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부동산 대출 규제로 가계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저축은행이 기업대출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규제 차원에서 개별차주 신용공여 규제를 완화하기로 하면서 기업대출 중심으로 대출 포트폴리오를 확충할 전망이다.
코로나19 여파에 부동산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저축은행이 가계대출 비중을 줄이고 있다. 사진은 서울에서 영업 중인 한 저축은행. 사진/뉴시스
16일 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저축은행들은 기업 대출영업 비중을 높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그동안 저축은행은 대출자산을 확대하기 위해 가계대출 영업을 적극 공략했다. 가계대출은 상대적으로 이자 수익이 높아 자산 규모를 확대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저축은행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고객을 상당수 흡수해 자산을 늘렸다. 한국은행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기준 저축은행의 여신잔액은 69조24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말(65조504억) 대비 약 4조원 증가한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 대형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이 같은 기조의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가계대출의 연체 가능성이 커져 부실화의 위험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특히 이달 정부가 투기과열지구 확대 지정 등 부동산 규제를 연달아 내놓으면서 저축은행에서도 가계대출 취급 문턱을 높이고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보다 영향이 덜 하겠지만 부동산 규제가 늘어나면 선제적으로 가계대출을 조일 수밖에 없다"며 "특히 최근 LTV(주택담보인정비율)가 낮아서 신용대출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계신용대출 취급 감소 영향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용도별 대출 현황'에 따르면 OK저축은행의 올해 1분기 총대출금(6조9897억) 대비 가계대출(3조5848억)이 차지하는 비중은 51.3%를 기록했다. 지난해 3월 말 가계대출 비중(52.5%) 대비 1.2%포인트 감소했다.
웰컴저축은행도 올해 1분기 가계대출 점유율이 63.7%를 기록했는데, 지난해(66%) 대비 2.3%포인트 하락한 수준이다. 아울러 기업대출에 포함되지만 부동산 투자를 위한 꼼수로 지적돼온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도 두 은행 모두 지난해 말 대비 감소했다.
하반기에는 기업대출 비중이 늘어나는 양상이 더 짙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무엇보다 금융당국이 개별차주에 대한 신용공여 기존 한도(개인 8억, 법인 100억)를 늘리기로 하면서 우량차주에 대한 대출을 확대할 길을 터준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은 상대적으로 건전성 높은 대기업 위주로 대출 영업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용공여 한도가 확대될 경우 우량 차주는 이전보다 더 많은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