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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3세 여아 살해사건…친모 얼굴 공개될까

법조계 "무죄추정 원칙 무력화할 근거 미약"…"신상공개 신중해야 한다는 원칙에 충실해야"

2021-02-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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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3세 아기를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 A씨 신상공개 여부가 관심을 끈다. 법조계에선 명확한 공개 기준과 무죄추정의 원칙 간 조화가 장기적인 과제로 거론된다.
 
지난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A씨 신상을 공개하라는 청원이 등록됐다. 청원인은 '저출산 대책 이전에 태어난 아기들부터 지켜주세요'라는 글에서 아동학대 사건을 열거하고 "가해자 신상공개, 포토라인 부활로 아동학대에 대한 경각심을 줘야 한다"고 요청했다.
 
법적 근거는 이미 있다. 검찰과 경찰은 특정 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처법)에 따라 피의자 얼굴과 성명, 나이 등을 공개할 수 있다. 조건은 범행 수단이 잔인하며 피해가 중대하고, 증거가 충분하고, 알 권리 보장과 범죄 예방 등 공공의 이익에 필요하고, 청소년이 아닌 경우 등이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도 검경이 충분한 증거와 알 권리, 범죄 예방 등 을 이유로 피의자 얼굴을 공개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텔레그램 '박사방'의 박사 조주빈과 부따 강훈 등이 이를 근거로 신상이 공개됐다.
 
지난 10일 경북 구미시 한 빌라에서 숨진채 발견된 '세살 여자 아이 사망사건' 피의자인 친모 A씨에 대한 신상을 공개하라는 여론이 뜨겁다. 사진은 A씨를 구속해 조사 중인 구미경찰서 청사 앞 구조물. 사진/뉴시스
 
다만 이들 조항은 관련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경찰 수사사건 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도 마찬가지다.
 
경찰 수사사건 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 역시 피의자 신상을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검찰의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도 사건 관계인이 공적 인물인 경우 등 예외 조항을 넣었다. 오보 방지와 수사 공정성에 필요한 경우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 의결로 신상 공개를 할 수 있다.
 
경찰의 피의자 신상 정보 공개 여부는 각 지방청 신상공개위원회 의결에 따른다. 위원회는 지방청 소속 3명과 외부위원 4명으로 구성된다. 개최 시기는 피의자 검거부터 구속영장 발부 사이다. 공개 시기는 구속영장 발부 이후이지만 여론의 관심이 집중될 경우 발부 전에도 공개할 수 있다. 수사기관 재량으로 사건에 따라 공개 여부가 달라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위원회는 신상공개 기준에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에 따라 2016년 지방청 단위로 격상됐다. 3살 딸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A씨 신상 공개 여부는 논의되지 않고 있다. 구미경찰서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중인 사건인데 확인도 안 된 것을 어떻게 (신상공개를) 진행하겠느냐"고 말했다.
 
강력 범죄 피의자 신상공개는 형평성 논란을 낳고 있다. 실제 법 조항도 추상적인데다, 여론에 떠밀려 공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지적이다.
 
우선 특처법에 따른 얼굴 공개는 여성보다 남성 범죄자 신상 공개가 훨씬 많다는 문제제기가 이어진다. 수원 토막 살인범 오원춘과 '어금니 아빠' 이영학,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김성수, 한강 몸통 시신 사건 장대호 등은 현행법에 따라 얼굴이 공개됐다.
 
반면 여성은 전 남편을 살해한 고유정 사례 정도다. 그마저도 긴 머리로 얼굴을 가리는 등 얼굴 공개가 무색해졌다. 2017년 창원 골프장 주부 납치 살해사건의 경우 주범 심천우 범행을 도운 강정임도 구속 후 신상이 공개됐지만, 이미 공개수배로 언론에 신상이 알려져 의미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같은 미성년자에 대한 공개 잣대도 일관성 없다는 비판도 있다. 2017년 인천에서 초등학생을 살해하고 시신을 토막내 유기한 주범 김모·박모양은 당시 만 17~18세였다. 하지만 미성년자여서 신상공개가 되지 않았다. 박사방 2인자로 지목된 강훈은 사건 당시 만 18세였지만 신상이 공개됐다.
 
아동학대치사죄로 기소됐다가 주위적 공소사실에 살인죄가 적용된 정인이 양모의 경우, 재판에 넘겨진 상황이어서 수사기관 신상공개가 불가능해진 경우다. 경찰에 비해 검찰이 피의자 신상공개를 하지 않는다는 문제제기도 있다.
 
법조계에선 피의자 신상공개가 헌법이 보장한 무죄추정의 원칙을 무력화하는만큼, 국민 법감정과 공익 사이에서 일관된 기준을 세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전학선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피의자 인격권과 국민의 알 권리가 충돌하게 되는데, 국민 법감정에 따라 전부 공개해도 안 해도 문제여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며 "정부가 위원회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세우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신상 공개는 하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그것이 흔들리는 느낌이 드는 경우가 일부 있다"며 "그럼에도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공개한다는 원칙 없이 사건별로 정한다면 지금처럼 된다"고 진단했다.
 
무죄추정의 원칙에 대해서는 "경우에 따라 국민의 알 권리가 우선이라는 판단이 있을 수 있다"며 "경찰이 어떤 혐의로 수사 하고 있다는 건 공적 행위라는 측면과, 피의자 본인이 무죄 추정 받을 권리와의 조화점에 놓여 있다. 이 원칙을 100% 적용하기는 어려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의 경우 강력 사건 수사 대부분 경찰에서 해온 점,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6대 범죄 중심으로 수사하는 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 등이 경찰에 비해 적은 신상공개 이유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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