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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진

공매도, 미루는 게 답이 아닌 이유

2021-01-27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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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주식 시장이 과열됐다는 말은 지난해부터 식상할 정도로 꾸준히 들려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증시는 날로 더 달아오릅니다. 25일 코스피 지수는 종가 기준 3200선을 처음으로 돌파했고 바로 다음 날 코스닥 지수도 20년 만에 1000선을 넘어섰습니다.
 
이같은 현상을 두고 그간 저평가되었던 한국 증시가 제자리를 찾았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우리 증시는 코리아디스카운트로 불리는 요소 탓에 미국은 물론 주요 선진국보다 저평가돼왔습니다. 개인 투자자가 많지 않았던 것도 디스카운트 원인으로 꼽힙니다. 현재 호황세가 개인 투자자의 폭발적인 자금 유입인 걸로 봤을 때 이러한 디스카운트는 해소된걸로 보입니다.
 
하지만 영끌로도 모자라 빚까지 내 주식 투자에 나선 이들이 늘어나는 건 위험 신호입니다. 지난해 3분기 가계 주식자금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가계가 금융기관으로 빌린 자금도 최대 규모로 불어났습니다. 이렇게 여유 없이 긁어모은 돈은 장기적인 투자 보다 한탕주의 투기로 흐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주식이 투자의 장이 아닌 도박판이 돼버리는 겁니다.
 
코스피가 전 거래일(3140.63)보다 68.36포인트(2.18%) 오른 3208.99에 장을 마감한 2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닥은 전 거래일(979.98)보다 19.32포인트(1.97%) 오른 999.30에,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103.2원)보다 2.5원 내린 1100.7원에 마감했다. 2021.01.25. 사진/뉴시스
 
 
아무리 개미들이 스마트해졌다 한들 도박판처럼 흐르는 주식 시장에서는 개인이 손해 볼 가능성이 큽니다. 기관과 외국인의 막대한 자금력에 대항하기도 어렵거니와 정보에서도 뒤처지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미국 국채 금리 인상 소식에 미국은 물론 우리 증시도 출렁거렸습니다. 이러한 정보를 접하는 속도에도 차이가 있었겠지만, 기대심리로 움직이는 개인 중 몇이나 이 소식을 챙겨 들었을까 싶습니다.
 
거품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거품을 없애거나 크기를 줄여야 합니다. 아무리 저평가된 증시가 본래 자리로 되돌아가는 거라 해도 마냥 상승하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닐 겁니다. 적절한 제동 장치가 없다면 거품이 낄 수밖에 없습니다.
 
공매도는 과열된 시장을 조정해 거품을 줄이는 역할을 합니다. 거품이 터졌을 때를 생각한다면 공매도 재도입을 늦추는 건 오히려 개인의 손해를 키우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현재 공매도는 개인에게 '대주환경' 제약이 심해 불합리한 면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막연히 공매도 재개를 미루기보다, 불합리한 면을 제대로 손질해 시행하는 게 장기적인 이득이 아닐까 싶습니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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