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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2.18 (월요일)

비트코인인가 '빚 꼬인'인가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비트코인 열풍(熱風)이다. 아니 광풍(狂風)이다. 암호화폐이자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한 해 동안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미국에서는 코인당 가격이 지난해와 비교해 무려 1600%이상이나 상승했다. 한국에서도 100만원 정도에 거래되던 코인이 2500만원에 육박하는 폭풍 상승이 연출되기도 했다. 코스피나 코스닥 같은 유가 증권시장과 비교하면 상상하기 힘든 가격 흐름이다. 물론 지난 한 해 동안 줄 곧 상승세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아직 거래 기반이 취약하고 불안한 변수들이 많기 때문에 급락하기도 하고 급등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상화폐 거래대금이 코스닥 시장을 앞설 정도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인생역전을 꿈꾸는 인생들에게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거래는 절호의 기회로 여겨진다. 가상화폐 거래소가 24시간 열려있기 때문에 밤새 이를 지켜보던 학생들이 수업에 들어와 졸기 일쑤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들린다. 비트코인 광풍이 투자라기보다 투기 심리가 만연하다는 진단이 나오면서 정부가 전면에 나서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비트코인의 제도권 거래를 인정하지 못하고 선물 거래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시카고옵션거래소에서 내년 1월물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시작하자마자 20% 넘게 가격 급등을 보였다. 장중 두 차례에 걸쳐 거래가 일시 중단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인구 5000만명인 우리나라가 인구 3억2000만명이 넘는 미국보다 거래가 많다는 부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비트코인 열풍을 틈타 다른 가상화폐 상품을 내세우며 투자자들을 현혹시키고 사기 행위로 물의를 저지르는 사건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일확천금을 거머쥐게 된다는 설명에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위험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의 취약한 구조다.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암호화 되어있어 가장 안전한 수단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북한을 비롯한 세력들의 해킹 시도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미국의 가상화폐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거래량 때문에 가격 조작의 심각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오마하의 현인’ 워렌버핏은 비트코인 근처에도 가지 말라고 조언할 정도다. 워렌버핏을 포함한 많은 제도권 경제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비트코인 거품’은 2000년대 초반 세계를 휩쓸었던 ‘닷컴 열풍’의 또 다른 얼굴에 지나지 않을까. 일각의 우려와는 달리 비트코인 열풍은 좀처럼 가라않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개인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화폐에 열광하는 이유를 들여다보아야 한다. 가상화폐가 집중적인 관심을 모으기 시작한 계기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발생한 금융위기였다. 개인투자자들은 금융위기 사태로 빈털터리로 거리에 내몰리고 쪽박을 찼지만 불량 파생 상품을 앞 다투어 팔았던 금융회사와 경영자들은 거의 처벌받지 않았다. 신뢰의 붕괴였다. 더 이상 국가의 금융시스템을 믿지 않고 금융기관들을 신뢰하지 않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지금도 비트코인의 창시자로 알려진 나카모토 사토시는 베일에 가려져있다. 개인이 아니라 제도권 경제가 말아먹은 금융시장을 개인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가상화폐 찬성그룹 모두의 이름이라는 설명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최근 서울대 폴랩이 실시한 공공기관 신뢰도 조사 분석에 따르면 정부와 공공기관의 신뢰가 30%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다른 나라의 사정도 별반 다를 리 없다. 신뢰의 붕괴가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 광풍의 원인 제공자로 풀이된다. 비트코인과 비트골드 등 가상화폐 창시자들의 근본 목적은 투기에 있지 않았다. 국경을 초월해 사용하는 화폐, 누구라도 거래 정보를 알 수 있는 투명성, 기축통화가 일종의 권력으로 군림하지 않는 시스템, 제도권 금융시스템에 농락당하지 않는 혁신 등을 꿈꾸었다. 그러나 현실은 창시자들의 이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개미투자자들에겐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거래가 인생역전의 격투기장이 되고 있으며 큰 손들은 거래소를 손에 넣어 막대한 수수료를 쓸어 담고 있다. 정부는 각종 규제의 칼을 들이대며 비트코인 광풍을 좌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면서 블록체인과 같은 암호화폐 관련 기술은 미래를 위해 육성해야 한다는 뚱딴지같은 해명을 들이대고 있다. 비트코인 광풍은 우리 정부를 비롯한 각국 정부 재정 정책의 신뢰 상실과 제도권 금융권의 도덕적 해이에서 출발했다.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해야만 답이 보인다. 문제는 이 와중에 지속되는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다. 시중에서는 이런 말조차 들린다. 비트코인인가 ‘빚 꼬인’인가.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가상화폐 열풍, 당국 지혜 필요하다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많은 화제 속에 막을 내렸다. 여러 가지 말도 많았고 성과도 적지 않았던 방중이었지만, 눈길을 끈 것들 중 하나는 베이징 서민 식당에서의 아침 식사였다. 문 대통령은 주중대사 내외와 함께 조촐한 현지 조식을 마친 후 중국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이용해 식사값을 지불했다. 문 대통령의 휴대폰에는 이 시스템이 설치돼 있지 않아 대사관 직원의 스마트폰을 빌려 식비를 냈다는 후문이다. 이 결제 시스템은 테이블 위의 바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는 방식으로, 식사 후 카운터를 찾을 필요가 없이 앉은 자리에서 모든 과정이 끝난다. 이를 지켜본 문 대통령은 “이걸로 다 결제가 되는 것이냐”고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중국을 찾은 한국 사람들은 모바일 결제 서비스의 간편성에 대해 놀라곤 한다. 걸인들도 목에 QR카드가 인쇄된 종이를 걸고 구걸행위를 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신용카드 시대는 우리보다 늦었을지라도, 모바일 결제 시대는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앞서가고 있는 중국이다. 요즘 우리 사회의 최대 관심사를 꼽으라면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가 첫 손에 들어갈 것이다. 가상화폐를 화폐로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지만 전세계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우리나라 코스닥과 맞먹을 정도로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가 규제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보도자료 초안을 촬영한 사진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외부로 유출되는 일마저 벌어졌다. 비트코인은 화폐가 아니라고 못박았던 정부 당국도 전면 금지보다는 이를 시장에 어떻게 연착륙시키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할지를 검토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조만간 국세청, 블록체인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가상화폐 과세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과세 논의에 착수한다. TF는 가상화폐 관련 거래에 어떤 세목으로 세금을 매길 수 있을지에 대해 검토하고 관련 법령 개정, 제도 마련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앞서 중국정부는 가상화폐의 발행과 유통을 전면 금지시키는 강력한 규제책을 실시했다. 하지만 그 결과 중국내 가상화폐가 한국 등 외국으로 옮겨와 거래되는 풍선효과를 낳게 됐다. 반면 일본은 가상화폐를 결제수단으로 인정하고 법의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미국에서도 시카고 옵션거래소와 시카고 선물거래소가 각각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시작하면서 제도권 진입에 앞장서고 있다. 현재의 가상화폐 열풍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아직 아무도 알 수 없다. 거품이 꺼지면서 투자자 피해를 양산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지언정 섣불리 싹부터 자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2000년대 초반 전세계를 휩쓸었던 닷컴 버블은 큰 상처를 남겼다. 많은 사람들이 투자금을 날리고 실의에 빠졌다. 하지만 그런 중에 구글과 페이스북이 자랄 수 있는 토양은 만들어졌다. 거품은 꺼졌지만 인터넷 산업의 가능성은 사라지지 않았다. 정부 당국에 운영의 묘가 필요할 때다.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엄격히 관리하되 투자자와 사업자들이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가상화폐 시대를 한국이 선도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손정협 증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