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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

잔다리페스타가 '언리얼'하게 돌아온다

2020-10-23 11:47

조회수 : 2,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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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시작된 '잔다리 페스타'는 매년 이 맘 때 홍대를 들썩이는 뮤직페스티벌이다. 
 
'잔다리'는 작은 다리란 뜻의 서교동 옛 지명. 국내외 아티스트와 관객, 기획자, 제작사를 잇는 '가교' 역할을 의미한다. 유럽, 아시아, 미주 등 20개국에서 119팀이 서로의 음악을 알리고 듣고 교감하는 축제. 세계 음악 산업 관계자들, 관객까지 뒤엉킨 축제에선 모두가 음악을 듣고 맥주를 마시며 친구가 된다.
 
작년, 음악기자가 되고 처음으로 이 행사 첫날을 찾아간 나는 놀라웠다. 분명 홍대였지만 홍대가 아니었기 때문.
 
한 네덜란드 관객이 말을 걸어오며 맥주잔을 부딪혔다. 암스테르담 LG전자를 다니다 최근 퇴사한 그는 급히 한국행 비행기 티켓을 끊고 이 곳에 왔다 했다. 조금 더 말을 섞다 보니 1회 때 한국에 왔다가 자원봉사단으로 일한 경험이 있다고... 연신 '잔다뤼'라 발음하는 것이 친근했다. 그는 내게 "세계에서 가장 뜨고 있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곳"이라 했다.
 
그날 컨벤트 라이브 펍 안은 낯선 세계를 표류하다 맞닥뜨린 광경처럼 흥미로운 무대들이 득실댔다. 찬란한 세계 각국의 문화들이 의식과 무의식 사이 계속해서 침투해왔다.
 
그날 본 대만의 전통 악기를 동원한 밴드 '어메이징 쇼(Amazing Show)'는 정말이지 어메이징. 대만 전통 악기 양식을 빌려 손수 제작했다는 '수퍼 파워 로켓'이 거대한 화력을 뿜으며 광란의 무대를 열었다. 하드록과 펑크, 포크가 뒤섞인 이들의 음악은 꼭 혀가 마비될 정도로 얼얼한 마라(麻辣) 같은 느낌. 
 
흡사 아코디언 같기도 한 생김새의 '수퍼 파워 로켓'은 심장이 요동칠 정도로 BPM을 높이며 질주했다. 대만 전통 향이 강한 음색이 극강으로 치달을 때 곳곳에선 탄성이 터져 나왔다. 당시 대만 관객 수오 찬 씨로부터 수퍼파워로켓이란 이름의 악기 현지 명칭이 '쉔파우'라 는 것을 알아냈다.
 
행사 둘째날에는 서교동 인근에 위치한 호텔 RYSE에서 세계 각국 음악 관계자들이 모이는 릴레이 컨퍼런스가 열렸다. 세계 각국의 밴드 음악들을 홍보할 수 있는 방법, 공연 기획과 진출에 관한 각종 한계와 해결점들을 머리를 맞대고 모색했다. 
 
이 모든 것들이 코로나19 여파에 열리지 못한다면 너무도 아쉬울 것. 주최 측은 세계적으로 음악 페스티벌이 '종말'인 시대에, 현실에 없을 법한(Unreal) 축제를 만들었다. 
 
23일 밤 10시부터 25일 자정까지, 국내 30팀의 라이브 영상과 해외 28팀의 영상이 50시간 논스톱으로 상영된다. 프랑스, 아시아, 스웨덴, 루이지애나, 캐나다, 영국, 스페인, 헝가리 음악가들이 보내온 영상이 저 멀리 대서양과 태평양을 건넌다.
 
홍대를 들썩이진 못하지만 공연 자체가 세계 각국의 음악에 푹빠진다는 개념을 생각한다면 꽤 괜찮은 대체재이자 돌파구로 보인다.
 
주최 측은 "밥 먹을 때도, 자다가 일어나서도, 화장실에 있을 때 까지도 언제, 어디서든 할 수 함께 있는 축제를 기획했다"고 
 
행사 기간 중에는 비대면 공연에 관한 라이브 토크쇼도 진행된다. 24일 '떼창 대신 댓글, 그걸로도 괜찮을까?'란 주제로 뮤지션들이, '무료 스트리밍 공연 시대, 뭐라도 해야 할까?'를 주제로 음악평론가와 공연 기획자, 음악 레이블 관계자 등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순서 등이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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