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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 대법관 후보' 서울고법 부장들, 개혁성향 두드러져
피천거인 30명 중 현직 9명, 전직 8명 등 총 17명
입력 : 2020-06-22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9월 임기가 만료되는 권순일 대법관의 후임으로 30명의 후보가 추려졌다. 절반 이상이 전·현직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으로, 상당수가 개혁적 판결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민형사 재판부에서 한명숙 전 총리 사건,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 등 굵직한 사건을 맡아 판결을 내렸다.  
 
22일 법원 등에 따르면 이번 대법관 후보로 천거된 30명 중 현직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9명이다. 과거 서울고법에서 부장판사를 지낸 법관까지 합하면 17명으로 후보의 절반을 넘었다. 올해 초 조희대 전 대법관 후임으로 임명된 노태악 대법관도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냈다.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대법관으로 이어지는 '필수 코스'로 여겨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법조계는 새로 임명될 대법관이 전원합의체 판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유력한' 대법관 후보인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 법관들이 어떤 사건에서 어떤 판결을 내렸는지 살펴보는 것이 의미 있어 보인다.
 
김명수 대법원장등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선고를 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강영수 부장판사는 세계 최대의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인 '웰컴 투 비디오'의 운영자 손정우 사건을 심리하고 있다. 2014년 건설업자에게 청탁을 받고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항소심을 맡아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2월을 선고했다. 2015년에는 저축은행 2곳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박지원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유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김대웅 부장판사는 2012년 부패전담 재판부에서 저축은행 로비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사촌처남 김재홍 전 KT&G 복지재단 이사장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저축은행 로비와 관련해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와 윤진식 당시 새누리당 의원에 대해서도 유죄선고를 내렸다. 2017년에는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김용석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에서 '인혁당 재건위 사건'에 연루돼 내란예비·음모 등의 혐의로 최고 무기징역형을 받았던 전창일씨 등 14명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하며 그들의 억울함을 풀어줬다. 북한의 활동에 동조했다는 혐의를 쓰고 군사정권에 의해 사형당한 조용수 민족일보 사장의 재심에서도 47년 만에 무죄 판결을 내렸다.
 
김종호 부장판사는 재계 총수일가에 대한 엄격한 법적 판단으로 주목을 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에 있을 때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에게 징역 4년6개월, 그의 모친 이선애 전 상무에게 징역 4년의 중형을 내렸다. 30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를 받은 강덕수 전 STX 회장에 대해서도 징역 6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김형두 부장판사는 2010년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5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에게 1심 무죄를 선고했다. 2012년에는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후보 매수혐의로 기소된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에게 벌금형을 내리고 석방시켰다가 보수단체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2014년 이상호 MBC 해직기자가 MBC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소송 항소심에서는 기자의 손을 들어줬다.
 
김환수 부장판사는 2012년 "언론인의 선거운동을 금지한 공직선거법 위헌 소지가 있다"면서 4·11 총선을 앞두고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된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와 주진우 시사인 기자가 신청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김 부장판사는 이들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들의 권고 의견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윤준 부장판사는 서울고법 민사14부 재판장 시절 이맹희씨가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낸 상속분쟁 항소심에서 이건희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2016년 서울고법 형사5부에 있을 때는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태원 살인사건'의 진범 존 패터슨에게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징역 20년 중형을 선고했다. 
 
천대엽 부장판사는 2014년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김인종 전 청와대 경호처장과 김태환 경호처 행정관에게 각각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4대강 사업' 공사 입찰을 담합한 혐의로 기소된 대형 건설사 대표들에게도 유죄 선고를 내렸다. 
 
한규현 부장판사는 2011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가입한 교사 명단을 홈페이지에 공개한 조전혁 당시 한나라당 의원에 대해 교사들에게 3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 채팅으로 만난 열 살 초등학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보습학원 원장에 대해 '증거가 부족하다'며 항소심에서 3년으로 감형한 것과 관련, 여론의 강한 비판을 받기도 했다.
 
김광태 대전고등법원장, 김우진 사법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김흥준 서울남부지방법원장, 배기열 서울행정법원장, 서경환 서울회생법원 수석부장판사, 양현주 인천지방법원장, 유상재 법원도서관장, 이승련 서울중앙지법 민사 제1수석부장판사 등 8명도 서울고법에서 부장판사를 지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출신 변호사들도 이번 정부에서 유력한 대법관 후보군이다. 임기 2년째를 맞고 있는 김선수 대법관이 대표적이다. 이번 대법관 후보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를 공동집필한 김인회 인하대 법대 교수가 올랐다. 그는 '문제는 검찰이다' 등의 저서에서 검찰 기소 독점의 문제와 기소와 수사 주체의 분리 등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부장판사 출신으로는 드물게 민변에서 활발히 활동해 온 성창익 변호사도 주목할 인물이다. 성 변호사는 서울지법 남부지원 판사로 법조계에 발을 디뎠지만 1년만에 퇴임,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로 7년간 근무하다가 다시 판사가 됐다. 울산지법 부장판사를 끝으로 변호사가 된 뒤에는 민변 사법센터 초대 소장을 맡아 일했다. 대법원에 다양한 생각을 가진 대법관이 공존하도록 하려면 서로 다른 경험과 직역을 거친 사람들을 대법관으로 임명할 필요가 있다며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를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왕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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