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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감염병과 한반도 그리고 코로나 이후
입력 : 2020-05-11 오전 6:00:00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누구는 국난이라고 한다. 감염병 때문에 국난이 온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삼국시대 이래 한반도에서 유행한 것으로 역사에 기록된 감염병이 여럿 있었다. 두창, 콜레라, 장티푸스, 홍역, 결핵, 독감, 에이즈 등등…. 이들 감염병으로 인한감염자와 환자, 그리고 사망자는 지금의 코로나19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그 수가 많았다. 
 
다른 시대에 견줘 그 기록을 신뢰할만한 조선시대를 보면 500여 년 역사에서 역병, 즉 전염병이 돈 기간이 320년이며 사망자는 1000만 명 이상이었던 것으로 추산된다. 성종 때까지는 역병에 대한 기록만 있고 사망자 수는 없었다. 당시 역병은 왕이나 왕조에 대한 불길한 징조로 여겨졌다. 주로 왕실이나 도읍 주변 지역 역병에 대한 기록만 남겼다. 연산군 때부터는 역병에 따른 각 지방의 사망자 수도 보고됐다. 순조실록(1821년)에는 중국에서 전해진 역병으로 조선 팔도에서 10만 명 이상이 죽었다고 적고 있다. 정조 재위 23년인 1799년에는 역병으로 한 달 사이 ‘14만 명’이나 사망했다고 한다. 인구수 대비 감염병 사망자수를 지금의 코로나19와 맞비교하면 코로나19 위기는 새발의 피였던 셈이다. 
 
20세기 들어와서도 감염병 재앙은 계속됐다. 1919년 3월 조선총독부가 공식 집계한 결과 스페인 독감 유행으로 식민지 조선의 1918년도 추정 인구 1700만 여명 가운데 755만 명가량의 환자가 발생했고 14만여 명이 숨졌다. 실제 이환자와 사망자의 총수는 이보다 더 많았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시인 이상, 소설가 김유정, 가수 김정호 등을 요절케 한 결핵은 21세기에도 대한민국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매년 2천명 안팎의 한국인이 결핵 앞에 무릎을 꿇는다. 해마다 우리 사회에서 겨울철 유행하는 독감은 매년 5천명 안팎의 생명을 앗아간다. 지금까지의 코로나19 사망자 수와 비교하면 10~20배나 되는 규모다. 그럼에도 이들 감염병에 대해서는 두려움과 위기를 느끼지 않는다. 난생 처음 맞닥뜨린 신종 감염병이 아니라 우리가 익히 아는 감염병이자 백신과 치료제가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전 세계적으로 여전히 기승을 부린다. 한국에서는 거의 잡힐 듯 했던 코로나19가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을 계기로 다시 전국적으로 산발 유행을 하고 있다. 코로나19는 끝날 때까지 결코 끝나지 않는 감염병이다. 조금의 방심도 허용하지 않는다. 이태원 클럽 사례가 이를 방증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은 짚신 장수와 우산 장수를 아들로 둔 노모의 우화를 떠올리게 만든다. 노모는 궂은 날에는 짚신 장수 아들이 짚신을 못 팔까 봐 걱정이고 맑은 날에는 우산 장수 아들이 우산을 못 팔까 봐 노심초사한다. 그 모습을 보다 못한 손자가 할머니에게 궂은 날에는 우산이 잘 팔려서 기쁘고 맑은 날에는 짚신이 잘 팔려서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느냐는 말을 한다. 그때서야 할머니의 얼굴이 환해진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코로나19 위기가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코로나 이후, 즉 포스트 코로나를 이야기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3년이 지나는 시점과 맞물려 대통령뿐만 아니라 사회·경제·문화·체육 등 사회 각계각층에서 백화제방 격으로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 된 혼돈 상황을 극복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지금 달아나는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두 마리 토끼는 동쪽과 서쪽 서로 다른 방향으로 달아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통해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사회를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한 마리의 토끼를 잡아야 한다. 방역 일꾼들과 감염병 전문가들은 동쪽으로 달아나는 토끼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서쪽으로 달아나는 토끼를 잡는 것도 중요하다. 무너지는 일자리를 버텨내고 경제를 살리는 일 또한 방역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 마리의 토끼를 잡는 것도 중요한데 두 마리의 토끼를, 그것도 동시에 잡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역사에서 배우거나 벤치마킹할 사례가 없다. 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는 사냥꾼들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몰이꾼이 얼마나 잘 하느냐에 달려 있다. 몰이꾼은 국민이고 사냥꾼은 방역과 경제 일꾼들이다. 각 사냥꾼들은 서로를 잘 이해하고 배려하며 때론 양보가 필요하다. 자신의 토끼가 더 중요하다고 고집하지 말아야 한다. 몰이꾼은 사냥꾼들의 지시에 따라 방역 수칙을 잘 지키면서 사회·경제 활동도 동시에 적극 벌여야 한다. 우화에서 등장한 손자의 발상이 필요한 때이다.
 
안종주 단국대 초빙교수·보건학 박사(jjahnpark@hanmail.net)
조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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