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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

'한국 대중음악 생태계'가 사라진다

2021-01-15 11:21

조회수 : 3,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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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되는 코로나19 위기로 많은 소규모 공연장과 라이브 클럽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소규모 공연장과 라이브 클럽이 없어지면 한국 대중음악의 다양성을 지키는 근간이 무너집니다."(라이브클럽데이 관계자)
 
한국 대중음악의 생태계를 일구던 문화 공간들이 사라지고 있다. 
 
지난달 홍대 앞 밴드신 ‘메카’로 불리던 라이브 공연장 브이(V)홀은 아예 간판을 내렸다. 지난 9월부터 사실상 영업을 중단해왔다. 새해 벽두에는 합정역 인근 에반스라운지가 문을 닫았다. 2011년 창립 이래 어쿠스틱, 재즈, 락, 팝, funk, 힙합 같은 다양한 장르 음악의 음악가들이 소소하게 무대를 꾸미던 공간이다.
 
이밖에도 ‘음악 산실’ 역할을 하던 홍대 라이브 공연장들은 올해 하나 둘 문을 닫거나 휴업했다. 지난 3월 무브홀이 철수했고 롤링홀, 상상마당 라이브홀 등 다수 공연장들은 코로나 확산세를 주시하며 공연 재개와 취소를 반복해왔다.
 
매달 금요일 열리던 홍대 로컬 음악 축제 ‘라이브클럽데이’는 지난해부터 휴업상태다. 이 축제는 소비 공간으로 전락한 홍대 앞을 문화적 영감이 넘치는 곳으로 다시 만들어가겠다는 취지로 시작한 행사다. 2011년 11개 라이브 클럽과 40여팀의 뮤지션들이 시작해 약 9년여를 이어왔지만, 지난해부터 위기에 봉착했다.
 
이 행사의 관계자는 "지난 1년, 별다른 정책적 경제적 지원 없이 정부의 방역 지침에 함께하며 사실상 폐업과 가까운 너무나도 가혹한 시간을 버텨왔지만 이제는 한계점에 이르렀다. 아니 이미 한계를 넘어 많은 공간들이 문을 닫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젠트리피케이션에 의한 임대료 상승에 맥을 못 추다가, 올해 코로나가 터지면서 생업 자체가 안 되는 상황으로 악화됐다는 게 대다수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정부의 지원 방식에 대한 아쉬운 목소리도 나온다. 문화 생태계는 넝쿨처럼 자연스럽게 자라는 것인데, 정부가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엉뚱한 정책만을 쏟아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라이브클럽데이를 운영하는 라이브클럽협동조합 (클럽 에반스, 컨벤트, 클럽 FF, 벨로주, 상상마당 라이브홀, 웨스트브릿지 라이브홀, 프리즘홀, CJ 아지트 광흥창)은 공식 성명도 냈다.
 
소규모 공연장과 라이브 클럽의 공연에 대한 비현실적인 거리 두기 정책 조정, 인디 음악 생태계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 등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기존 정원의 70% 이상 허용 등 지난 1년의 방역 데이터를 감안해 현실적 기준으로 공연장 내 거리두기를 조정해야한다는 안이다. 문체부의 뮤지컬, 클래식 공연 등에 대한 지원 몰아주기도 지난해부터 계속해서 나오는 문제제기지만 크게 변화하질 않고 있다.
 
국내 재즈 문화의 ‘산실’로 자리매김하던 ‘원스 인 어 블루문’은 작년 11월14일 공연을 끝으로 22년 역사를 뒤로한 채 문을 닫았다. 당시 무대에서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씨가 먹먹한 목소리로 관객들과 이어가던 대화가 생생하다.
 
“재즈는 늙지 않는 음악입니다. 어딘가에서 이렇게 계속 연주될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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