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사랑에 관한 앨범이지만 ‘사랑’이란 단어가 자주 등장하지는 않았다. 빛과 어둠 같은 단어들만 자주 오르내릴 뿐. 사랑 무(無)의 현실(‘어둠’), 그럼에도 결국 사랑을 찾는 인간(‘빛’)에 관한 은유의 말들, 그것들은 사랑의 대변자 역할을 했다.
차별과 혐오, 고정된 우위, 세대 갈등, 환경 파괴가 들끓는 기형성을 최소나마 줄이려는 시도이자 노력의 다른 말.
올해 1월 혁오가 새 앨범 '사랑으로(Through Love)'로 오늘날 우리 세계에 던진 화두다.
혁오 '사랑으로' 리믹스 커버. 사진/두루두루아티스트컴퍼니
지난달부터 소속사 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는 이 앨범을 다른 각도로 조망하는 릴레이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9월17일 장기하를 시작으로 9월24일 이디오테잎, 10월6일 선셋 롤러코스터가 잇따라 리믹스 버전을 순차로 공개하며 원작의 메시지를 심화, 확장하는 움직임에 나섰다.
최근 에세이 ‘상관없는 거 아닌가?’를 발표한 장기하는 혁오의 ‘Silverhair Express’를 그 만의 스타일로 해석했다. 혁오의 원곡이 부표처럼 떠다니고 장기하는 문학 소설 같은 어구들을 랩송처럼 흘린다. "같은 행성과 대기를 공유하던 이와 지금은 같은 우주조차 아니"라는 이별의 아찔함은 "외로움의 총합을 늘려가는" 작은 존재들로 인류를 환원하고야 만다.
장기하는 오혁을 찾아가 "시간이 급하게 흐르는 열차 위에 올라탄 상상을 하며 만들었다"는 설명을 듣고 이 곡을 만들었다. "내달리는 시간 속에서 한 가지 가치만을 지킨다면 그건 사랑이었으면 좋겠다는 얘길 들었다. 답을 듣는 순간 김초엽 작가의 소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이 멋진 동갑내기 예술가들은 같은 마음을 품고 있었던 모양이다. 내게도 그 마음이 이렇게 전달된다는 것이 무척 감격스러웠다."
한국 일렉트로닉 밴드 이디오테잎은 지난달 24일 수록곡 ‘Help’를 최근 그들이 지향하는 ‘레트로 퓨처리즘 사운드’로 각색했다. ‘록킹한 전자음악’으로부터 ‘댄서블한 전자음악’으로 잠시 외도를 선언한 이들은 최신식 전자악기에 대한 탐구를 이어가며 지난 3개월간 싱글 프로젝트를 이어가다 이번 작업과 맞닥뜨렸다. 이들은 최근 싱글작들에서 테크노 대표 뮤지션 오비탈이나 언더월드의 음악 작법을 도입한 음악들을 전개해오고 있다.
대만 팝밴드 선셋 롤러코스터. 사진/두루두루아티스트컴퍼니
오는 8일에는 ‘Help’를 대만 팝 밴드 선셋 롤러코스터가 리메이크 한 버전이 공개된다. 소속사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에 "알앤비&소울, 록, 시티팝, 펑크(Funk)를 아우르는 팀을 전부터 주목해왔다"며 "혁오 역시 그들의 음악을 평소 좋아하고 즐겨들어 이번 작업이 성사됐다"고 전했다. 앞서 6일 정오 선셋 롤러코스터의 싱글 ‘Candlelight (feat. OHHYUK)’에는 오혁이 보컬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음악팬들 사이에서는 한국의 장례문화를 담은 독특한 스토리의 이 뮤직비디오도 음악 공개와 함께 인기다.
올해 혁오의 월드 투어는 취소됐지만 음악은 글로벌 시장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지난 8월 ‘사랑으로’ 음반 수록곡은 루이비통(LOUIS VUITTON)의 멘즈 스프링 섬머 2021 쇼 인 상하이 (Louis Vuitton Men's Spring-Summer 2021 Show in Shanghai) 1부에 삽입됐다. 최근에는 영국 패션 브랜드 버버리(Burberry)가 TB 썸머 모노그램 컬렉션 출시를 맞아 개최한 언택트 행사 '버추얼 뮤직 콘서트'에도 소개됐다.
밴드는 오는 16~18일 3일간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열리는 ‘2020 혁오 콘서트 <진정한 사랑과 행복을 찾는 방법: 사랑으로>’로 관객과 만난다.
장기하(왼쪽부터), 이디오테잎, 선셋롤러코스터. 사진/두루두루아티스트컴퍼니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