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배한님

SKT, 모빌리티 사업 분할 승인 났지만…법인 출범까지 인력 확보 어떻게 하나

주총서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됐지만 내부 인력부터 경력직까지 "관심없다"

2020-11-26 15:51

조회수 : 4,094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SK텔레콤이 오는 12월 말 계획대로 모빌리티 사업부의 물적 분할을 진행한다. '티맵모빌리티 주식회사(가칭)'를 통해 MaaS(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을 넘어 플라잉카까지 포함한 혁신 '모빌리티 라이프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출범 초읽기에 들어간 티맵모빌리티가 인력 확보에서부터 어려움을 겪으며 무사히 분사할 수 있을 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26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SK텔레콤은 26일 서울 중구 을지로 본사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모빌리티 사업부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이 원안대로 처리했다고 밝혔다. 이날 주총에는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 81.64%가 참여했으며, 참석자의 99.98%가 모빌리티 사업부 분할을 찬성했다. 분할 기일은 오는 12월 29일이다. 
 
이날 추종에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과 이종호 티맵모빌리티 단장은 주주들에게 모빌리티 사업 추진의 의미와 비전을 소개했다. 
 
박 사장은 "식사·주거 외에 가장 많은 비용이 드는 게 교통이며, 우리 일상에서 모바일 다음 큰 비중으로 차지하고 있는 것이 모빌리티"라며 "SKT의 ICT로 사람과 사물의 이동방식을 혁신하며 모빌리티 생태계에 새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모빌리티 전문회사를 출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티맵모빌리티의 궁극적 목표는 고객에게 '모빌리티 라이프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다. 향후 월간 사용자(MAU) 1300만명에 이르는 T맵에 5G·AI 기술을 접목한 '플라잉카 내비게이션'과 높은 고도의 지형지물을 고려한 3차원 HD맵, 플라잉카를 위한 지능형 항공 교통관제 시스템 등을 접목할 계획이다. 박 사장은 "서울-경기권을 30분 내로 연결하는 플라잉카를 비롯 대리운전·주차·대중교통을 아우르는 대한민국 대표 모빌리티 라이프 플랫폼을 제공하겠다"고 공언했다. 
 
압도적인 찬성표를 받으며 분사가 확정됐지만, 티맵모빌리티는 인력 확보에서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법인 출범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마땅한 인재를 모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SK텔레콤은 모빌리티 사업단을 포함해 내부 인력 일부를 이동시키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희망자가 극히 드문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호 사장이 모빌리티 사업에 대해 설명하며 차후 본사로 복귀까지 직접 약속했지만, 직원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자회사에서까지 티맵모빌리티 구성원을 찾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SK텔레콤에서 분사하는 모빌리티 사업부 신설 법인 인력 채용 공고. 사진/SK텔레콤 홈페이지 갈무리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 인력 확보도 쉽지 않다. SK텔레콤은 기획부터 개발까지 모빌리티 법인 전 분야에서 경력직을 채용하고 있다. 국내 모빌리티 업계가 좁고 인력 풀이 한정된 만큼 헤드헌터들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모빌리티 업계에서는 "티맵 모빌리티로는 가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부터 쏘카, 네이버, 42닷 등 모빌리티 사업하는 웬만한 데는 다 찔러 보고 있다고 하는데 간다는 사람이 없어서 헤드헌터들도 골치 아파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티맵모빌리티로의 이동도 꺼리는데 가맹택시 사업을 할 JV로의 이동은 더더욱 꺼리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헤드헌터들이 제안하는 자리가 티맵모빌리티인지 JV인지 설명을 애매하게 하고 있다"며 "티맵모빌리티도 고민인데 가맹택시만 하는 JV엔 갈 이유가 없다"고 단언했다.
 
모빌리티 업계에서는 SK텔레콤과 티맵모빌리티가 인력난을 겪는 이유가 설득력 있는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아직 상용화까지 시간이 걸리는 도심형 항공 모빌리티(UAM)만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MaaS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달 초에 이직 제의를 받은 한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도 "제안이 와서 주변 분들이랑 이야기는 해봤지만, 그다지 이동해야 할 이유를 느끼지 못했다"며 "T맵을 통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타사와 차별점을 두고 사업을 끌고 가겠다는 건지 설득력 있는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 배한님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