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조승진

'개미 vs 기관' 공매도 전쟁

2021-02-02 04:00

조회수 : 1,320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초래한 금융회사들에 대한 복수”라는 평가를 받는 사건이 있습니다. 미국 주식 ‘게임스탑’ 얘긴데요, 기관이 이 주식에 공매도를 걸었다는 소식에 개인 투자자들이 나서 주가를 1700% 가까이 끌어올렸습니다. 기관은 막대한 손해를 입었습니다. 월가 대표 헤지펀드로 꼽히는 ‘멜빈캐피털’은 운용 손실액만 약 8조원 수준이라고 합니다. 개인 주식 투자자들과 기관이 벌인 전쟁에서 일단은 개인이 승리한 거죠.
 
한국 주식시장도 거대 자본에 대항한 적이 있습니다. ‘동학개미운동’으로 칭해지는 사건인데요, 코로나19 여파로 외국인과 기관이 우리 주식을 대거 팔아치웠을 때 개인이 그 물량을 받으며 주가 하락을 방어했어요. 개인은 삼성전자 주식을 대표로 초대형주의 주식을 사 모았고 이후 외인과 기관이 장에 들어온 뒤 팔며 이익을 거뒀죠. 이전과 다르게 하락장에서도 투자를 지속하고, 정보를 모으고, 장세를 공부하는 이들은 그냥 개미가 아닌 ‘스마트개미’로 불립니다.
 
이제 민중 투쟁은 거대 권력이 아닌 거대 자본에 맞서는 방향으로 변해가는 것 같습니다. 자본주의를 넘어 배금주의 행태가 만연하니, 세상이 ‘돈’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게 어색하지 않죠.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응집할 수 있는 건 그간 대규모 자본에 당해온 역사가 길었던 탓일 겁니다. 과거 기득권층의 권력 남용을 참다못한 민중이 투쟁에 나선 것처럼요. 이번 주식 시장에서 열린 싸움에서 몇몇 개인은 금전적 손해를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피의 역사로 세워진 것처럼 이번 ‘자본투쟁’도 새로운 ‘자본 시장'을 만들지 않을까요?
 
지난해 국내 주식 시장을 떠받친 이른바 '동학개미'들의 매수세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동학개미들은 1월 이미 23조9600억원 가량 순매수하며 증시 큰손으로 자리잡았다.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 조승진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