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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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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태의 경제편편)젊은 혁신기업의 일탈

2021-02-24 06:00

조회수 :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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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0대 남자가 초등학생을 유인하고 성폭행까지 저지른 사건이 벌어졌다. 이 사건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경찰이 범인을 찾기 위해 차량공유 업체 쏘카 측에 정보 제공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쏘카 측에 차량 이용자 정보를 요구했지만, 업체는 “영장이 있어야 한다”며 거부했다는 것이다. 뒤늦게 정보를 내놓기는 했지만, 사건은 이미 벌어진 후였다. 
 
이에 쏘카는 박재욱 대표 명의로 "경찰수사 협조 요청에 신속하게 협조하지 못한 회사의 대응과 관련해 사과드린다"고 사죄했다. 그러나 이 역시 때늦은 몸짓이었다. 피해자는 회복불가능한 피해를 당한 상태인데, 그렇게 말로 하는 사과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소위 '혁신기업'이라고 하는 쏘카의 이런 언행에 대해 정치권은 물론 전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나경원 서울시장선거 예비후보는 "쏘카의 뒤늦은 개인정보 제공으로 아동 성폭행을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이 사과로 끝낼 수 있는 일인지 의문이라며 "쏘카는 무거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난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윤리의식 없이 돈만 밝히는 반인권 기업"이라며 "기업이기 이전에 한 사회의 구성원임을 포기했다"고 비판했다.
 
사실 경찰의 정보요구를 거부하다 범죄예방을 사실상 방해한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지켜야 할 규범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범죄를 예방하고 단속하기 위해 경찰 등 국가기구가 설치돼 있다. 그렇지만 국가기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국가사회 구성원이 다 함께 그 역할을 조금씩 분담하는 것이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범죄 가능성이 명백한 데도 이를 막는데 협조하지 않은 것은 방조나 다름없다. 
 
2019년 3월 강원도 강릉에서 승용차가 바다로 추락해 10대 5명이 숨진 사고와 관련해서도 쏘카는 구설에 올랐다. 차량을 대여받으려는 사람을 대면 확인하지 않고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만으로 가능한 차량 대여방식 때문이었다. 이런 허술한 대여방식 때문에 10대 청소년들이 나이 많은 동네 형의 명의를 이용했다는 것이다. 소매점이 신분도 확인하지 않고 청소년에게 술이나 담배를 판매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쏘카는 최근 혁신창업의 붐 속에 탄생하고 성장해온 '혁신기업' 가운데 하나이다. 그런데 혁신기업들이 사회의 건전한 양식과 미풍양속을 해치는 일탈행위가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있다. 
 
'새싹기업'으로 일컬어지는 스캐터랩이 개발한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는 성희롱과 혐오표현 논란을 야기했다. 더욱이 스캐터랩은 연애 분석앱으로 이용자들의 카카오톡 데이터를 수집해 개발에 이용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연애의 과학 앱 이용자들로부터 개인정보 이용·활용 동의를 제대로 받지 않은 데다 익명화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그러자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지능위원회가 이루다 개발업체에 대한 조사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한국의 '국민메신저'로 자리잡은 카카오도 이용자 즐겨찾기 공개로 개인정보를 함부로 다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의 비밀은 오래 전부터 금융사나 이동통신 사업자들에 의해 유린돼 왔다. 그런 까닭에 경각심도 한층 높아졌다. 그런데도 이제는 혁신기업들까지 개인정보를 함부로 취급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이런 일탈이 거듭되면 규제완화 흐름에도 찬물을 끼얹는다. 실제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6일 개인정보 보호를 확실히 하지 않은 업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개인정보보호법 2차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입법예고된 법안에 따르면 법 위반 업체에 대한 과징금 부과 한도가 '위반행위와 관련한 매출액의 3%'에서 '전체 매출의 3%'로 늘어난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없던 규제가 새로 생겨날지도 모른다. 
 
혁신기업이든 새싹기업이든 뭐라고 불러도 좋다. 이들 젊은 기업이 활발하게 성장해야 한국경제의 활력도 증진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그렇지만 사회의 기본질서와 미풍양속을 지키고 범죄를 막는데 역행하면 혁신이 아니다. 그것은 혁신을 가장한 퇴보일 따름이다. 그렇게 성장한 기업이 한때 잠깐 빛을 볼 수는 있겠지만, 머지않아 그 빛은 꺼지고 말 것이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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