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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지 말자전재경 사회자본연구원장우리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 이야기를 들으면서 거위 배를 가른 사람을 어리석다고 비웃었다. 그런 우리가 정작 지금도 주저함 없이 '거위'의 배를 가른다. 공장과 골프장을 짓는 것은 약과다. 강남의 아파트단지를 중심으로 형성된 부동산 불패신화 탓일까. 경제발전과 소득증진을 명분으로 전원과 해변에 도로를 놓고, 아파트를 짓고, 공항을 건설하려 한다. 이런 경향은 수도권일수록 심하다. 과천과 시흥, 부천이 대표적이다.전원도시를 자랑하던 과천은 정부청사 중 일부가 세종시로 이전하자, 공백을 견디지 못하고 대규모 테크노밸리와 아파트단지 등을 조성키로 했다. 시흥 사람들은 300년 전에 호조(기획재정부)가 갯벌을 간척하고 조성한 평야(호조벌)를 개발하고 싶어 한다. 부천은 서울 강서구와 공유하는 대장들녘(김포평야) 120만평 중 70만평을 공단 등으로 개발한다는 구상을 추진 중이다.과천은 남쪽의 청계산과 북쪽의 관악산 덕분에 전원도시로 유명했다. 하지만 이제 그 명성은 끝자락이 보이고 있다. 호조벌과 대장들녘까지 없어지면 수도권 사람들은 얼마 남아 있지 않던 '자연의 혜택'마저 잃게 된다. 정말로 공정하고 공평하려면 경제개발로 누가 어떠한 이익을 얻고 누가 어떠한 손해를 입는가를 정확히 계산해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늘 개발주의자들이 얻는 이익만을 계산했다. 개발로 없어지는 자연의 혜택과 환경편익은 계산에 포함하지 않는다. 자연의 혜택과 생태계서비스라는 말이 막연하게 들려서 그런 것처럼 보인다. 자연의 혜택은 물과 식량 또는 각종 생물자원 등 공급서비스, 탄소동화와 홍수조절, 꽃가루받이와 같은 조절서비스, 토양형성과 물질순환서식지, 유전다양성과 같은 지지서비스 등을 바탕으로 해서 이뤄지는 자연경관과 관광, 휴양, 체험, 치유 등의 문화서비스를 총칭한다. 자연의 혜택은 땅을 가진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다. 그 지역에 사는 주민들과 그 후손들이 대대로 누리는 황금알이다.남미 아마존 밀림은 전 세계 산소 공급량의 10%를 만들어 낸다. 사람들은 아마존 밀림이 망가지면 공기 중 산소 부족으로 숨을 쉬기 어렵게 된다고 걱정한다. 반면 정작 수도권의 생태계가 망가지는 일에는 눈도 깜짝하지 않는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진행되는 개발 광풍과 가수요를 기반으로 조성되는 개발이익이라는 거품에 눈이 먼 탓이다. 하지만 개발주의자들만 비난하기도 어렵다. 그 근본에는 국가 회계체계의 구조적 모순과 수박 겉핥기 식의 환경영향평가의 맹목이 도사리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대규모 개발계획에 예산을 배정하기 전에 실시하는 예비타당성 평가는 개발이익만 계산하지, 환경비용은 전혀 계산하지 않는다. 그래서 대규모 개발계획에는 개발이익만 보인다. 민자 개발을 포함한 대규모 개발사업에서는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한다. 그런데 '환경영향'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사라지는 자연의 혜택은 계산에서 논외로 한다. 자연의 혜택에 대한 계산원칙과 자연자본계정(NCA, Natural Capital Accounting)의 개념이 없는 탓이다. 정부는 오랫동안 이런 정책의 모순과 한계를 방치해왔다. 국제사회는 이처럼 국내총생산(GDP)을 중심으로 전개된 정책상의 맹목과 약점을 개선하고자 노력한다. '생태계서비스를 활용한 이익공유 법리연구' 논문에 따르면, 자연자본계정이란 국제연합(UN) 통계위원회에 의해 승인된 '환경경제체계(SEEA-CF)'라는 국제표준을 가리킨다. 각 국은 국가 회계기준에 따라 자연자본계정에 관한 데이터를 작성하고 있다. 자연자본의 기본계정은 환경자산의 시기가액과 증가·감소액, 가액의 재평가, 종기가액 등을 기반으로 해서 편성된다. 세계은행(WB)은 자연자본회계를 국제적으로 증진시키는 파트너십을 발휘하고 있다. '국부회계 및 생태계서비스 평가(WAVES)' 파트너십은 자연자원이 개발계획과 국가경제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도록 만들고자 노력한다. 그래야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그런가 하면 생물다양성협약(CBD)은 2013년에 '환경경제회계체계 실증편(SEEA-EEA)'을 추가로 발표했다. 이는 환경경제회계에서 생태경제회계로 전환을 촉구하는 게 핵심이다. 또 생물다양성협약 사무국은 2014년 '생태자연자본계정: 촉진책(ENCA-QS)'을 발표했다. 우리나라 정부 대표단은 지금 이집트에서 열리는 생물다양성협약 제14차 총회에 참석 중이다. 관계부처 간 협의를 통해 자연 생태계를 경제에 반영하자는 국제적 노력을 국내로 옮기는 데 서둘러야 할 것이다.전재경 사회자본연구원장(doctorchun@naver.com)


절박함도 반성도 없는 대우조선해양의 '말 잔치'"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생존의 기회라 생각하고, 사즉생의 각오로 전 직원이 뼈를 깎는 노력을 하겠습니다." 지난 2016년 11월2일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기자간담회에서 한 다짐이다. 정 사장은 "정부에서 4조2000억원이라는 대규모 지원을 해준 근간에는 노사가 합심해서 자구계획을 성실하게 이행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며 "불협화음 없이 자구계획을 이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동조합을 설득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그는 2018년까지 연매출을 현재 50% 수준인 연 7조원대로 낮추고, 인력은 2017년 8500명, 2018년 8000명 이하로 축소하겠다고 했다. 당시 대우조선은 앙골라 소낭골 드릴십 인도 지연으로 인도 대금을 받지 못하는 등 유동성 부족이 심화되면서 연말까지 채권단의 추가 지원을 통해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놓여있었다. 약 2주 뒤인 11월17일. 대우조선 노사는 가까스로 '경영정상화를 위한 추가 노사확인서'를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에 제출하며 채권단으로부터 2조8000억원의 자본확충 지원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확인서엔 "회사가 모든 자구계획을 충실히 이행하고, 노조도 적극 협조하며 경영정상화를 저해하는 쟁의행위 등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2년 뒤 대우조선의 약속은 지켜졌을까. 정 사장은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경영정상화 목표를 초과달성해 인력 감축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자구계획에선 올해 7조5000억원의 매출액을 가정하고 인력 감축 계획을 세웠지만, 연말까지 실제 매출액은 9조원에 이를 전망"이라며 "구조조정을 위한 구조조정이 아니라, 회사를 건실하게 탈바꿈시키기 위한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올 들어 흑자로 전환하며 실적 개선이 이뤄졌다고는 하나, 이는 명백한 말 바꾸기다. 7조원 규모의 정부 혈세를 지원받은 구조조정 기업의 사장이 자구안 이행과 구조조정의 방향을 틀어버리는 발언을 하는 것도 문제다. 애초 정부와 채권단은 올해까지 대우조선 외형을 매출액 기준 7조원, 인력 8000명 이하로 축소해 새주인을 찾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매출은 2조원, 인력은 1000명을 초과해 '작고 단단한 회사'의 범위를 넘어섰다.   산업은행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위기의식 없이 안이하게 상황 판단을 하는 구태가 여전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인력감축, 생산설비 축소와 매각 등 강도 높은 체질개선 작업을 하는 것과도 대조된다. 이는 자구안 이행률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올해 2월까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의 자구계획 이행률은 100.5%, 71.1%인 데 반해 대우조선은 47.4% 수준에 그친다. 최근 대우조선은 2020년까지 총 자구계획 목표인 5조8000억원 대비 65%의 이행률을 기록 중이라고 밝혔지만 이 역시 앞선 두 곳과는 격차가 있다. 정 사장과 대우조선이 정부 지원에 앞서 그간 수차례 다짐을 해놓고, 지금은 실적 개선을 이유로 아무런 절박함도 반성도 느끼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양지윤 산업1부 기자 galile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