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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한일관계의 허약함한일관계의 기초는 참으로 허약하다. 가까운 이웃으로 사이좋게 지내다가도 갑자기 관계가 급격하게 악화된다.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 때 일본과 사이좋게 지내려고 했으나 관계는 악화되었다. 당시에는 독도라는 영토문제가 걸려있었다. 이후 위안부 문제, 징용배상 문제 등 문제가 발생했으나 한일양국은 이 문제들을 완전히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냥 시간이 흐르면 다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일은 사이좋게 지내야 하는 이웃이고 실제로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 통계적, 경제적으로만 보면 한일관계만큼 가까운 관계는 없다. 오고가는 사람들의 수는 한해 1천만명이 넘는다. 한국에서 일본으로 가는 사람이 약 750만명, 일본에서 한국으로 오는 사람이 300만명 정도다. 수출, 수입과 같은 교역 규모는 850억 달러다. 이 정도면 중국 다음으로 많은 물자와 사람이 오고가는 관계이다. 중국과는 달리 해방 이후 더 오랫동안 교류를 해 왔고 사회, 문화적 교류, 학문의 교류도 활발하다. 한국 출판시장에 일본 출판물이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일본책전문번역출판사도 있을 정도다. 법률과 법학도 초기에는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지금은 일본의 잔재를 대부분 극복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한국과 일본은 한자, 불교, 유교 등 강력한 문화적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공통점이 많은 친한 관계인데도 한일간의 관계는 허약하다. 이것은 현대의 한일관계가 근대화와 함께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한일간의 근대화 시작은 불평등한 1876년 강화도조약이었다. 그리고 한일관계를 확정한 것은 1894년 청일전쟁이었고, 최종적으로는 한일합방이었다. 이 관계는 지금도 완전히 청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일제강점기에 발생한 위안부 문제나 징용, 징병 문제는 여기에서 파생된다.  한일간의 과거사문제는 현재의 문제이며 지금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도 침략전쟁을 완전히 청산하고 정상국가가 되려면 북한과는 수교를 해야 하고 한국과는 과거사를 완전히 청산해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한일양국은 경제교류에만 관심을 가졌다. 그 결과 경제교류는 성장했지만 과거사는 청산되지 못하여 불안한 관계, 허약한 관계가 계속되고 있다. 최근 일본에 의한 수출규제 문제는 양국간의 협의를 통하여 어떻게든 해결될 것이다. 한국 정부가 전력을 다하고 있고 일본 정부도 위험성을 알고 있는 듯하다. 서로 접점을 찾아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허약한 관계는 여전히 남는다.  한일간의 허약한 관계, 불안정한 관계를 해결하기 위하여 세 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싶다. 첫째, 문제해결의 기준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동아시아 차원에서 평화, 인권, 인간의 존엄과 같은 보편적인 가치를 양국 관계의 기초에 놓아야 한다. 과거사 문제도 일방적인 피해자, 가해자 관계가 아닌 인권과 인간의 존엄성 문제라는 점을 바탕으로 해결해야 한다. 둘째, 과거지향적이지 않은 미래지향적인 가치를 중심으로 관계를 설정해야 하다. 과거사 청산도 중요하지만 평화와 인권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당장 1천만명 이상 오가는 사람들의 안전이 중요하다. 한일관계는 더 많은 발전의 여지가 있다. 충분히 발전한다면 유럽연합과 같은 지역공동체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셋째, 정치지도자들의 결단과 양보가 필요하다. 평화정착, 안전보장 등에는 지도자의 결단이 중요하다. 1192년 중동에서 제3차 십자군 전쟁의 강화조약이 성립한다. 이슬람쪽의 대표는 이슬람권을 통일한 살라딘, 기독교쪽은 사자의 심장을 가진 리처드였다. 서로 불신자라 경멸하는 관계였지만 이들은 중동의 평화를 위해 양보를 했다. 불가능하게 보이던 십자군 시대에도 지도자들은 평화를 만들어냈다. 이 조약으로 26년 동안 평화가 이어진다.  한일관계는 경제적으로 번영할 때에도 허약했고 불안정했다. 그 허약함을 알고 있었으나 모두 모른체 했다. 문제가 터지면 그 문제만 해결했다. 그래서 근본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불안한 관계는 계속된다. 이번 사태는 정부의 노력에 의하여 해결될 것이다. 하지만 근본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다시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현안을 해결하면서 근본문제도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변호사 


한일 무역전쟁 '적전 분열' 안 된다일본어에는 '가와기리(가죽을 자르다)'라는 단어가 있다. '일의 시작'이라는 뜻이지만, '한 번 가죽에 칼질을 내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다'는 의미를 담는다. 최근 한일관계가 바로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새로운 단계로 들어선 듯하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일 불합리한 대한국 수출 규제 조치를 발표했고, 다음 달 광복절 이후 우리나라를 '화이트국가'에서 제외하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명확한 증거나 근거도 없이 국제사회에 한국을 '믿을 수 없는 나라'로 매도하고 있다. 왜 일본 정부가 이러한 조치를 하고 있는지 그 이유는 불분명하다. 당초 참의원 선거(21일 투개표 실시)를 앞둔 현 아베 내각이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여론전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에 '장기적이고 실질적인 타격'을 주려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힘을 받는다. 우리의 미래성장 동력을 끊고, 향후 친일성향 정부를 세우겠다는 내정간섭 시도라는 해석까지 나온다. 한일 무역전쟁은 시작됐다. 이제 와서 일본 정부가 그동안의 조치를 취소한다고 해서 그간 있었던 일이 마치 없었던 것처럼 되돌아가는 것은 어렵다. 한일관계의 전면 재구축 역시 불가피해 보인다. 일제 식민지배 피해자에 대한 사죄와 배상이 담기지 않은 박정희정부의 '1965년 한일협정'을 극복해야 할 순간이 왔다. 무역전쟁, 전시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국가 구성원 모두가 마음을 다잡고 뭉쳐야한다. 특히 '컨트롤타워'인 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전쟁이 진행 중인데 '적전 분열'은 상대방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할 뿐이다. 일부 보수지들의 보도들이 일본 우익세력에 악용돼 그들의 논리를 강화시켜 주고 있는 것을 잊지 말자. 정부는 외교와 대화로서 꼬인 한일관계의 실타래를 푼다는 원칙아래서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강화해야한다. 단기적으로는 일본의 무차별 '무역공습'에 대비해 직접 피해 입을 분야를 서둘러 지원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일본의존형 경제 탈피 로드맵'을 세우고 이행해야 한다. 정치권은 초당적인 움직임을 보여줘야 한다. 특히 보수야당의 협력이 절실하다. 문재인정부의 외교실책이 원인이라며 비판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겠지만, 오히려 대승적인 차원에서 추경 통과 등에 협력하는 것이 '책임감 있는 수권세력'으로 평가받지 않을까. 국민들 역시 그러한 모습에 박수를 보낼 것이다.  이성휘 정경부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