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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홍

기아 ‘애플카’ 생산설…뭉치는 ‘비 테슬라’ 진영

GM과 MS도 자율주행 분야 협력…완성차-IT 업체 간 연합구도 형성

2021-01-20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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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미래 자동차 분야 패권을 잡기 위해 글로벌 자동차 업체와 IT 기업 간 합종연횡이 가시화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자율주행차 개발에 손을 잡았고 기아와 애플이 ‘애플카’ 생산에 협력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테슬라를 넘기 위한 ‘비 테슬라’ 연합 구도가 형성되는 등 미래차 판도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과 애플은 전기차 분야 협업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기아가 미국 조지아 공장을 활용해 애플카 생산에 나설 수 있다는 추측도 나왔다. 이에 대해 기아는 20일 공시를 통해 “당사는 자율주행 전기차 사업 관련 다수와 해외 기업들과 협업을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 결정된 바 없다. 상기 내용과 관련해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현대차(005380)도 지난 8일 애플카 협력에 대해 비슷한 내용의 공시를 한 바 있다. 
 
애플은 지난 2014년 ‘타이탄 프로젝트’를 공개하면서 자동차 분야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후 전기차, 자율주행 관련 특허를 지속적으로 출원하고 미래 모빌리티 분야 스타트업을 인수했으며, 현대차그룹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에 협업을 제안하면서 자동차 분야 진입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애플과 현대차그룹이 애플카 협업에 나설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애플은 스마트폰 이후 모빌리티를 핵심 영역으로 설정하면서 현대차그룹에 협업을 제안했다”면서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도 수익 다변화, 브랜드 신뢰도 향상 등을 감안하면 애플의 제안을 거절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체들도 미래 모빌리티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합종연횡에 나서고 있다. MS를 비롯한 컨소시엄은 GM 산하 자율주행 업체 크루즈에 20억달러(약 2조2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크루즈는 본사가 위치한 샌프란시스코 등에서 자율주행차를 테스트하고 있으며, 향후 MS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애저’를 이용해 자율주행차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중국의 IT 기업인 바이두는 지리자동차와 합작해 ‘바이두 자동차’를 설립하고 자율주행 전기차를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바이두는 2017년 개방형 자율주행 개발 플랫폼인 ‘아폴로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자율주행차 분야 진출을 타진해왔다. 업계에서는 바이두의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능력과 볼보 브랜드를 보유한 지리자동차의 시너지 효과가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리자동차, 바이두 외에 바이튼, 폭스콘 등이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면서 “애플이 현대차그룹과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이들 기업과 협업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우디와 중국 자동차 기업 제일자동차(FAW)도 전기차 합작 생산을 추진한다. 양사는 300억위안(약 5조원)을 투자해 합작공장을 설립하고 2024년부터 본격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GM과 MS는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협력에 나섰다. 사진/한국지엠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IT 업체가 손을 잡으면서 자동차 업계의 지각변동이 본격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테슬라 vs 비 테슬라 구도로 진행될 가능성도 제시된다.
 
이호중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전동화, 자율주행으로 대표되는 자동차 산업 전환 초기에 테슬라가 출현했다면 현재는 애플이나 MS, 바이두 등 빅 테크(Big Tech) 기업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시장진입을 결정했다고 본다”면서 “이들 기업은 막강한 자본 조달력, 높은 브랜드 인지도, 개발 및 생산 역량을 토대로 기존 자동차 산업 구조에 파괴적인 변화를 일으킬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빅 테크 기업들이 소프트웨어 역량을 기반으로 미래차 개발 및 출시를 위해 완성차 업계와 협력하겠지만 소프트웨어 플랫폼 지배력을 높인 이후에는 통제를 강화하려고 할 것”이라며 “완성차 업체들은 IT 기업과 협업해 소프트웨어 역량을 내재화하면서 양측이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협력과 경쟁을 반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테슬라가 선도하고 있는 모빌리티 시장 구도를 바꾸기 위해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 간 비 테슬라 협업이 구체화되고 있다”면서 “현대차그룹-애플의 협업 가능성도 이 구도에서 흥미로운 이슈이며, 양측이 지닌 강점을 감안하면 실현될 공산이 크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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