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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6.25 (일요일)

우리가 아직 통신강국이 아닌 이유우리나라는 통신강국이 맞는가. 무턱대고 자랑하는 ‘통신강국’, ‘통신대국’이라는 수식어가 누구를 위한 미사여구인지 궁금해졌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모바일 가입자수를 자랑하는 중국과 인도 그리고 미국도 아니고 그렇다고 통신서비스 수준이 세계 최고수준이라는 자랑도 비교할만한 기준이 마땅치 않다. 그럼에도 정부와 국회는 물론 언론까지도 한국이 통신강국이라는 수식어를 전가의 보도마냥 써대고 있다. ‘통신강국이니까’ 다른 나라에는 없는 ‘기본요금’도 내야하고 추가 인프라 구축을 위한 ‘담합형’ 비싼 요금제도 감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국정기획위가 문재인 대통령의 기본요금폐지라는 대선공약 실천에 나서자 주무부처와 이동통신 대기업은 “기본요금을 폐지하면 적자로 전환될 수 있으며 오히려 소비자가 손해”라는 이상한 논리로 대응하고 있다. 기본요금 폐지는 이미 물 건너간 것 같다. 심지어 정부는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을 제정, 시장경쟁을 막고 기업을 보호하는 장치까지 마련해주기까지 한다. 대리점들이 보조금경쟁을 벌이면 정부가 직접 개입해서 통신사를 제재하는 방식까지 구사하면서 단말기를 조금이라도 싸게 사려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 정부다. 전기요금도 올 여름 걱정되는 대목이다. 전기요금 역시 한국전력이라는 대기업이 독점하는데도 민간 대기업 흉내를 내고 있다. 권위주의 시대의 유산인, 전기절약을 유도한다는 명분아래 만들어진 ‘전기요금 누진제’는 온 국민을 옥죄는 흉기로 지난 여름, 온 국민의 원성을 샀다. 아직까지 문재인 정부는 이에 대한 획기적인 방안을 내놓지도 않고 부담은 고스란히 온 국민이 다시 져야할 판국이다.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개선방안을 내놓지 못하면서 신규원전 건설 중단 등으로 인해 향후 급등하게 될 전력원가를 충당하겠다며 당장 산업용 전기요금을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면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만 잡는 악수가 될 수도 있다. 가정용 전기요금도 오를 수밖에 없다. 중국에서 배워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일단 통신과 전기 분야의 중국부터 들여다보자. 중국을 싸구려와 짝퉁 혹은 뒤떨어진 기술을 갖고 있는 제조업 중심의 개발도상국이라고 인식하고 중국을 외면한다면 불합리한 통신요금과 전기요금을 자랑하는 우스운 ‘국수주의자’가 될 수도 있다. 인구수보다 많은 15억 이상의 모바일 가입자를 보유한 중국을 ‘통신강국’이라고 할 수는 없더라도 통신대국은 맞다. 가입자 수 뿐 아니라 휴대폰제조와 판매량에서 중국은 세계 최고, 최대국으로 등극한 지 오래다. 통신서비스의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중의 하나인 통신요금에서도 중국은 한국이 아예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앞서가고 있다. 중국은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통신요금제가 무궁무진하다. 기본요금은 없다. 일정 금액이상을 쓰면 상당한 금액의 페이백을 주기도 하고 다양한 요금제로 소비자들의 욕구를 달래주고 있다. 대부분 선불요금제이기 때문에 데이터요금폭탄도 있을 수 없다. 지난 달 차이나 모바일과 차이나 텔레콤, 차이나 유니콤 등 중국의 3대 통신사는 3만원 선에서 데이터를 무제한 제공하는 무제한 요금제를 동시에 출시했다. 200위안(약 3만3000원) 수준에서 15GB~40GB 정도의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어 우리나라 요금에 비하면 최소한 3분의 1 정도 밖에 되지 않아 파격적이다. 전기요금도 마찬가지다. 중국 가정에서는 전기요금을 은행에 가서 미리 돈을 주고 사서 쓰는 선불제를 채택하고 있다. 누진제라는 개념자체가 있을 수 없다. 쓰고 싶은 만큼 사서 사용하기 때문에 오히려 합리적인 전기소비를 유도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뚜렷해서 한 여름에 냉방기사용으로 인해 전력난을 겪기도 하는 나라에서 전기소비 억제를 위해 누진제를 도입한 취지는 이해하지만 그로 인한 이익을 민간기업이 독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에어컨이 이제는 생활필수품이 된 상황에서 선풍기 한 두 대로 폭염을 견디라고 온 국민에게 강요하는 것은 독재시대에도 가능하지 않은 셈법이다. 중국을 우리가 배워야 할 제도가 도처에 산재해있는 ‘실용주의 대국’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제대로 공부할 때가 됐다.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관성에 빠진 가전업계"외국 업체들은 타사의 히트상품을 모방해 제품을 만드는 것을 치욕적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은 시류에 편승에 남의 제품을 모방하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최근 만난 한 중소가전업체 관계자가 전한 말이다. 해외에서는 남을 따라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해 독창적인 제품이 출현한지 수십년이 지나도 모방제품이 출현하는 일은 드물고 몇개 업체를 손에 꼽을 정도다. 수십년간 해외 유수 전시회를 다니며 해외 가전 트렌드를 몸소 익혀온 그는 한국 문화가 기업 고유의 특수성과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다며 안타까워했다. 특정제품이 출시되고 입소문이 나면 너도나도 뛰어들어 시장의 파이를 조금이라도 나눠먹으려는 업체들이 생겨난다. 창의적인 기술이 장착된 제품을 가져다 뜯어 분해해보고, 현행법을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이를 모방하고 비슷한 제품을 만드는 관행이 이미 자리 잡은지 오래다. 시류에 편승하는 것이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는 정상적인 기업활동으로 변질되버렸다. 해외에서 수십년간 사랑 받아온 가전제품들은 제품 출시 주기가 우리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긴 편이다. 신제품을 출시하고 적어도 2~3년은 지나야 다음 제품을 내놓는 것이다. 획기적인 기술 변화가 없는 한 해마다 신제품을 출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제품 사용 후기를 참고하고 피드백 등 거쳐 개선사항을 충분히 수렴하고 평가해 제품에 반영하는 시간을 충분히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국내에서는 신제품이 너무도 자주 출시된다. 주로 연도를 붙여 2016년형, 2017년형 이라는 이름으로 해마다 신제품을 출시한다. 소비자들은 기업의 신제품 출시 주기에 익숙해져 매년마다, 계절이 바뀔때마다 신제품을 찾곤한다. 하지만 신제품이 진짜 '신제품'인 경우도 드물다. 전년도 제품과 다르게 획기적인 기술이 적용된 제품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 약간의 기능과 디자인이 업그레이드된 것이 전부다. 그러면서 가격은 10% 이상 올라간다. 이 때문에 별다른 이유 없이 신제품이라는 이유만으로 해당 제품 카테고리의 가격대가 전년에 비해 전체적으로 상승하는 웃지못할 현상도 생겨난다. 인터넷에서는 전년도 제품이 할인된 가격으로 쏟아진다. 기업의 신제품 출시가 소비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기업의 지속적인 이익 창출을 위해 이용되는 꼴이다. 별다른 고민과 철학 없이 찍어내는 제품과 서비스로 단기간에 수익을 올릴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 제품의 주기와 수명이 짧아져 소비자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 나아가 기업의 영속적인 경영활동을 담보할 수 없을 뿐아니라 국가경쟁력까지 좀먹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할 것이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