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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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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범종입니다.
최후진술로 돌아본 이재용 부회장의 회한

심급 오를수록 2배씩 분량 늘어…파기환송심, ‘진정성’ 인정

2021-01-19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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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뇌물죄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됐습니다. 첫 구속기소 이후 4년만입니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삼성의 새 준법감시제도 정착 의지에 진정성이 있지만, 현재 수준을 총수의 양형 사유로 인정하기에는 부족했다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뇌물 사건 배후로 지적된 과거 미래전략실 같은 컨트롤타워(가온머리) 위법 행위에 대한 대응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시간이 흐른 뒤 더 큰 도약을 위한 준법윤리경영의 출발점으로서 대한민국 기업 역사에서 하나의 큰 이정표라는 평가를 받게되길 바란다”고 격려하기도 했습니다.
 
그간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주범으로 지목돼 4년 간 법원을 오갔습니다. 그는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딸 정유라 씨 승마 지원 등 86억8081만원을 뇌물공여한 혐의 등이 유죄로 인정됐습니다.
 
이 부회장은 각 심급 최후 변론마다 절절한 심경을 밝혀왔습니다. 선대 회장과 임직원의 노고, 국민의 성원으로 오늘날 삼성이 있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는 내용입니다. 적극적 뇌물공여라는 특검 측 주장은 부인하면서도, 잘못된 결과에 대한 책임은 자신이 지겠다는 태도를 보여왔습니다.
 
관심을 끄는 부분은 심급이 거듭될수록 늘어나는 분량입니다. 이 부회장은 200자 원고지 기준으로 1심 때는 약 5매, 2심 때는 약 10매, 이번 파기환송심 때는 약 17매 분량으로 최후 진술했습니다.
 
1심 최후진술은 함축적이었습니다. 그는 “창업자인 선대 (이병철)  회장님,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신 (이건희) 회장님 뒤를 이어받아, 삼성이 잘못되면 안 된다는 중압감에 저도 노심초사하며 회사 일에 매진해왔다”며 “하지만 정작 제가 큰 부분을 놓친 것 같다. 저의 성취가 커질수록 국민과 사회가 삼성에 거는 기대는 더 엄격하고 커졌다”고 돌아봤습니다. 1심은 그가 뇌물 89억원을 적극 공여했다며 징역 5년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사람의 진심을 말의 분량으로 판단하기 어렵지만, 이 부회장은 2심 결심 때 더 많은 해명과 다짐을 했습니다. 자기 혐의에 대한 오해와 전반적인 반성으로 끝난 1심과 달리, 주제를 ‘빚’으로 잡아 인생을 반추했습니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저 이재용은 가장 빚이 많은 사람”이라며 “좋은 부모 만나 좋은 환경에서 윤택하게 자랐고, 받을 수 있는 최상의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자신이 누린 혜택이 무엇인지 수감 생활을 통해 잘 이해하게 됐다고도 했습니다.
 
1심 때 언급한 선대 회장 이야기는 기업인 이재용의 꿈 이야기로 구체화됩니다. 이 부회장은 “저는 재벌 3세로 태어났지만, 제 실력과 노력으로 더 단단하고 강하고 가치있게 삼성을 만들고 싶었다”며 “저 자신이 세계적인 초일류기업의 리더로 인정받고 싶었다. 이는 전적으로 저 자신에게 달린 일”이라고 했습니다. 이런 자신의 입장과 꿈이 있기에, 대통령 도움을 대가로 적극적으로 뇌물을 줬다는 혐의는 인정할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아버지처럼 셋째가 아니라 외아들인데 경쟁할 후계자도 없다고도 했습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에게 불려가 제 할 일을 제대로 못한 책임과 비난을 짊어지겠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이번 선고 직전에 밝힌 그의 소회는 병상에 아버지를 모시고 법정을 오간 아들의 비탄이었습니다. 그는 지난달 30일 결심공판에서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경영환경과 새 준법감시 체제를 언급한 뒤, 아버지 고 이건희 회장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이 부회장은 “1987년 11월 이병철 회장님이 돌아가셨을 때 저는 대학교 1학년이었다”며 “경황 없는 와중에도 아버지는 그날 저녁 일본 지점장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회상했습니다. 도시바 등 당시 일본 최고 기업들과 미팅 약속을 잡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위상이 지금같지 않았던 시절, 아버지가 자신을 일본 기업의 전무와 상무, 부장급 엔지니어에게 데려가 머리 숙이며 최신 정보를 얻으려 애쓴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했습니다.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며 치열하게 살아온 삼성맨 이재용은 이제 선두 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 국민 신뢰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말했습니다.
 
최후진술은 결심 두 달 전 치른 이건희 회장의 영결식 이야기로 끝났습니다. 이 부회장은 아버지 고동학교 동창이 추도사에서 말한 ‘승어부’를 강조했습니다. 그는 아버지를 능가하는 것이 진정한 효도이므로, 사업 확장은 물론 부당한 압력에 굴하지 않는 준법 제도로 사랑받는 삼성을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재판부는 그의 진정성을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준법조직 사이의 유기적 연계, 위법행위 신고 시스템 구축 등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려는 피고인의 진정성과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되어야 함은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피고인 이재용은 최후 진술에서 모두가 철저하게 준법감시 틀 안에 있는 회사로 바꾸고, 준법을 넘어 최고 수준의 투명성과 도덕성을 갖춘 회사로 만들겠다고 다짐한 바와 같이, 이 재판 과정에서 새로 강화된 준법감시제도를 운영하면서 준법경영 의지를 진정성 있게 보여줬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현재 삼성의 준법감시제도가 새로운 유형의 위험을 예방·감시하는 수준은 아니어서, 양형에 반영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삼성의 새 준법감시 제도가 양형 요소로 반영되지 않았지만, 이 부회장의 진정성은 인정 받았습니다. 2심 집행유예 선고 전까지 353일 수감된 그는 1년 6개월 형기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이 부회장 측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재상고 여부를 검토할 계획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논단 관련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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