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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차기태의 경제편편)지금 증시 보고 샴페인 터뜨려도 될까

2021-01-13 06:00

조회수 :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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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가 드디어 코스피 지수 3000 고지에 올라섰다. 지난 7일 전날보다 오른 3031.68에 마감했다. 코스피 시가총액도 이미 지난 4일 2000조원을 돌파했다.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훌쩍 넘어선 것이다.
 
한국 주식시장의 3000고지 돌파는 충분히 기념할 만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증시의 역사는 물론 경제개발 역사를 돌아볼 때 결코 사소한 성취는 아니다. 그러니 폄하할 필요는 전혀 없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모든 국민이 우울하고 피로한 가운데 얻은 이번 성취는 그래서 더욱 돋보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방송에 출연해 한국 증시의 이런 성취의 요인에 대해 "국내 경제여건에 대한 평가에다 기업 실적과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가 종합적으로 반영된 것이라 본다"고 풀이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도 한몫한다. 이에 따라 반도체, 2차전지, 전자, 자동차 등의 기존 주력품목과 바이오 등 새로운 품목의 수출 증가에 대한 기대가 큰 것이다.
 
지난해부터 개인들이 적극적으로 주식투자에 참여한 것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른바 '동학개미'라고 일컬어지는 주식투자 열풍은 전례없이 강력했다. 이에 따라 고객예탁금이나 주식 활동 계좌 모두 사상 최대에 도달했다. 지난해 한해동안 주가가 올라 주요 20개국(G20) 대표 증시 중 상승률 1위를 기록한 원동력도 여기에 있었다. 코스피의 3000고지 돌파도 어느 정도 예견돼 온 일이다.
 
과거에는 한국 증시가 거의 외국인 투자자들에 의해 휘둘리다시피 했다. 그렇지만 이제는 개인투자자들이 뒤에서 버텨주고 있다. 따라서 외국인들이 일부 주식을 팔아치우더라도 개인투자자들이 받아준다. 덕분에 국내 증시가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스스로의 힘으로 시장을 지키는 것이다.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던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려의 시선도 아직 완전히 떨쳐버릴 수는 없다. 우선 빚내서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한국 증시에 부각됐던 '빚투'(빚내서 투자)하는 열풍의 결과이다. 증시가 언제나 지금처럼 좋다면 모르겠지만 그것은 장담할 수 없다. 언젠가 급격한 하락장이 다시 연출될지도 모른다. 그럴 경우 이같은 빚투 열풍이 충격을 더 키울 가능성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보다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분명히 있다.
 
더욱이 실물경제와의 격차가 심하다. 특히 내수는 여전히 차갑다. 이 때문에 자영업자들은 악전고투를 거듭하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조치로 말미암아 음식점 카페 주점 노래방 등 자영업자들은 전년에 비해 큰 폭의 매출감소를 겪었다. 아예 폐업하는 사업자들도 많다. 요컨대 국내 내수경기는 냉방상태나 다름없지만, 주식시장은 뜨거운 사우나 같다. 그 대비가 빛과 어둠 만큼이나 크다.
 
이렇게 간극이 큰 가운데 치솟는 증시를 바라보면서 불안해 하지 않을 수 없다. 국내 경제의 뒷받침을 받지 못한 채 솟아오르니 노심초사하게 된다. 만약 코로나19가 국민과 정부의 기대와 달리 오래 끈다면 어떻게 될까? 자영업자들과 내수 시장의 어려움은 더욱 커질 것이다. 주식시장도 거친 물결 위를 떠도는 조각배처럼 흔들릴 수도 있다.
 
한국 증시를 떠받치고 있는 또하나의 자원은 지난해 5월 한국은행의 금리인하로 늘어난 시중유동성이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금리는 다시 올라야 하고 과도한 시중에 넘쳐나는 돈도 다시 쓸어담아야 한다. 지금 같은 과잉유동성을 한없이 방치할 수는 없다. 자력생존이 어려운 한계기업도 정부의 긴급지원 덕분에 일단 연명하고 있다. 구조조정은 후일로 미뤄지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국내 증시와 경제회복에 발목을 잡을지도 모르는 요인들이다. 그렇기에 지금 증시의 큰 성취를 보고도 샴페인 터뜨리기를 망설이게 된다.
 
이번 성취를 지키고 오래도록 이어가기 위해서는 국내경제의 선순환구조를 더욱 튼실히 해두어야 한다. 고전하는 내수를 최대한 부축여주고,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도 꾸준히 진행해야 한다. 이런 기본과제를 착실히 해결해 나가다보면 추가상승도 가능할 것이다. 코스피지수가 4000이나 5000까지 오르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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