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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들이 삶의 저편으로 떠난 후한국 재벌의 창업주들이 모두 삶의 저편으로 떠났다. 지난해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에 이어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작고했으니 창업자들의 세대는 종언을 고했다.  대우그룹이야 이미 해체됐지만, 롯데를 포함해 다른 재벌의 경우 이미 2세 또는 3세가 경영권을 인수했다. 4세가 등장한 재벌도 있다.  이들 창업세대는 반세기동안 한국 경제의 성장의 기반을 닦았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가운데 하나였던 한국이 오늘날 선진국의 문턱에 도달하는데 이들 창업세대는 선두에 섰다. 타고난 사업감각에다 정부의 강력한 경제성장 정책이 더해져 한국 경제의 드라마를 만들어낸 것이다. 지나친 단순화의 위험을 무릅쓰고 말한다면, 창업세대의 성취는 사실 ‘감각’에 의한 것이었다. 창업자들의 사업에 대한 감각은 그야말로 남다른 데가 있었다. 일반인이 생각하지도 못한 감각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자신의 사업분야에 많은 에너지를 투여했다. 그 결과 눈부신 성과를 냈다. 국내 정상의 자리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세계 정상권에 다가섰다. 그런 노력과 노고는 결코 폄하될 수 없다. 그런 과정에서 재벌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의존은 더욱 깊어졌다. 특히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창업세대들이 돌파구를 마련해주기를 모두가 기대하곤 했다. 그리고 상당부분 성공했다. 그럴수록 재벌의 덩치와 힘은 더욱 커갔다.  그 결과 재벌은 오늘날 보듯이 ‘권위의 왕국’이 됐다. 재벌 내부에서는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절대적인 권위를 행사했다. 재벌 밖에서도 함부로 건드리기 어려웠다. 정부도 검찰도 법원도 이들 재벌을 ‘존중’해줬다. ‘황제경영’이라는 조어는 공연히 생긴 것이 아니다.      물론 실패도 겪었다. 자신들의 실패로 끝나지 않고 국가경제의 실패 또는 위기를 초래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재벌의 힘은 거의 상처받지 않았다.  오늘날 재벌은 창업주 2세나 3세에 의해 경영된다. 창업주들은 스스로 노력해 재벌을 일궜지만, 이들 2세와 3세는 자력으로 이룩한 것이 아니다. 공짜로 주어진 것이나 다름없다. 그들은 주로 창업주의 그림자에 기대면서 군림하고 있다. 재벌 총수의 일그러진 권위의식도 청산되기는커녕 더욱 일그러진 모습으로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그런데 재벌이 성장을 거듭해온 지난 반세기 동안 세상도 크게 변했다. 종래와 같은 재벌 총수의 감각과 권위에 의존하던 시대는 가버렸다. 한국 재벌의 성장과 움직임에 대해 과거에는 한국 내부에서만 관심을 가졌다. 그렇지만 이제는 외국 정부나 비정부기구 등도 한국 재벌의 움직임을 주시한다. 한마디로 세계의 관심과 감시망에 들어간 것이다. 국내 감시망도 갈수록 촘촘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재벌의 감시자가 정부 외에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렇지만 과거 정부는 감시자라기보다는 ‘후원자’였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정부가 눈감아 주려고 해도 주주와 국내외 신용평가기관이나 사모펀드, 시민단체 등에서 주야로 까다로운 감시의 눈길을 보낸다.  그러므로 이제 창업주 시대의 감각과 권위만으로는 더 이상 어렵다. 이사회는 물론이고, 주주나 시민단체 등과의 협력과 소통을 소중히 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앞으로 한국 대기업은 더 성장할 것이다. 그렇지만 성장에 필요한 자금과 자산을 재벌 총수 스스로 마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대신 주식시장 등에서 조달하는 자금의 규모와 비중은 더욱 커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총수의 지분은 더 낮아진다.   그러므로 창업자로부터 물려받은 총수의 권위와 권위의식은 지금의 총수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옷이다. 단테가 지옥에서 위선자들을 만났을 때, 그들이 입고 있던 ‘납으로 만든 외투’ 같은 것이다.  따라서 재벌과 총수들은 이제 ‘영원히 무거운’ 납외투를 내려놓을 때이다. 대신 새롭고 합리적인 경영정신을 갖출 것을 시대는 요구한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소통해야 할 시점이다. 만약 이를 거부하면 언젠가 역풍을 맞을 각오를 해야 한다.  영웅 헤라클레스에게도 선택의 갈림길이 주어졌듯이, 한국의 재벌 앞에도 갈림길이 놓여 있다. 여기서 올바른 선택을 하면 갈림길의 여신이 도움을 주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냉대를 받게 될 것이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치유하는 법원' 바라보는 두 시선왕해나 사회부 기자"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다시는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내고 음주측정에도 불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최후변론에서 이렇게 말했다. "A씨는 약속을 잘 지켰다. 우리 사회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파해주길 바란다." 실형을 내린 1심과 달리 2심을 담당한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그가 3개월간 금주하면서 일상을 보고하고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동영상으로 증명하며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어머니와 빚 문제로 다투다가 집에 불을 질러 살해한 혐의로 법정에 선 B씨에게도 형사1부는 1심보다 5년은 감형한 1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불우했던 성장과정, 장애 판정을 받고 사망한 남동생, 과도한 채무, 이 모든 것을 어머니한테 털어놨을 때 돌아온 질책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17년 후 어머니께 다시 한 번 용서를 구하라." 법원은 B씨에게 기회를 줬다. 판사는 근엄한 얼굴로 중형을 선고하고 피고인은 고개를 떨어뜨리는, 보통의 법정과는 사뭇 다른 광경이었다. 그저 기계적으로 처벌하고 피고인은 범행을 반복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보자는 게 '치유 법원'의 취지였다. 형사1부는 일정 기간 과제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양형에 반영하면서 '사람은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했다. 의미있는 시도다. 형사1부가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을 맡으면서 치유 법원은 중요한 과제를 안게 됐다. 재판부가 공판에서 이 부회장에게 "또다시 권력자가 뇌물을 요구할 경우 어떻게 할지"를 물었고 삼성은 준법감시위원회를 설립해 상시적으로 그룹 내부의 비위 행위를 감시하도록 한다는 답을 내놨다. 이에 대해 준법감시위가 이 부회장에 대한 '면죄부'가 되선 안 된다, 권력형 비리에 치유 사법을 하는 것이 어불성설이다, 삼성의 범죄는 처벌의 대상이지 교화의 대상은 아니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재판부는 치유 법원에 대한 또 다른 시선 역시 간과해선 안 된다. A씨가 다시 음주운전을 했을 때의 위험성, B씨가 어머니를 살해한 범죄가 자칫 가볍게 느껴질 수 있다는 비판. 그리고 삼성이 총수 일가의 승계와 원활한 영업활동을 위해 다시금 정치권과 결탁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다.  어떤 결정을 내리든지 그건 재판부의 손에 달려있다. 재판부 입장에서 보면 판사봉을 두드리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길을 선택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대한민국 1위 기업에서 이와 같은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되며 삼성이 긍정적인 본보기가 돼야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 같다. 재판부가 열쇠를 쥐었지만 문을 열었을 때의 결과는 삼성과 사회가 감당하게 된다. 재판부의 지혜로운 판단을 기대한다.  왕해나 사회부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