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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범

[IB토마토]에이루트, 회사채 '3각 돌리기'…"분식 여지 있어"

지오닉스, 530억원의 회사채 발행 후 에이스우진 지분 획득

2020-11-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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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20년 11월 18일 17:12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에이루트(096690)는 지난해 10월 회사채를 발행했다가 6개월 만에 회사채를 되돌린다. 에이루트, 김광재 전 우진기전 회장, 우진SI·FI의 3각 거래 사이 과정으로 에이루트는 영업손실을 당기순이익으로 돌렸다. 회계 전문가들은 분식 가능성을 제기했다. 
 
지오닉스가 발행한 회사채가 에이루트로 들어갈 경우, 에이루트의 지오닉스에 대여금과 지오닉스가 발행한 회사채는 연결 회계 원칙에 따라 상계되는 효과가 있다. ,제작/IB토마토
 
2019년 10월 에이루트의 자회사 지오닉스는 회사채 530억원을 김 전 회장에게 발행했다고 공시했다. 이어 회사채 530억원과 370억원을 김 전 회장에게 넘기고, 그 대가로 에이스우진 지분 70%을 받았다. 김 전 회장은 회사채를 바탕으로 우진 에스아이와 우진 에프아이(이하 우진SI·FI)에 출자했고, 에이루트가 발행한 전환사채(CB) 7·11·12·13회차(이하 2그룹 CB)을 우진SI·FI가 인수한다. 회사채를 중심으로 볼 때, 지오닉스가 발행한 회사채가 김 전 회장→우진SI·FI→에이루트로 흘러갔다. 
 
첫 번째 회사채 돌리기, 과정은?
 
'3각 돌리기'를 한 까닭은 CB 재매각에 있다. CB 재매각을 통해 외부 자금을 유치, 그 자금을 바탕으로 에이스 지분 취득을 위해 쓰였던 회사채를 상계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월17일 에이루트(구 제이스테판)는 이사회를 열어 7·8·9·10·11·12·13·14·15·16회 등 CB 총 10개의 CB를 발행한다. 
 
그 전일인 16일 제이스테판은 최대주주 변경(M&A) 공시가 나온다. 당시 김광재 전 회장이 최대주주인 우진C&W가 제이스테판을 인수한다는 공시다. 여러 공시를 거치면서 매각 주체의 변경은 있었지만, 10개의 CB 발행은 바뀌지 않았다는 점을 바탕으로 추측할 때 17일 이사회에서 의결한 자금 조달에 대한 큰 틀은 지금까지도 변치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CB는 크게 8·9·10회(이하 1그룹 CB), 2그룹 CB 그리고 14·15·16회(이하 3그룹 CB)로 나뉜다. 1그룹 CB는 최초 발행 예정가액이 300억원이고, 2그룹은 530억원, 3그룹은 300억원 규모다. 1~3그룹은 에이스우진 지분 인수와 연동되는데 그 중 2그룹 CB 발행은 회사채 발행과 연동된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되는 사항은 지오닉스의 370억원 확보다. 지난해 10월 '3각 돌리기'는 현금 370억원이 수반되는 거래다. 에이루트는 2019년 6·7월 320억원을 지오닉스에 대여했다. 에이루트는 종속기업, 단기매매 지분 등으로 120억원, '포르투나제1호사모투자합자회사'의 유상증자로 100억원을 확보한 자금 등이 바탕이 됐다. 지오닉스는 이를 김 전 회장에게 넘겼다. 2018년 말 지오닉스의 현금성 자산은 24억원이었기에 지오닉스는 김 전 회장에게 370억원을 지급할 여력은 없었다. 모든 준비가 된 이후 지난해 10월 회사채를 발행, 3각 거래를 실행한다. 
 
에이루트, 2019년 영업손실→당기순익…"분식 가능성 있어"
 
에이루트는 에이스우진의 지분 70%를 확보한다. 하지만 스프링힐우진의 CB탓에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할 수 없어 관계기업투자주식으로 분류, 지분법 손익으로 잡혔다. 이는 에이루트의 손익계산서를 뒤집었다. 2019년 말 연결 기준 1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던 에이루트는 당기순이익 8억원을 기록했다. 
 
에이스우진 덕에 59.3억원의 지분법 이익이 계상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만약 회사채가 없었다면 에이스우진으로 잡히는 지분법 이익은 24.3억원(59.3*53/90)이었다. 에이스우진이 없었다면 에이루트는 당기순이익이 아니라 당기순손실을 냈어야 한다. 
 
지오닉스의 주요 재무지표. 회사채 발행과 모회사인 에이루트로 부터의 대여금 등으로 인해 크게 차입금이 증가했고, 반대급부로 에이스우진 지분을 확보 총자산도 증가했다. 출처/나이스신용평가
 
회계 전문가들은 분식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지오닉스가 발행한 회사채를 인수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 결정적이다. 지오닉스는 회사채 발행으로 원금 530억원과 3년 치 이자 193억원을 포함해총 723억원의 현금흐름을 발생시킬 예정이다. 이는 지오닉스의 총자산의 6~7배 24년 치의 영업이익(2019년 상반기 말 기준, 영업이익은 연 환산)에 해당한다. 
 
출처/금감원 전자공시.
 
게다가 지오닉스가 발행한 회사채는 원리금 일시 상환 사채다. 쿠폰(기간에 따라 '지급'하는 이자)이 없다. 에이루트는 지오닉스 덕에 영업손실이 당기순익으로 바뀐 회사다. 한 회계사는 "관리종목 지정이나 상장폐지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지만, 몇 십억 적자가 났어야 할 회사를 이익이 나는 회사로 둔갑시켰다"면서 "지오닉스는 530억원을 회사채를 감당할 능력이 의심스럽다"라는 의견을 냈다. 이어 "본질적으로 지오닉스의 장기사모사채를 전환사채로 맞바꾼 것"이라면서 "3각 거래를 통해 에이스우진 지분, 대여금이란 자산과 CB, 회사채란 부채가 발생하며 지분율이 증가, 손익이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가율회계법인의 평가책임자 박선무 이사는 현재가치할인법(DCF)로 지오닉스의 회사가치를 110억원으로 판단했고, 530억원 회사채 발행 시에는 10.83%의 할인율이 적절하다고 판단했을 뿐 지급여력을 판단하지는 않았다. 
 
이와 관련 에이루트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자회사인 지오닉스가 에이스우진 지분(66.7%)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상장기업에 적용되고 있는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 [K-IFRS]에 의거한 회계처리 과정에서 지분법이익이 발생한 것으로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 [K-IFRS] 및 상장기업 외부 회계감사법인의 회계감사를 통하여 적법하게 회계처리를 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에이스우진은 우진기전을 지배하기 위한 특수목적회사(SPC)로서 우량기업인 우진기전(2018년 영업이익 482억원·당기순이익 334억원, 2019년 영업이익 346억원·당기순이익 260억원)으로부터 매년 평균 300억원 이상의 현금배당을 받을 수 있어 에이스우진의 지분을 취득한 지오닉스는 회사채의 이자를 부담하고도 매년 약 90억원(3년간 약 270억원)의 현금 유입이 가능한 투자였으므로 지오닉스가 회사채를 감당할 충분한 능력이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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