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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정권 뒤에 숨어 있는 것은?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일본의 아베정권이 한국에 무역보복을 시작한 지 한 달이 넘었다. 그동안 시민의 자발적 불매운동이 있었고, 아베정권을 규탄하는 촛불집회도 열리고 있다. 정부도 여러 가지로 대응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아베정권이 쉽게 물러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베정권은 일본 기득권 세력과 극우의 압축판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베정권 내각 각료 중에서 80% 가까이가 일본 극우단체인 '일본회의'와 관련되어 있다는 점이 그것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아베 신조 총리 개인도 그 세력의 상징적 인물이다.아베 총리의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는 2차 세계대전의 책임이 큰 A급 전범이었다. 그리고 아베 총리의 아버지는 일본의 유력 정치인이었다. 아베 총리는 아버지가 죽자 지역구를 물려받아서 국회의원(중의원)이 됐다. '세습정치인'인 셈이다. 이런 아베 총리에 대해선 일본 내에서도 비판적 목소리는 계속 나오고 있다. 일본의 야당들, 양심적 시민사회와 지식인들은 아베 총리에 대해 비판을 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가장 하고 싶어하는 일은 개헌인데, 일본 국민의 여론은 부정적이다.지지통신이 8월9~12일 사이 18세 이상 일본 국민 2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개헌에 대한 반대가 41.3%로 찬성(32.1%)보다 높았다. 심지어 아베 총리가 속한 자민당과 연립정권을 구성한 공명당에서조차 개헌에 부정적이다. 지난 8월17일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가 "평화헌법의 가치를 계승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아베 총리가 추진하는 '전쟁가능국가 일본'에 반대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지금 한국은 아베 정권의 무역보복과 반인권적 행태를 비판하는 동시에 일본 내부의 양식 있는 세력과도 협력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다른 한편 아베 총리와 같은 극우 세력이 장기집권할 수 있는 일본의 선거제도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일본의 선거제도는 한국과 같은 '병립형 제도'다. 지역구에서 다수의 국회의원을 승자독식 방식으로 선출하고, 거기에 일정 숫자의 비례대표를 덧붙이는 형태다. 지역구 따로, 비례대표 따로 국회의원을 뽑는 방식이기 때문에 병립형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그런데 이 방식은 결국 지역구에서 많이 당선되는 쪽이 이득을 보게 된다. 비례대표 정당득표는 선거의 승패에 별로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특정 정당이 과반수에 못 미치는 득표율로도 과반수를 훨씬 넘는 의석을 차지할 수 있다.아베 총리가 2012년 재집권을 할 당시에 치러진 중의원 선거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에 아베 총리의 연립여당은 39.69%의 정당득표로 일본 의회 480석 가운데 325석을 차지했다. 정당의 득표율로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지지를 받았지만 전체 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 것이다. 대신 아베 총리 측은 300석의 지역구 의석 중 246석을 휩쓸었다. 정당득표와 달리 지역구 선거에선 80% 이상을 이긴 것이다. 승자독식의 지역구 선거에서는 근소한 차이로도 이기기만 하면 되니까 이런 결과가 초래되어 버렸다.아베 총리의 연립여당은 그 이후로도 여러 선거에서 50%에 못 미치는 정당득표를 했지만, 의회에선 3분의 2를 넘나드는 의석을 확보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아베 총리는 독단적인 정책을 펼쳐 왔다. 일본의 다수 유권자가 바라지 않은 개헌을 밀어붙이고,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했던 1993년 고노 담화까지 뒤집는 행태를 보여왔다.아베 총리의 극우성향과 자민당 정권은 지역구 승자독식 선거가 낳은 산물로 봐야 한다. 안타까운 것은 아베 총리의 재집권 이전인 2009년에 집권했던 일본의 민주당이 선거제도 개혁을 하지 않고 현실에 안주했다는 점이다. 2009년 일본 민주당은 중의원 선거에서 480석 중 308석을 차지하는 대승을 거뒀지만, 선거제도 개혁을 하지 않고 자만하다가 완전히 몰락했다. 그 결과가 아베 총리의 장기집권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는다면, 한국은 반드시 이번 기회에 선거제도 개혁을 완수해야 한다. 극단의 정치가 아닌 합리의 정치가 가능하게 하려면, 비례대표제로 선거제도를 개혁하는 방법밖에 없다. 대한민국에서 선거제도 개혁을 이뤄낸다면, 이웃 일본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일본의 양심적인 세력 중에도 선거제도 개혁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지금 한국이 선거제도를 개혁하면 동아시아의 정치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지금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논의 중인 선거제도 개혁안을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변호사(haha9601@naver.com) 


당신의 갑질 감수성은 안녕하십니까지난달 16일부터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지 한달이 좀 지났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한달간 고용부에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진정은 모두 379건이었다. 직장 내 괴롭힘 진정을 사례별로 보면 폭언에 관한 진정이 152건(40.1%)으로 가장 많았다. 부당 업무 지시 및 부당 인사(28.2%), 험담 및 따돌림(11.9%)이 뒤를 이었다.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은 5인 이상 사업장에서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규정돼 있다. 퇴근 후 업무 지시, 술자리 참석 강요 등이 이에 해당하는데 아직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나와 있지 않아 현장에서는 혼란스러운 지점도 많다.  분명한 것은 법 시행 이후 많은 직장인들이 이때껏 업무 내외적으로 본인이 겪었던 상사의 폭언이 '괴롭힘'이었다는 사실을 느지막이라도 인지하게 됐다는 점이다. 사회적으로도 갑질 근절에 대한 인식이 형성되면서 괴롭힘을 당했을 경우 입증 자료 확보를 위한 휴대용 녹음기를 구비하는 경우도 유행이라고 한다.    상사들은 상사대로 고충이 많다. 그동안 아랫사람에게 지시했던 행위가 '괴롭힘'은 아니었을까 자문하며 말이나 행동을 아끼고 자기검열을 하다보니 오히려 후배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질까 우려스럽다는 반응도 나온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그간 직장 내에서 공공연하게 벌어지던 악습들을 금지하고 징계토록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괴롭힘에 대한 애매한 규정 때문에 법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문제는 사람이다. 직장갑질을 당하고도 좀처럼 갑질이라 느끼지 못하고 잘 참는다는 의미의 '갑질 감수성'은 하루 아침에 변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지난 달 직장인 1000명 대상으로 '직장 갑질 감수성 지수'가 평균 68.4점으로 하위 등급인 D등급에 해당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갑질에 둔감하다는 것인데, 특이한 점은 연차가 낮거나, 나이가 어리거나, 비정규직 또는 여성인 경우에 갑질 감수성은 높았다.  법이 시행되고 직장 내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취업규칙을 개정하고 관련 교육도 진행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사람이 변해야 한다는 점이다. 경직된 권위주의적 조직 문화를 탈피해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가 확산되려면 상사는 상사대로, 근로자는 근로자대로 갑질 감수성 개선 필요하다. 아무리 법으로 금지한다 하더라도 직장 내 구성원 모두의 갑질 감수성이 높아지지 않는다면 새로운 변화를 마주하긴 어렵다.  백주아 정책부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