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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휘

북한 원전도입 시도 역사와 현황을 알아보자

북한의 '자력갱생'에 원전이 필수적, 그러나 현실적으로 극히 어렵다

2021-02-02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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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북한도 잘살던 시절이 있었다.
 
사실 1945~1970년대까지는 남한보다 북한이 잘 살았다. 일제 강점기 시절 한반도 북부에는 일본의 막대한 중화학 공업 투자가 이루어졌고, 이는 해방 직후 북한의 경제적 우위로 이어졌다.
 
6.25 이후 북한의 거의 모든 산업거점은 박살났지만, 중공업의 경험이 있는 북한은 소련과 중국의 지원을 받아 빠르게 경제를 회복했고, 중공업 위주의 북한과 농업국가 남한의 추격구도는 1970년대까지 이어졌다.
 
남북의 운명은 7~80년대를 기점으로 바뀌었다. 남한이 한강의 기적으로 도약한 것과 달리, 북한은 서해갑문 건설, 세계청년학생축전 유치, 비날론 공장 증설 등 각종 정책실패로 경제는 수렁으로 빠져들었고, 여기에 냉전 종식에 따른 소련과 동구권 공산국가들의 붕괴로 대외시장도 무너졌다.
 
내부 체제 모순과 각종 자연재해로 인한 식량 생산량 감소로 1990년대 소위 고난의 행군이 있었고, 이후 핵개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까지 겹치면서 북한 경제는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현재 북한은 '자력갱생'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만성적인 에너지 부족이 번번히 발목을 잡고 있다.
 
2. 북한의 핵개발과 원전도입 시도
 
만성적 에너지 부족에 시달리던 북한은 1980년대 소련의 도움을 얻어 원전 개발에 나섰고, 소련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1985NPT 조약에도 가입했다. 그러나 비밀리에 핵무기를 개발한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북한은 미군의 한반도내 핵무기 반입 의혹 등을 문제삼아 결국 1993NPT를 탈퇴했다. 
 
당시 미국의 빌 클린턴 행정부는 대북 폭격을 검토하는 등 한반도에 전쟁위기가 도래했지만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 및 김일성 주석과의 회담을 계기로 협상기조로 돌아섰다.
 
북미는 1994년 북미는 1994'제네바 합의'에서 북한이 핵개발을 동결하는 대가로 1000MWe급 경수로 2기를 제공하고, 대체 에너지로 연간 중유 연 50t을 제공하기로 했다. 당시 김영삼정부는 북미 협상에 부정적이었지만 미국의 요구로 막대한 경수로 사업비용을 부담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199512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와 북한이 마침내 경수로제공협정에 서명하고, 19978월 함경남도 금호지구(신포)에서 착공식을 시작으로 정지공사와 금호항·여객터미널 공사 등을 차례로 마무리 짓고 20021·2호기의 콘크리트 타설 작업에도 착수했다.
 
그러나 2001년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고, 미국이 북한을 이란,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으로 지목해 북미관계는 다시 냉각된다. 여기에 200210월 제임스 켈리 당시 특사의 방북 당시 북한이 고농축우라늄(HEU) 계획을 시인했다는 미국 측 발표가 나오면서 혼란은 커졌다.
 
경수로 사업추진에 회의적이었던 부시 행정부는 대북 중유공급 중단과 사업 재검토를 결정했고, 북한도 이에 반발해 핵 동결 해제를 선언한 뒤 이듬해인 20031NPT 재탈퇴를 단행했다. 결국 경수로 사업은 2006년 공식 종료됐다. 이후 북한은 영변에 실험용 경수로 시설을 마련해 간헐적으로 운용하며 자체 원전 건설을 시도하고 있다. 
 
3. 현재 북한 원전도입이 불가능한 이유
 
가장 큰 장벽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다. 현재 유엔의 대북 제재결의안들은 인도적 목적 물품 외의 거의 대부분의 물품의 북한 유입을 막고 있다. 핵 관련 기술과 물자의 이동은 더더욱 그렇다.
 
여기에 한국형 경수로' 원천기술과 라이선스는 미국이 갖고 있어 한국 정부가 독자적으로 북한 원전 건설을 추진할 수 없다. 과거 한국이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전을 수출할 당시에도 UAE는 미국과 별도의 원자력 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북한의 NPT 탈퇴도 걸림돌이다. 원전 건설 등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해선 NPT에 가입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정기 사찰을 받아야 하지만,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한 상태에선 NPT에 복귀할 수가 없다. 결국 비핵화가 선행되고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없는 이상 북한 내 원전 건설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지난 2019년 6월5일(현지시간) 북한 영변 핵단지 내 우라늄 농축 공장 주변에서 액화질소 운반용 트레일러로 보이는 차량이 정기적으로 운행되고 있는 것이 상업위성을 통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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