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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등용

(시론)소상공인을 어떻게 살려야 하나?

2021-01-22 06:00

조회수 : 3,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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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의한 팬데믹은 경제적 약자인 소상공인에게 가장 큰 피해를 줬다. 일년 가까이 지속돼 온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조치로 영업이 제한되면서 매출이 급감한 소상공인은 ‘죽음의 계곡’에 빠져 빈사상태에 놓여 있다.   
 
코로나 백신이 접종되기 시작되며 희망이 엿보이지만, 정상으로 돌아가려면 아직 요원하다. 2021년에도 코로나 바이러스는 여전히 기승을 부려 소상공인의 경제적 고난을 가중시킬 것이다. 이렇게 또 다시 한해가 가면 살아남을 소상공인이 얼마나 될까? 35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부암동의 대형 중식당이 십분의 일로 감소한 매출액으로 월 2억원의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영업을 중단했다고 한다.   
 
‘종말의 위기’에 직면한 소상공인에게 정부와 지자체는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지금까지 세 차례에 걸쳐 재난지원금,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임차료 직간접 지원, 장기저리 자금대출이 지원됐다. 그러나 이런 지원책이 소상공인의 생존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재난지원금은 200만~300만원에 불과해 소상공인 손실을 보전해 주기에 턱 없이 적다. 고용안정지원금이나 임차료 지원도 예산의 제약 때문에 한계가 있다. 대출 지원은 2000만~3000만원 한도로, 장기화 된 영업 부진을 견딜 만큼의 자금을 공급해 주지 못한다. 
 
현재는 소상공인 지원 방안이 전액 무상인 재난지원금과 전액 상환하는 대출 제도만 있어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오지 못한다. 재난지원금은 보편적 지원과 선별적 지원의 논쟁 속에서 지원 대상과 지원 규모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피해업종 선별, 피해금액 산정, 지원기준 수립, 예산 배분 및 집행 과정 등이 어렵고 시간이 소요돼 신속하고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못한다.
 
그렇다고 소상공인 대출을 계속 확대할 수 없다. 부채 부담이 커지고 원리금 상환 시점에 부실이 대거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소상공인의 피해 규모는 커지는 데 반해 재난지원 예산은 1차 14조3000억원, 2차 7조8000억원, 3차 5조6000억원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안타깝게도 코로나가 발생한지 일 년이 되는 지금 이 시점에도 소상공인을 어떻게 지원해 살아남게 할 것인가에 관한 정책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보편적 지원과 선별적 지원의 논쟁이 대표적이다. 지원의 예산 규모에 대한 입장도 다르다. 긴급 상황이므로 과감한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정부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라는 주장이 대립되고 있다. 국회에서는 임대료, 이자율, 수수료 등을 동결하거나 삭감하는 법안이 발의되고 있다. 
 
백가쟁명 식으로 논의는 무성하지만 실행은 느리다. 큰 불이 났는데 양동이로 몇 차례 뿌리면서 어디부터 뿌려야 할지 다투는 꼴이다. 불이 발등에 떨어져서 급조된 지원책은 현장과 괴리돼 별 효력을 갖지 못한다. 찔끔찔끔 몇 차례 나눠 지원하면서 그 때마다 대상, 기준, 조건이 변경되어 혼란만 키우고 있다. 새희망자금(2차 재난지원금), 버팀목자금(3차 재난지원금)으로 이름도 달라 헷갈리게 만든다.
 
최근에는 여당 대표가 ‘이익공유제’를 제안해 뜨거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코로나 덕분에 이익을 본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피해본 소상공인을 위해 이익을 공유하자는 제도로 그 의도와 취지는 좋다. 포스트 코로나 경기 회복이 ‘K자형’ 곡선을 그리며 경제적 불균형이 커지는 가운데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현재 정부 예산에 의존하는 지원금과 대출금밖에 없는 상황에서 민간 기금을 설립해 소상공인을 지원하자는 발상은 신선하다. 
 
다만,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정당 대표가 거론하니 비판과 반대가 봇물처럼 쏟아졌다. 건설적 토론은 생략된 채로 이전에 논란이 됐던 ‘초과이익공유제’와 ‘협력이익공유제’와 같이 싸잡아 반기업적 제도로 매도되는 것이 아쉽다.     
 
서민경제의 기반인 소상공인이 살아남아 회생하도록 도와주는 것은 정부와 정치권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나서야 할 과제이다. 과거 IMF 위기에서 국민이 자율적으로 시작한 ‘금모으기 운동’과 같이 ‘소상공인 살리기 운동’이 민간 차원에서 전개돼야 한다. 국민들이 주도적으로 소비 활성화에 앞장서고 정부는 보조적으로 뒷받침할 때 효과가 커진다. 예를 들어, ‘1일(日)1소(消) 운동’처럼 국민이 하루에 한군데 이웃가게를 (방문이나 포장으로) 이용해 소비해주면 큰 도움이 된다. 정부는 이런 소비 행위를 쿠폰 및 소득 공제와 연계해 혜택을 제공해 장려한다.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은 농촌 살리기로 ‘1사(社)1촌(村)’ 운동을 했던 것과 비슷하게 ‘1사(社)1동(洞)’으로 한 동네를 정해 그 곳의 소상공인들을 집중적으로 이용해 주는 캠페인을 실행하는 것이다. 민간기업들이 사회적 가치를 기업경영의 철학으로 중시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강조하며 참여를 유도하면 거부감도 줄어들 것이다. 
 
민간이 자발적으로 기금을 조성해 소상공인의 손실과 비용을 보전해 주는 것도 추진해 볼 수 있다. 소상공인의 경제적 부담이 큰 인건비, 임대료 등의 고정비를 당사자들이 분담하고 일부를 민간기금과 정부예산으로 나눠 지원해주면 훨씬 많은 소상공인들이 코로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K방역은 정부만 혼자 수행하는 것이 아니다. 전 국민이 동참해야 비로소 완벽한 방역이 이뤄진다. 소상공인의 코로나 위기 극복도 마찬가지다. 정부 지원만으로 불충분하다. 전국민이 참여해 도움을 줘야 온전해진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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