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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SKB, 접속·전송 구분 놓고 갑론을박…결국 전문가 의견 듣기로

망 대가 소송 2차 변론서도 개념·용어 사용 논쟁 지속

2021-01-15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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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가 1차 변론에 이어 2차 변론에서도 망 이용 대가에 대한 해석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양측은 기술적 용어에 대한 논쟁의 반복을 피하기 위해 다음 변론기일에 기술 프레젠테이션(PT)과 전문가 증인 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20부는 15일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의 소' 2차 변론을 열었다. 지난 1차 변론에서는 넷플릭스가 망 이용 대가 관련 협상의 의무가 없음을 확인할 이익이 있다는 사실을 판단하는 게 중요했다. 그러나 이날 SK브로드밴드가 재판부에 반소를 제기하겠다고 밝히면서 '망 이용 대가'만 쟁점으로 남게 됐다. 
 
망 이용 대가, '접속료'와 '전송료' 구분해야 하나
 
양측은 '망 이용 대가'를 판단하기 위해 망 이용 과정에서 '접속'과 '전송' 비용을 나눌지에 대해 다퉜다. 
 
넷플릭스는 접속료와 전송료를 구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넷플릭스와 같은 콘텐츠사업자(CP)의 의무는 이용자가 콘텐츠에 '접속'할 수 있게 하는 데까지 있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이 때문에 '전송'의 대가는 CP가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한다. 통신사업자(ISP)는 이용자에게 데이터 용량과 최저 속도 보장 등 방식으로 인터넷 서비스 가격을 차등 판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송은 결국 ISP의 의무라는 거다. 
 
넷플릭스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김앤장 측은 "미국 이용자가 한국 CP의 콘텐츠를 이용한다고 해서 한국 CP가 미국 ISP에 전송료를 내지 않는 것과 같은 논리다"라고 강조했다. 
 
SK브로드밴드는 전송료가 무상이라는 주장은 트래픽량에 따라 접속료를 다르게 산정하는 '전기통신설비 상호접속기준'과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SK브로드밴드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세종은 "접속과 전송을 분리하는 것이 '인터넷 기본 원칙'이라는 증거는 없으며 일반적으로 국내 CP는 전송료는 접속료를 포함해 지불하고 있다"고 했다. 
 
SK브로드밴드는 이어 넷플릭스가 이용자에게 지는 의무는 '콘텐츠 제공'인데 이는 통신망을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전송'까지 CP가 책임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넷플릭스 "오히려 CDN 비용 받아야" vs SKB "CDN은 ISP 아냐"
 
'접속'의 개념에 대해서도 논의는 이어졌다. 넷플릭스는 만약 '접속료'에 '전송료'가 포함된다면 오히려 자신들이 SK브로드밴드에게 받을 비용이 있을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이는 넷플릭스가 구축한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인 오픈커넥트(OCA)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비용 절감을 위해 일본과 홍콩에 OCA를 만들었다. 
 
넷플릭스는 OCA는 자신들이 구축한 네트워크이기 때문에 ISP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내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ISP와 CP 사이뿐만 아니라 ISP와 ISP의 연결도 '접속'으로 본다는 것이다. 미국 본사에서부터 자사 콘텐츠를 일본과 홍콩 OCA까지 끌어오는 비용은 넷플릭스가 부담한다. 넷플릭스 측은 "SK브로드밴드가 오히려 이 비용을 우리에게 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항변했다. 
 
이에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의 OCA까지 SK브로드밴드가 보내는 정보(트래픽)가 없는데 왜 비용을 내야 하냐고 반박했다. SK브로드밴드 측은 "CDN은 전통적으로 ISP와 동일하게 보지 않는다"며 "넷플릭스가 CDN을 OCA라는 이름으로 내재화한 만큼 다른 CDN 사업자처럼 망 이용 대가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망 중립성은 망 이용료 면제를 의미하는가
 
'망 중립성' 개념과 '망 이용료'의 관계도 도마 위에 올랐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가 전송료를 받는다면 '망 중립성'을 위배하는 행위라고 주장한다. ISP는 망 중립성에 의해 데이터 트래픽이나 유형 등을 이유로 CP를 차별할 수 없다. 
 
반면, SK브로드밴드는 망 중립성이 CP가 망을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망 중립성은 불합리한 차별만을 금지하는 것이지 망 이용 대가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결국 2차 변론에도 양측의 논리는 망 이용 대가에서 '망 이용'의 개념과 '망 중립성'의 의미에 대한 차이 때문에 1차 변론과 비슷한 형태로 공회전했다. 이에 재판부는 용어 및 개념 정의를 확실히 하기 위해 다음 재판 기일인 4월 30일 기술 PT와 전문가 증인 신문을 갖는다. 양측에 1시간씩 기술 PT 및 증인 신문, 반대 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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