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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이익공유제)①대리급도 희망퇴직 하는 마당에…거대여당의 도 넘은 '반시장 폭주'

이익공유제 주체로 금융권 지목…업계사정 모르고 "코로나 반사이익"…금융권에선 "선심정책 안돼"

2021-01-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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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권유승·김응태·신병남 기자] 여당이 코로나19 상황에서 얻은 기업의 수익 일부를 소상공인 등에게 나눠주는 이른바 '이익공유제' 대상으로 금융권을 지목하면서 반발이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여러 공적지원으로 경영 부담이 큰 상황에서 또 다시 반시장적 포퓰리즘 정책으로 목을 조른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배당 제한 압박까지 겹치는 상황에서 주주가치 훼손이 우려되는 데다 이익은 노동성과인 만큼 인건비를 둘러싸고 노조와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금융권은 24일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이익공유제와 관련한 입법 절차에 착수하고 이를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선적으로 금융권이 거론되고 있어서다. 특히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9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코로나 상황에서도 가장 큰 이익을 보고 있는 업종은 금융업"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는 업권 실정을 전혀 모르는 주장이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해 3분기 순이익은 7조5830억원으로 전년 동기(8조2787억원)보다 8.4% 줄었다. 저금리로 가계대출이 크게 늘었다는 시각이 강하나, 자금 운용 폭이 줄어들면서 수익성이 악화했다. 주요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은 지난 3분기 기준 역대 최저치인 1.40%를 기록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지원책을 주장할 수는 있지만 이자 상환 유예로 충당금을 적립하고 있는 등 코로나 사태 처음부터 공적 역할을 이행하고 있다"면서 "이자지급 제한 등 동시다발적으로 지원책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면 선거철을 앞두고 선심성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카드사와 손해보험사는 순이익이 지난 2019년보다 소폭 늘었으나, 올해 실적은 낮았던 과년도 실적에 따른 기저효과로, 반사이익과는 거리가 멀다. 
 
카드사의 경우 벌어들인 수입은 그대로나 마케팅 비용이 감소하면서 '불황형 흑자'를 기록했다.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의 3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8.8% 신장했다. 반면 가맹점수수료, 카드론 등 카드 수익에서 비용을 제외한 3분기 카드 손익은 6조91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 감소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가 벌어들이는 수입과 순이익을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며 "지난해 순이익이 개선된 것은 오프라인 마케팅 비용이 줄어든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했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결국 이익을 분담하는 공유제가 시행되면 카드사들은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소비자 혜택을 줄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설명했다.
 
보험사도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가량 늘었다. 순이익이 소폭 올랐지만, 일회성 요인과 기저 효과가 크게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이익공유제와 관련해서 보험업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사항은 없다"면서도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실손의료보험도 마찬가지며 특히 2019년 손해율이 제일 나빴을 시기인데 이때와 비교해 실적이 나아졌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저금리로 운용자산이익률도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올해도 업황이 좋지 않을 게 눈에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이익공유제로 보험사가 언급되는 것조차 사실 부담스럽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단기 수익 여부는 차치하고 정부가 금융권에 대한 지원 압박 자체를 종용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미 코로나발 건전성 악화를 우려해 금융사의 배당 정책을 압박하면서 주주가치를 해치고 있다. 또한 금융사들은 구조조정을 통해 인건비를 줄이고 있어 수익을 나누자는 주장은 반시장적 접근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은행들은 최근 대리급 직원까지 희망퇴직 신청서를 받았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사가 구조조정으로 인건비를 줄여가면서 영업해왔는데 기부라는 형태로 지원이 진행되면 노조와의 관계도 어려워질뿐더러 주주가치도 훼손할 것"이라면서 "소상공인 지원책이란 명분이지만 자영업자 확대를 유도하는 형태로 비칠 수 있어 전반적인 고용 질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지난 14일 코로나 이익공유제 실현 현장 방문의 일환으로 서울 영등포 지하상가 내 네이처컬렉션을 찾아 정기화 가맹점주(이 대표 왼쪽)의 얘기를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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