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우연수

공매도 울린 게임스탑 사태…전의 불태우는 한국 개미

미국 개미들, 헤지펀드와 대결서 승리…국내 온라인선 "우리도 싸우자"…주가 방어 위한 매수 전략 위험

2021-01-29 04:00

조회수 : 4,704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비디오 게임 유통점 체인회사 '게임스탑' 주가 폭등에 국내 개인투자자(개인)들이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미국판 동학개미로 불리는 '로빈후드'가 헤지펀드 기관투자자들의 공매도에 맞서 승리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주식 시장에서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적다면서도 최근 개인들의 주식투자 자금이 역대급으로 불어났기 때문에 아주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고 말한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게임스탑은 27일(현지시간 기준) 전거래일 대비 134.84% 오른 347.51달러에 마감했다. 최근 10거래일간 상승률은 1643.91%에 달한다. 이달 초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에 불과했던 시가총액은 현재 250달러(약 27조6000억원)에 이르렀다.
 
미국 개인투자자들의 적극적 매수로 '숏 스퀴즈(Short Squeeze)'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숏 스퀴즈는 공매도 세력이 공매도한 주식의 주가가 오르자 추가 손실을 막기 위해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과정에서 주가가 더 뛰는 것을 말한다. 
 
게임스탑 사태가 가능했던건 현재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 모인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에 맞서 주식을 집중 매수하자고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토론방에 모인 개인투자자는 약 300만명이다. 게임스탑뿐 아니라 AMC엔터테인먼트, 블랙베리 등도 비슷한 이유로 급등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에 국내 주식 토론방에서도 미국처럼 '공매도 세력과 싸우자', '공매도 파산시키자' 등의 얘기가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도 게임스탑 사례가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황세운 상명대 DnA랩 객원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개인투자자들은 전세계 개미들 중 가장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그룹 중 하나"라며 "공매도 집중 종목에 개인의 매수가 몰리면 공매도 세력이 손해를 보는 일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증시에서 개인투자자들은 주식 보유 비중은 작지만 거래대금 비중이 전세계적으로 높은 편에 속한다. 코스피 시장에서의 개인 거래 비중은 50~60%에 달하며, 코스닥 시장에선 80% 수준이다.
 
개인투자자들의 결속력이 단단해졌다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미국처럼 대규모 주식 온라인 커뮤니티가 있는 건 아니지만, 포털 사이트의 종목토론방을 중심으로 의견 교류가 활발하다. 이날 오전 10시20분 기준, 셀트리온 종목 토론방에는 자정 이후로만 2300여개의 글이 올라왔다.
 
현재 미국의 백악관과 금융당국에서는 게임스탑 사례에 대해 시장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며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들의 집중 매수가 조직적 단합이나 주가조작, 시세조종이라고 보긴 어려워서 법적 문제를 발견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국내에서도 개인투자자들이 집단행동이 감지된다. 대차거래 해지 운동, 상매도 운동 등으로 '공매도 전쟁'을 선포하는 일은 종종 일어나고 있다. 대차거래 해지 운동은 주식을 빌려주지 않음으로써 기관과 외국인의 공매도 물량을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기관과 개임의 싸움이라는 불특정한 전략으로 투자에 임할 경우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일례로 중국원양자원은 상장폐지 전 기업의 건전성 등 문제에 휩싸이며 공매도의 타깃이 된 바 있다.개인 주주들이 적극적으로 방어하면서 한달 새 주가가 10배 이상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해당기업은 결국 2년도 되지 않아 중국원양자원은 감사의견 거절을 받고 시장에서 사라졌다.
 
황세운 연구위원은 "공매도가 들어가 주가를 적정 수준으로 되돌리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며 "공매도 세력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으로 무작정 매수에 뛰어드는 것 위험한 투자"라고 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모습. 사진/뉴시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 우연수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