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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잘 풀리는 조선사, 철강사 후판값 올려줄까

지난달 협상 돌입…5만원선 인상 제시 예상

2021-01-0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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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조선업이 회복세를 타면서 철강사들이 선박 건조에 쓰이는 후판 가격 인상을 더욱 강하게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조선사들은 수주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선박 단가가 낮아져 수익성이 떨어졌기 때문에 가격 인상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7일 철강·조선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은 지난달 말부터 조선사들과 선박용 후판 가격 협상을 하고 있다.
 
후판은 두께 6mm 이상 철판으로 선박을 만들 때 주로 쓰인다. 가격 협상은 조선 3사의 경우 통상 상반기와 하반기 두번에 걸쳐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톤(t)당 평균 가격은 60만원대로 추정되며 열처리나 후공정을 많이 한 제품일수록 비싸다.
 
후판 가격은 상승세로 유통용의 경우 최근 들어 70만원 중반 수준까지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용 후판의 경우 유통용보다는 보통 5~10만원 저렴하기 때문에 철강사들은 최소 5만원 수준의 인상안을 제시할 것으로 추정된다.
 
철강사들은 가격 협상 때마다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조선업이 부진을 거듭하면서 최근 몇 년간 가격을 동결 혹은 소폭 인하해왔다. 지난해 상반기 협상은 의견 차이로 7월까지 지연되다가 포스코와 현대제철 모두 3만원 수준에서 가격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사들이 수주 랠리를 이어가며 철강사들이 후판 가격 인상을 강하게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포항제철소 압연공정. 사진/뉴시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조선사들이 수주 랠리를 이어오며 이번에는 철강사들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조선사들은 지난해 6월 카타르와 23조 규모 LNG운반선 '잭팟'을 터뜨렸고 12월과 올해 1월까지 연이어 수주를 따내며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광석 가격이 오르고 조선사들의 수주도 늘면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그동안 양보해왔으니 이번엔 조선사들이 양보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 톤당 80~100달러 수준이었던 철광석 가격은 지난해 말 176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는 최근 7년 동안 최고 가격이다.
 
이 와중에 그동안 공격적으로 철강 제품을 증산했던 중국은 생산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이번 감산은 탄소 배출 저감 목적으로, 구체적인 감산 목표는 제시하지 않았지만 지난해보다는 올해 생산량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이 때문에 세계적으로 철강 제품 가격은 더욱 오를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조선사들도 쉽게 물러서진 않고 있다. 수주가 늘긴 했지만 현재 물량은 약 2년 후에야 인도할 수 있기 때문에 당장 후판 가격이 오르는 것은 부담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번 수주 또한 선박 단가를 낮춘 '저가 수주' 덕분이었기 때문에 후판 가격까지 인상되면 수익성이 더욱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선박 한 척당 가격 지수는 지난해 말 130포인트에서 126포인트로 하락했다. 환율을 고려하면 원화 선가는 8.2% 내렸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수주가 늘었다고 재무구조가 바로 개선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후판 가격을 당장 올려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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