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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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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격있는 정치를 보고싶다

2020-12-09 18:53

조회수 :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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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작가 래리 하디만은 정치(Politics)의 어원이 poly(많다)+ticks(피 빨아 먹는 기생충)에 있다고 미국 정치를 조롱했다. 그의 우스갯소리는 한국 사회에서 웃지 못할 현실이다. 
 
정치의 본질은 권력투쟁이다. 정당은 권력을 얻기 위해 전쟁과 범죄 빼고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할 수 있다. 하지만 투쟁에도 격(格)이 있기 마련이다. 역사가 발전해온 공식이 정반합의 변증법이라면, 한국 정치에서는 ‘합’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갈등의 항시적 교착 상태가 우리 정치의 단면이었다. 
 
공수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을 필두로 한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구상에 따라 약 1년간 지속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의 갈등은 사실상 종착지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추 장관의 직무 정지 명령 이후 윤 총장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지만, 법조계에서는 내일 열리는 징계위 결정은 이미 답이 내려진 형식적 절차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더욱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기국회 회기 종료를 하루 앞둔 지난 8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을 비롯한 핵심 쟁점법안을 법사위에서 강행 처리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의회독재'라 주장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지만, 압도적 의석수 우위를 앞세운 여당을 당해낼 재간은 없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법사위 날치기 저지 투쟁'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근 정부 여당의 독주를 보면 촛불로 세워진 정권이라는 게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여당은 야당의 몽니로 어쩔 수 없이 공수처법 개정을 단독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나,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요소는 토론과 소통이다. 어떤 합의없이 주요 법안을 7분만에 '날치기'로 통과시킨 여당의 광폭 행보를 보고 있으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 입법이 과연 시민들 다수의 의사를 반영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절차적 정당성'이 이같은 독단적인 결정을 두고 한 말은 아니라고 믿고 싶은데 말이다. 
 
독일의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예루살렘 아이히만>에서 삶의 비극은 악의만이 아니라 어리석음에서 초래한다고 했다. 권력이 휘두르는 폭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선과 악을 구분하지 않을때, 악은 곧 평범한 일상이 된다. 민주주의의 필수조건인 소통이다. 소통없는 민주주의는 폭력이다. 같을 수 없는 차이, 해결할 수 없는 갈등을 연대를 통해 풀어가는 것이 성숙한 민주주의 아닐까. 한국 정치가 증오의 정치에서 화해의 정치로 나아가길 소망한다.
 
  • 백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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