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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전 관행이 지금껏…택배 기사 분류작업 ‘거부’
입력 : 2020-09-18 오전 10:42:17
[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택배 노조가 추석을 앞두고 분류작업 중단을 선언했다. 노조는 애당초 분류작업이 택배기사 업무에 포함되지 않는데 그동안 ‘공짜노동’을 제공해 왔다고 말한다. 정부는 임시인력 1만여명을 투입해 배송 대란을 막겠다고 밝혔지만 노조측은 정부 투입 인력이 택배기사가 직접 고용한 아르바이트생이 포함되는 등 부풀려진 숫자라고 반박하며 실질적인 체제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대책위)는 17일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4,000여 명의 택배 노동자가 오는 21부터 분류작업을 전면 거부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분류작업 전면 거부는 죽지 않고 살기 위한 택배 노동자의 마지막 호소”라고 했다.
 
이들 말처럼 코로나19 이후 택배 물량이 대폭 늘어나 올해에만 7명의 택배기사가 과로사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주형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택배 물량은 2억9300여개로 작년 6월 2억1500여개와 비교하면 36.3%가 증가했다. 이는 2016년 이후 최대폭 증가다. 대책위는 코로나19이후 택배노동자들의 하루 평균 택배 물량과 분류작업이 각각 26.8%, 38.5%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지난달 11일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통해 택배 물량이 가장 폭증할 9, 10, 11월이 가장 우려스럽다고 말한 바 있다. 9, 10, 11월은 택배 물량이 1년 중 가장 많은 달인데 올해 코로나19로 늘어난 물류량까지 합하면 택배 기사가 버티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책위에 따르면 올해 1~8월 택배기사 주간 평균 노동시간은 71.3에 달한다.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가 분류작업 전면거부를 선언한 17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도로에서 택배노동자가 택배물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7일 정부는 택배 기사들의 분류작업 거부에 따른 배송 차질을 막기 위해 다음 달 16일까지 택배 분류 임시 인력 1만여명을 투입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정부는 지난 10일에도 택배 물량이 급증하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택배업계에 분류작업 필요 인력 한시적 충원을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택배노조는 정부 대책이 “과장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진경호 택배연대노조 수석부위원장은 1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애초 택배사들도 명절에 물량이 폭주해 한시적으로 다른 작업을 위해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데, 이 숫자가 포함된 것”이라며 “우리가 요구하는 조건에는 턱없이 부족한 인력 보충”이라고 했다.
 
진 부위원장은 택배 분류작업이 28년 전 택배업 처음 도입 당시 관행이 지금까지 지속해 온 것이라고 지적하며 “현행법 조문 어디에도 분류작업이 택배기사 업무라는 조항이 없고 수탁 계약서에도 기사들 업무라고 명시적으로 기록돼 있지 않다”라고 꼬집었다. 택배기사는 배송 건수에 따라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분류작업은 월급에 포함되지 않는다.
 
진 부위원장은 “택배기사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택배 수가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부과하는 택배비는 2500원꼴이지만 쇼핑몰과 택배사가 계약할 때 평균 1730원의 비용만 낸다는 것이다. 그는 “나머지 720원이 백마진이나 리베이트로 흘러가고 있다”라며 “2,500원이 택배비로만 정확히 사용된다면 택배사나 기사들의 근무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이를 바로 잡아 주길 바란다”라고 했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조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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