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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사업지원TF 정체 밝혀라"

재판부, '이름만 바뀐 미전실' 의혹 석명 요구

2020-12-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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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뇌물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삼성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의 정체성을 소명하라고 이 부회장 측에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지원TF는 과거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등 위법행위를 조직적으로 도왔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미래전략실' 후신이다. 삼성은 2017년 2월 이 조직을 해체했다고 발표했으나 사업지원TF로 이름만 바뀌어 존속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재판부가 이를 지목해 소명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결심과 선고공판을 남겨둔 상황에서 이 부회장 측의 답변이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쏠린다.
 
27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지난 21일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총 8개 항목에 대한 석명을 서면으로 요구했다. 재판부는 석명서에서 삼성바이오 증거인멸 사건 1심 재판부 판결을 언급하고 "사업지원TF에 대한 법적 위험 평가와 발생원인의 분석 및 방지 수단의 마련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소명하라"고 했다.
 
앞서 '삼성바이오 증거인멸 사건'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재판장 소병석)는 지난해 12월9일 "사업지원TF는 2017년 2월경 미래전략실이 공식적으로 해체되자 이를 대체해 2017년 11월경 신설된 조직으로서, 로직스 및 에피스를 포함한 삼성전자 계열사에 대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바이오 증거인멸 사건' 1심 판결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업지원TF 소속 임직원들이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유죄판결을 선고받았다. 그 중 사업지원TF 소속인 김홍경 부사장 등 3명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부회장 측은 지난 24일 답변서를 제출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석명서를)얼핏 읽으면 개별 사건에 대한 대응을 물은 것처럼 보이지만,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출범할 때 이런 사건들의 대비책에 대한 분석과 대응이 있었느냐는 취지”라며 “과거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지금 제도가 어떤 대응을 하느냐를 물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업지원TF에 대해서는 규모나 방향, 조직 편제가 그런(미전실 후신이라는) 오해를 살 조직은 아니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앞서 박영수 특검팀은 지난 10월 재판부에 의견서를 내고 사업지원TF가 ‘이름만 바뀐 미래전략실’이라고 지목했다. 사업지원TF가 미래전략실 후신으로 총수 경영 지배권 행사를 지원하고 있으며, 지금은 그렇지 않더라도 언제든 관련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후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 대한 전문심리위원단 평가 항목에 사업지원TF가 포함됐다.
 
삼성전자 준법지원인은 최근 실시된 심리위원단 평가에서 "사업지원TF는 미래전략실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재판부가 추천 전문심리위원인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 보고서에 적힌 삼성 측 설명에 따르면, 사업지원TF 주요 역할은 삼성전자와 계열사, 바이오사의 사업과 인사를 지원한다. 사장인 팀장 아래 43명이 세트와 부품사업 지원, 인사와 인수합병(M&A) 지원 등 4개 파트에 배속돼 있다.
 
하지만 강 위원은 “자료 조사와 면담만으로는 사업지원TF의 실질적 역할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는 없었다”고 보고했다. 홍순탁 회계사도 사업지원TF 소속 임원의 삼성물산 합병 관여에 대한 준법감시가 없었다고 결론 냈다.
 
재판부가 석명을 요구한 사항 중에는 이병철·이건희 회장 등 선대회장들과 역대 대통령간 오간 뇌물 사건의 발생원인 분석 결과와 이에 대한 방지 수단의 마련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등에 대한 질문도 포함됐다. 사업지원TF에 대한 석명 요구가 현 이 부회장 체제의 삼성 측 준법감시 수준을 묻는 것이라면 선대회장들에 대한 부분은 삼성의 조직문화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고 이병철 회장은 1983년 12월부터 1987년 10월까지 8회에 걸쳐 당시 대통령 전두환씨에게 합계 220억 원의 뇌물을 제공했고, 이와 관련해 전씨가 유죄 판결을 선고 받았다. 고 이건희 회장은 1990년 12월부터 1992년 8월까지 4회에 걸쳐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합계 100억 원의 뇌물을 제공했고, 역시 유죄판결을 선고받았다. 1999년 12월에는 삼성 구조조정본부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씨에게 활동비 명목으로 5억 원을 증여한 사실이 드러나 김씨가 탈세혐의로 기소돼 처벌을 받은 바 있다.
 
재판부는 또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미국 소송 비용 대납' 사건과 삼성 계열사 임원 차명계좌를 통한 고 이건희 회장의 조세 포탈 사건, 삼성 총수 일가 소유 한남동 주택 공사비를 삼성물산이 대납한 사건 등에 대한 발생 원인 분석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이 어떻게 세워졌는지 등에 대해서도 석명을 요구했다. 경영권 스예를 위한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저가발행 사건에 대한 재발방지 대책을 묻는 질문도 포함됐다.
 
이 부회장 측의 답변을 검토 중인 재판부는 오는 30일 결심공판을 열고 선고공판 기일을 결정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뇌물공여 등 혐의와 관련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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