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뉴스통 뉴스 카페

국민만 '왕따'된 버스파업협상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새벽을 여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다. 새벽부터 부지런히 집을 나서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목적지까지 가는 버스에 몸을 싣는다. 이제 어느 정도 습관이 되었지만 이른 아침부터 움직이는 일은 힘겹다. 몸은 잠이 덜 깨 무겁다. 그렇지만 버스 운전기사분들이 건네는 반가운 인사에 무거웠던 몸은 한결 경쾌해진다. 버스 운전기사분들은 새벽 버스 운행을 위해 얼마나 일찍 일어나실까. 감사한 마음이 자연스럽게 밀려온다. 고 노회찬 의원은 매일 새벽 일하는 아주머니들이 타고 다닌 6411번 버스 이야기를 한 연설에서 한 바 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강남의 대형 빌딩에 일하는 이름 없는 아주머니들이다. 하지만 아주머니들의 발이 되어준 버스 기사 분을 더욱 생각하게 된다. 팍팍한 무릎 상태로 한 참을 걸어야 탈 수 있는 지하철보다 버스가 훨씬 더 편리한 분들이 많다. 고마운 버스다. 기사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다. 그러나 얼마 전 전국적인 버스 파업 선언은 충격적이었다. 왜 전국적인 버스 파업이 선언되었던 것일까. 핵심은 돈 문제다. 노동자인 버스 기사분들이 더 많이 벌기 위한 욕심에서 비롯되지 않았다. 버스업체 측 역시 이대로는 현상유지조차 하기 힘들다고 아우성이었다. 수익이 나지 않는 업체 측이나 최근 달라진 제도로 인해 수익이 줄어들 위기에 처한 버스 기사분들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같은 입장에 서 본다면 충분히 이해 가능한 부분이다. 주 52시간 근로시간단축의 예외 사업장이었던 버스 회사가 오는 7월 전면적으로 적용 대상이 될 예정이다. 300인 이상의 버스 회사는 추가로 버스 기사를 충원해야 하고 기존 운전기사들은 줄어든 근로시간만큼 수입이 적어진다. 근로 시간 단축이라는 제도를 받아들여야 하는 당위성이 있지만 동시에 수익이 줄어드는 상황은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버스 회사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환승 할인의 피해를 호소한다. 환승 할인 제도가 광범위하게 시행된 2004년부터 회사의 손실분을 지방자치 단체가 보전해 주고 있지만 재정 여건에 따라 제한적이다. 이런 사정이다 보니 업체 측은 중앙정부가 나서 지원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수익이 나지 않는데 버스 기사를 무작정 충원하기도 어렵다는 설명이다. 버스 회사나 버스 노조 측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다 받아들이지는 못하더라도 문제는 이미 심각해 졌다. 승객들을 볼모로 파업 선언을 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물론 대부분 지역에서 전면 파업으로 가는 극한 상황은 피했지만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 협상 결과 때문이다. 서울시는 파업 돌입 직전 버스 운송사업조합과 임금단체협약 조정안에 합의했다. 버스 기사들의 임금을 3.6% 인상하고 정년은 2년 더 늘리기로 한 것이다. 학자금 등의 복지기금은 5년을 더 연장해 준다고 한다. 서울시는 그나마 임금 인상 요구를 전부 다 받아들이지 않은 결과다. 인천은 8.1%, 광주 6.4%, 대구 4% 등은 서울 버스 기사 임금 인상률을 웃돈다. 서울시는 '버스 요금을 올리지 않으면서 파업으로 버스 운행이 중단되는 일을 막았다'며 성공적인 협상으로 자평하는 분위기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파업 협상에 참여하며 사실상 '준공영제 카드'를 들고 나왔다. 한국교통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주 52시간 제도를 시행하며 전국 모든 버스에 준공영제를 할 경우 약 1조 3433억원의 추가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막대한 추가 비용을 예고하는 이번 협상에 소비자인 국민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의 공분을 자아낼 버스 파업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정치적 해법이 대세였다. 버스 요금을 올리든 그렇지 않든 버스 노조와 약속한 임금 인상, 정년 연장, 각종 복지 확대 등은 모두 국민의 주머니로부터 충당되는 것이다. 주무 부처 장관이나 시도 단체장들은 납세자인 시민들의 의견 수렴과정 조차 없이 속전속결로 졸속 처리했다. 국민들은 어려워진 경제 사정에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지난 7~9일 실시한 조사(전국1002명 휴대전화RDD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7%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앞으로 1년간 살림살이가 현재에 비해 어떨지' 물어본 결과 '지금보다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이 32%로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보다 두 배 높았다. 버스 기사분들의 현재 근로시간은 안전 운행에 우려가 된다면 서서히 줄여가면서 충원을 하면 될 일이고 환승 할인이 버스 회사에 손실을 가져온다면 환승체계 개편이나 노선 재조정을 시도해 보는 방법도 있다. 이번 협상은 앞으로 닥쳐올 공공요금 인상의 신호탄이 될지 모를 일이다. 이런 협상을 해 놓고 중앙 및 지방 정부가 자화자찬을 늘어놓는다면 민망한 일이다. 왜냐하면 이번 협상은 국민만 '왕따'된 협상이기 때문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insightkceo@gmail.com)


베트남이 '제2의 차이나 포비아'가 되지 않길차이나 포비아(중국 공포증). 한국거래소의 베트남 기업 상장 유치 활동 소식을 접하고 잠시 잊고 있던 단어가 떠올랐다. 주식시장에 다양한 국적의 기업이 들어오고 그만큼 투자 대상이 늘어난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처음 품었던 기대보다 더 큰 상처를 남긴 중국 기업의 사례가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거래소가 10여년 전 외국기업 상장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증권사들이 유치에 열을 올렸고 2007년 중국 기업인 3노드디지탈이 처음으로 국내 증시에 발을 들였다. 3노드디지탈은 상장 첫날 코스닥지수가 2% 넘게 급락하는 가운데서도 상한가를 기록했다. 그 뒤로도 며칠간 상한가 행진을 했다. 외국기업 1호에 대한 기대감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이후 중국기업 상장이 줄줄이 이어졌다. 그러나 오래가지 않아 '차이나 리스크'가 불거졌다. 연합과기가 상장 5개월만인 2009년 4월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으면서 시작된 차이나 리스크는 중국원양자원의 대주주 주식 편법 증여와 차이나하오란의 2대 주주 지분 처분 등의 소식이 잇따르면서 확산일로에 들어갔다. 중국고섬 사태와 완리, 중국원양자원을 거치면서 중국 기업에 대한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했고 상장폐지가 끊이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에게 차이나는 위험을 넘어 공포로 자리 잡았다. 국내 증시에 발을 들였던 24개 중국 기업 중 절반에 가까운 11개가 상장 폐지됐다. 지금도 차이나그레이트와 이스트아시아홀딩스가 상장폐지 위기에 몰려 있음을 고려하면 중국 기업 둘 중 하나 이상이 국내 증시에서 퇴출되는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크다. 감사의견 거절을 비롯해 분기 보고서 미제출, 분식회계, 은행 잔고 조작, 상장폐지 숫자만큼 그 이유가 다양한 것도 중국 기업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 요인이다. 주식을 휴짓조각으로 만드는 상장폐지가 반복되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조 단위 돈이 공중에 사라졌다.  여러가지 문제가 지적되는데 거래소도 차이나 포비아를 만든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증시의 문을 열고 시장에서 주식이 거래될 수 있게 하는 권한이 거래소에 있어서다. 여기에는 투자위험을 줄이기 위해 부실기업을 솎아내야 할 의무가 따라붙는다. 주식은 교환이나 환불과 같은 방법으로 손실을 되돌릴 수 없는 재산이란 점에서 상장기업을 엄밀히 심사하고 선별할 의무는 다른 어떤 것보다 무겁다. 일부의 우려처럼 상장기업 수를 늘리기 위해 '묻지마식' 심사와 승인이 이뤄질 것이라 생각지는 않는다. 하지만 기업 수에 집중하면 문제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거래소의 베트남 기업 유치가 양보다 질에 초점을 맞춰 '제2의 차이나 포비아', '베트남 포비아' 같은 현상이 나타나지 않기를 바란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