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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범

[IB토마토]코스피 3000이 배 아픈 우리금융…금융지주사 중 꼴찌 이유는?

예금보험공사의 존재·낮은 배당성향 기대감·대출채권증가율 급증 '대손우려'

2021-01-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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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21년 01월 18일 17:4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코스피 3000시대가 열렸다. 증시는 역대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우리금융지주(316140)는 코스피 3000시대가 딴 나라 이야기다.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미래산업은 성장 기대감과 함께 주가를 드높인 반면 금융지주사의 주가는 몰아친 광풍에서 외면받았다. 특히 우리금융지주는 4대 금융지주사 중에서도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주요 금융지주사의 주가 변동
 
18일 우리금융지주의 주가는 전 거래일 보다 1.71% 떨어진 9750원을 기록했다. 시가총액은 7조 421억원으로 주요 금융지주사와 비교할 때 가장 작다. 주당 순자산 비율(PBR)  역시 0.33으로 신한지주(055550)하나금융지주(086790)의 0.4와 KB금융(105560)의 0.47과 비교하면 차이가 난다. 
 
전문가들은 우리금융지주의 주가 상승을 막는 원인으로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를 주목했다. 옛 우리금융지주는 공적자금 회수를 목적으로 2001년 금융지주회사로 설립됐다. 이후 민영화와 해체를 반복하며 지분율을 낮췄지만, 민영화는 아직 종료되지 않았다. 예보는 우리금융지주의 최대주주로 지분 17.25%를 보유 중이며, 매년 3월 말 보유 중인 우리금융지주 지분의 처분 계획과 실적을 법에 따라 국회 정무위에 보고해야 한다. 
 
공적자금 운용관련 보고 문서.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대주주가 예보다 보니 우리금융지주가 규제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란 오해를 받는다"라고 말했지만, 최대주주가 정부이자 국회의 감시를 받는다는 점은 대표적인 규제산업인 금융업의 특성과 맞물려 정부 친화적일 것이란 인상을 줄 수밖에 없다. 또한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해외금리 연계 사모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와 관련해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등에 대한 주주대표소송을 검토해보겠다"라고 말한 점을 고려할 때 오해라고 치부하긴 어렵다. 
 
지주 차원의 자사주 매입과 같은 주가 부양책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성장성이 낮은 은행주의 특성상 지주사의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가 부양은 세계적인 트렌드다. 미국의 1위 은행 JP모건 체이스는 지난 2019년 약 26.5조원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잠시 제동을 걸긴 했지만, 지난달 JP모건은 다시 자사주를 매입할 채비를 갖췄다. 반면 우리금융지주는 주주들의 실제 배당과 관계 없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 소식만 들려온다. 
 
자사주 매입을 통한 배당성향 제고는 둘째치고, 보통주자본비율도 문제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6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내부 등급법 승인을 받았지만 여전히 타 금융 지주사들과 비교해 1.5~2.5%p정도 보통주 자본 비율이 낮다. 보통주 자본 비율이 낮다는 것은 배당 여력이 그만큼 적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최대주주가 예보라는 점은 배당 기대감을 더욱 줄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한민국 은행업은 정부가 보장해 준 과점산업으로서 역으로 이야기하면 정부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다는 의미"라며 "정부가 대주주인 이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금융지주사의 고정이하여신비율.
 
마지막은 전 금융권이 공통적으로 당면한 과제인 코로나19영향이다. 지난해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해 대규모 상환유예 조치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회사의 부실여신비율은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 한계 차주에게는 상환 유예를 하지 않았다"라고 했지만,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본부장은 "실물경제가 역성장하는 상황에서 금융회사의 부실여신비율이 사상 최저수치를 경신하는 모습은 상식적이지도, 지속가능하지도 않다"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착시효과가 발생한 원인은 차주가 더 이상 차입금을 상환할 능력이 없는데도 금융회사가 지속적으로 대출기한을 연장해 주는 에버그린론(Evergreen Loan·연명 대출)을 금융사들이 표면적으로 정상 여신으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판단이 금융사의 실적을 견인한 셈이다. 우리금융은 넉넉하게 충당금을 쌓았다는 평가를 받지만, 신평사 관계자는 "턱 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보고서를 낸 이 본부장은 "한국은 코로나19 이후 정부, 기업, 가계 각 경제주체가 소득 대비 과도한 수준으로 부채를 증가시키고, 이는 시간을 두고 '부채의 역습'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라고 덧붙였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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