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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선거운동 중 인터넷 신문 실명 확인' 선거법 조항 위헌"

헌재 "침해 최소성·법익 균형성 못 갖췄다"…6대 3 위헌 결정

2021-01-28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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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선거운동 기간 인터넷 언론사의 게시판에 실명을 확인하는 조처를 하도록 한 공직선거법 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8일 구 공직선거법 제82조의6 제1항 등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에서 재판관 6대 3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선고했다.
 
인터넷 신문을 운영하는 A사는 제20대 국회의원선거 선거운동 기간, 제19대 대통령선거 선거운동 기간 홈페이지의 게시판 등에 정당·후보자에 대한 지지·반대의 정보를 게시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정부 또는 신용정보업자가 제공하는 인증 방법으로 실명을 확인받도록 하는 기술적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A사는 이에 대해 이의신청을 해 재판이 진행되는 도중 관련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재는 해당 조항이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은 인정된다면서도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심판 대상 조항의 입법 목적은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인신공격과 흑색선전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과 부작용을 방지하고,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익명 표현이 허용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 효과를 막기 위해 그 규제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심판 대상 조항과 같이 인터넷 홈페이지의 게시판 등에서 이뤄지는 정치적 익명 표현을 규제할 경우 정치적 보복의 우려 때문에 일반 국민은 자기 검열 아래 비판적 표현을 자제하게 되고, 설령 그러한 우려를 극복하고 익명으로 비판적 표현을 한 경우에도 심판 대상 조항에 따른 실명 확인을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그 표현이 삭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인터넷이 형성한 '사상의 자유시장'에서의 다양한 의견 교환을 억제하는 것"이라면서 "이로써 국민의 의사 표현 자체가 위축될 수 있으며,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자유로운 여론 형성이 방해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심판 대상 조항은 정치적 의사 표현이 가장 긴요한 선거운동 기간 인터넷 언론사 홈페이지 게시판 등 이용자가 실명 확인을 하도록 강제함으로써 익명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고, 익명 표현의 부정적 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모든 익명 표현을 규제함으로써 대다수 국민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도 광범위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불이익은 선거의 공정성 유지란 공익보다 결코 과소평가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선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이 조항이 선거운동 기간 익명 표현만을 제한하는 점을 들어 "인터넷을 이용한 선거운동은 다른 선거운동과 달리 선거운동 기간과 상관없이 허용되고 있지만, 인터넷 환경의 부정적인 측면 또는 현상이 선거운동 기간의 상황적 특성과 결합할 경우 선거의 평온과 공정성을 훼손할 위험이 높아지는 것을 부인할 수 없고, 이러한 위험을 추상적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인터넷 언론사의 홈페이지 게시판 등에서의 익명 표현만을 제한하는 점을 들어 "'인터넷 언론사'의 범위가 넓은 것은 설립과 운영의 진입장벽이 낮다는 점과 연관된 것이며, 개방성과 상호작용성을 가지는 인터넷 매체는 단지 정보의 유통을 매개하기만 하더라도 특정한 정치적 의사 표현을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전파할 수 있으므로 인터넷 매체가 언론의 기능을 하고 있다면 그에 걸맞은 객관성과 중립성에 대한 신뢰를 유지할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공수처법 조항을 상대로 제기된 헌법소원심판 사건 선고를 위해 입장해 자리에 앉아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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