하고 출원 이후 실제 상표를 사용한 행태들을 보면 진실한 의사, 진정한 사용, 공정한 상표 등록질서에 의한 사용 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상표권을 무효시켜야 한다고 논리를 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결과적으로 중국 상표평심위원회는 중국의 설빙원소 상표가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다. 유 변리사가 접근한 논리와 전략이 제대로 먹힌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설빙의 중국 시장 공략에 다시 속도가 붙을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설빙은 상표권에 따른 분쟁으로 현지 가맹업체에 계약금 약 9억원을 반환하고 중국 사업을 철수했다. 현재 설빙은 지심특허법률사무소와 함께 한미투자유한공사가 가지고 있는 20여개 상표를 무효화하고 후속 상표 출원 작업을 진행중이다.
 
유 변리사는 “과거 상표 브로커인 김광춘은 상표를 악의적으로 선점해 상표를 판매하는 것만 했지 직접 사업에 뛰어들지 않았다”면서 “이번 설빙 건은 한미투자유한공사가 직접 사업을 하고 있었던 사례인 만큼 엄청 중요한 의미를 갖는 판례가 됐다”고 밝혔다.
 
유승호 기자 pe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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