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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조선업 새해 반등한다는데…중형사는 '울상'

2021-01-11 09:06

조회수 :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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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조선사들이 지난해 연말부터 연이어 대규모 수주에 성공하면서 몇 년간 침체했던 조선업황이 새해엔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집니다. 이처럼 조선업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지만 이는 대형사에 한정한 이야기인데요. 중형 선사들이 새해에도 힘들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대형사와 중형사의 희비를 가른 가장 큰 요인은 선종입니다. 대형사들이 이번에 수주한 선종은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같은 고부가가치 선박입니다. 반면 중형사들 주력인 벌크선이나 탱커(유조선) 시장은 여전히 얼어붙어 있습니다.
 
이에 따라 중형사들의 수주 실적이 저조한건데요.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국내 중형 조선사들이 수주한 물량은 14척(28만CGT)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1% 감소했습니다. 이는 국내 조선사 전체 수주량의 4.2%에 불과한 물량입니다. 아직 통계가 나오진 않았지만 업계에 따르면 4분기에도 눈에 띄는 수주 실적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중형사들의 남은 수주량은 39척에 불과하며, 4분기 추가 수주가 없다면 올해 상반기에는 일감이 없는 조선소가 나올 수 있다는 위기감까지 감돕니다. 대형사들이 대규모 계약을 따내며 지난해 목표량에 근접한 것과 대비되네요.
 
 
 
고부가가치 선박은 기술력 부족으로 건조가 힘든 가운데 저가 선박은 중국 조선사들이 공격적으로 수주에 나서고 있어 여러모로 진퇴양난인 상황입니다.
 
이 와중에 선가는 내림세입니다.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신조선가지수는 작년 말 130포인트에서 올해 126포인트로 3.2% 떨어졌습니다. 선가 지수는 선박 한 척당 가격을 말하며 환율을 고려하면 원화 선가는 8.2% 하락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대형사들 주력인 VLCC와 LNG선이 가격이 특히 많이 내리긴 했지만 다른 선종들도 하락세는 마찬가지입니다.
 
대형사들의 수주에 따른 낙수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수주가 늘었다고는 하지만 물량이 많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올해 국내 조선사는 뒷심을 발휘해 약 210억달러(한화 22조9500억원) 물량을 수주했지만 전년 대비 21% 줄어든 수준입니다. 대형사들이 소화하기도 적은 물량인 셈이죠.
 
대형사들의 블록(조선 자재) 물량을 중형사들이 담당할 수 있다는 예상도 있으나 회사마다 이미 계약한 업체들이 있어 이마저도 쉽진 않을 것이란 전망입니다.
 
다만 백신 개발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잡힐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올해 상황은 작년보단 나을 것이란 전망도 있긴 합니다. 기대처럼 올해가 중형사들의 반등 원년이 될 수 있을지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 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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