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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검찰이 헌재 판단 전 '고래고기 사건' 털었다"

해양환경단체, 공수처에 수사 의뢰…"후순위라도 진행돼야"

2021-01-29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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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이른바 '고래고기 환부 사건'으로 수사를 받은 검사, 유통업자의 변호인이 지난 28일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로부터 몇 시간 후 헌법재판소는 공수처법에 대해 합헌 판단을 내렸다. 이를 두고 이 사건을 고발한 해양환경단체는 검찰의 처분에 대해 "선수를 쳤다"고 지적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의 조약골 대표는 31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공수처법에 대한 헌재의 헌법소원심판 판결 전 울산지검이 '고래고기 사건'을 털고 가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판단에서 급하게 수사 결과에 대한 보도자료를 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헌재가 공수처법을 위헌으로 결정할 경우 공수처는 공중분해 되기 때문에 사건이 종결되는 것을 노리고 판결 전 끝냈다. 한편으로는 위헌 판단의 기대도 있었을 것"이라며 "울산지검은 얼마 전 이 사건에 대해 지역 기자들이 물었을 때도 종결하거나 처분할 계획이 없다고 했는데, 갑자기 28일 보도자료를 배포했다"고 지적했다.
 
울산지검 형사4부(부장 정성현)는 28일 고래고기 환부 처분을 담당한 황모 검사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고래고기를 돌려받은 유통업체가 선임한 한모 변호사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검찰은 "당시 압수된 고래고기가 불법 유통된 것으로 단정할 수 없어 몰수할 수 없었고, 그에 따라 황 검사는 불가피하게 환부 조치할 수밖에 없었다"며 "고래유통증명서가 사용권한자와 용도가 특정된 공문서에 해당하지 않고, 한 변호사가 수사기관에서 허위로 진술하도록 유통업자에게 지시했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같은 날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등이 공수처법 제2조 등 조항을 상대로 청구한 헌법소원심판에서 재판관 5(합헌) 대 3(위헌) 대 1(각하) 의견으로 기각하는 결정을 선고했다. 공수처법 제5조 제1항 등 조항에 대해서는 헌법소원심판 청구가 부적법하다고 판단해 각하했다.
 
핫핑크돌핀스는 29일 이 사건에 대한 수사의뢰서를 공수처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고래고기 무단 환부 사건은 적극적인 수사를 통해 불법을 뿌리 뽑아야 할 검찰이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오히려 불법 포경업자들 손을 들어준 꼴로, 사법기관이 포경업자들과 이들이 고용한 전관 변호사의 적극적 기망 행위에 속아 고래 불법 포획과 고래고기 유통을 용인해준 것은 아닌지 재수사를 통해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대표는 "우리 단체가 제주에 있으니 서울에 올라와서 공수처에 수사의뢰서를 제출하는 일정을 헌재 판결 하루 뒤인 29일로 이전부터 잡았다"며 "이러한 내용을 공개한 마당이라 우리가 의뢰하기 하루 전 검찰이 선수를 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여러 다른 중요한 사건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고래고기 환부 사건이 1순위가 아니어도 된다"며 "공수처에서 수사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수사의뢰서를 냈고, 앞으로 추가 자료를 내는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라며 "공수처가 수사해서 어떤 의혹도 남김없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고래고기 환부 사건은 울산중부경찰서가 지난 2016년 4월6일 울산 북구 호계동 한 냉동창고에서 밍크고래 유통업자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하면서 압수한 고래고기 27톤 중 21톤을 울산지검이 업자들에게 약 한 달 만인 그해 5월3일 돌려주면서 발생했다. 특히 경찰의 반대에도 검찰이 고래고기를 돌려주는 등 양측의 갈등이 촉발된 사건이다. 
 
이 사건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첩보 문건 수사의 참고인이던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 출신 검찰 수사관 A씨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 조사 직전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다시 주목받았다. A씨는 울산지검에서도 한 차례 조사를 받았다. 
 
A씨는 지난 2018년 1월 울산에 내려가 이 사건에 대한 울산해양경찰청, 울산지검 등 현장 대면 청취 업무를 맡았다. 청와대에 따르면 A씨는 울산지검으로 조사를 받으러 가기 전날인 2019년 11월21일 민정비서관실 행정관 B씨에게 전화를 걸어 "울산지검에서 오라고 한다. 우리는 울산 고래고기 때문으로밖에 없는데, 왜 부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A씨는 이후 같은 달 24일 B씨에게 다시 전화해 "앞으로 내가 힘들어질 것 같다. 그런 부분은 내가 감당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가 지난 29일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이른바 '고래고기 환부 사건'에 대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수사를 의뢰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핫핑크돌핀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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