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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4.29 (토요일)

대법원, 헌법재판소도 폐기한 북한 주적론어김없이 다시 등장했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고비마다 등장하는 색깔론이 그것이다. 이번 2017년 대통령선거에서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결정 과정 공방으로 나타났다.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NLL 회의록이라는 색깔론이 선거를 지배했다. 포장은 다르지만 상대방 세력, 특히 민주세력을 빨갱이라고 부르는 점에서는 같다. 색깔론이 매번 어김없이 등장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색깔론이 일반 시민의 공포를 자극하여 선거의 방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포를 자극하려고 해도 거짓말을 해서는 안된다. 북한 주적론은 대한민국의 공식입장이 아니다. 대통령을 포함한 공무원들이 이를 따라서는 안된다. 대통령 후보들도 토론과정에서 이를 주장해서는 안되고 나아가 다른 후보에게 강요해서는 안된다. 아무리 북한 주적론을 이용하면 표를 모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국가의 공식입장이 아니므로 이를 이용해서는 안된다. 북한 주적론은 35년 전부터 공식적으로 폐기되었다. 북한은 남한에게 까다로운 존재다. 그리고 남한 역시 북한에게 까다로운 존재다. 남북정상회담을 통하여 평화와 협력을 해야 하는 존재이면서도 또 서로 위협이 되는 적대세력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정치에서 대화와 안보라는 딜레마로 나타난다. 정치를 규범으로 정의하는 법률의 세계에서도 북한은 까다로운 존재다. 헌법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강조하면서 평화통일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에게는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지우고 있다. 평화통일을 하려면 대화를 해야 한다. 대화없는 평화는 없다. 대화를 하려면 상대를 인정해야 한다. 상대를 인정하는 것은 상대를 적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 물론 완전히 신뢰하는 존재는 아니지만 적이라고 단언해서도 안되는 존재인 것이다. 헌법만이 아니다.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은 남북관계를 “국가간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로 보고 있다. 그리고 “남한과 북한간의 거래는 국가간의 거래가 아닌 민족내부의 거래”로 본다. 그리고 정부에게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을 통하여 남북경제공동체를 건설하도록 노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법률 중에는 남북의 상호교류와 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도 있다. 어디를 보아도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하지는 않는다. 헌법과 법률을 해석하는 대한민국 최고법원도 북한을 까다로운 존재로 본다.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보는 '국가보안법'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적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1992년에 북한을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임과 동시에 대남적화노선을 고수하면서 우리자유민주체제의 전복을 획책하고 있는 반국가단체라는 성격도 함께 갖고 있다”고 보았다. 소위 북한의 이중적 지위론이다. 대법원도 “북한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이나 동시에 남·북한 관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적화통일노선을 고수하면서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자 획책하는 반국가단체라는 성격도 아울러 가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의 이중적 지위론도 문제는 있다.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라는 지위와 반국가단체라는 성격이 서로 충돌하는 경우 무엇이 더 우선적인가 하는 점이 불분명하다. 법이론적으로는 헌법에서 평화통일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라는 지위가 더 우선한다. 현실에서도 북한과의 대화와 협력이 잘되면 반국가단체라는 성격은 약화되기 마련이다. 북한의 이중적 지위론은 논리적으로 치밀한 이론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북한이 우리의 주적이 아니라는 점은 확인할 수 있다. 반헌법적인 북한 주적론이 계속 주장되는 현실적인 근거는 남북관계가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북한의 이중적 지위를 인정하는 것, 북한을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로 규정하는 것을 두고 이상이고 현실을 모르는 주장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은 이상을 현실로 만드는 사람들이다. 미래를 현재로 만들고 규범을 현실로 만드는 사람이다. 그래서 대통령 선거는 미래를 결정하는 선거라고 부른다. 미래를 결정하는 대통령 선거에서 북한 주적론을 주장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대통령이 보수적인 헌법재판소나 대법원보다 더 보수적이라면 한반도의 미래는 없다.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유통산업 규제 '상생' 헛점 따져봐야 장미대선 정국이 후끈 달아오르면서 대선주자의 유통산업 정책도 주목받고 있다. 소비자들과 유통대기업,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 등 다양한 경제 주체들은 대선주자들의 각종 규제공약에 상반된 입장을 보이며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유통산업 발전을 위해선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부가 뒷짐을 지고 민간에게만 산업 생태계 유지를 맡길 경우 자칫 거대자본에 의해 영세 자영업자들의 생업이 잠식될 수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대선주자들의 규제공약 대부분은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내용이 주류를 이룬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현재 대선주자들의 유통 규제 정책도 대기업과 자영업자들과의 '상생'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그동안 선행된 '규제'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이미 선행된 규제들은 최근까지도 '상생'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등 실효성 논란은 여전하다. 박근혜 정부는 '경제민주화'의 일환으로 대형마트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장이 월 2회 의무휴업일을 조례로 지정해 해당일에 휴무를 실시하도록 한 바 있다. 취지는 바람직했다. 전통시장 매출에 도움이 되고, 근로자 휴업일이 보장된다는 목적도 있었다. 하지만 대형유통시설의 의무휴업일의 경우 휴업일에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찾게 하겠다는 기존 취지가 무색해진지 오래다. 대형마트들은 이미 자체 온라인쇼핑몰이 활성화되있고 매출도 고속성장 중이다. 온라인쇼핑 시장이 강제휴무 대상에서 벗어난 규제의 사각지대나 다름 없는 셈이다.  결국 허술한 의무휴업 규제 정책은 '영세 자영업자'와 '전통시장 살리기'라는 취지를 실현시키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대선주자들의 유통산업 규제 공약은 기존 의무휴업의 유지와 확대 선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한국체인스토어협회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영업시간 규제로 대형마트의 매출은 21% 줄어든 반면 온라인 상점의 매출은 대폭 증가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 시장의 상품거래액은 지난 2014년 45조3000억원에서 2015년 54조600억원으로 증가한 뒤 지난해엔 65조6200억원까지 늘었다. 대형마트의 매출 하락을 감수하는 전제하에 자영업자들과 '상생'을 외쳤지만 온라인 시장만 키우는 주객이 전도된 정책 아래 '상생'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다. 최근 사드 리스크와 면세업계 경쟁 심화로 위기에 빠진 면세업계를 둘러싼 규제도 또 다른 논란거리다. 일부 대선주자들은 면세점도 대형마트처럼 영업시간과 영업일을 제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기존에 대형마트에 한해 제한됐던 영업시간을 면세점으로 그 제한의 범위를 넓히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선 대형마트의 경우 신선식품군이 많아 영업시간 규제 명분이 있지만 골목상권과 겹치는 품목이 거의 없는 면세점까지 규제 범위를 확대하는 것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발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오히려 최근 사드 보복조치로 인한 외국인관광객 감소와 시내면세점 출점 경쟁 심화 등 대내외적으로 경영악화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의무휴업일까지 들이대면 심각한 타격이 불 보듯 뻔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목소리다. 2009년 SSM(기업형 슈퍼마켓)의 성장으로 촉발된 대기업과 영세자영업자들 간의 갈등은 이제 업종과 지역을 넘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유통산업의 발전도 고민해야 하고 빠른 시간에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영세자영업자들의 생존도 염두에 둬야 할 정부는 갈등의 소지가 예상되는 분야에 대해 만반의 준비를 갖춰 사회구성원 다수가 인정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할 책임이 있다. 즉흥적 땜질식 처방은 더 많은 혼란을 야기시킬 뿐이다. 자칫 잘못하면 '있는 자'와 '없는 자'의 이념적 갈등과 편가르기로 확대될 수 밖에 없다. 이제부터라도 정부는 사회구성원 간 집단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시장경제'와 '상생'의 대 전제 아래서 헛점 없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