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유례 없는 롤러코스터"
코로나19 충격으로 국내 증시를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다는 증권가의 시각이다. 증시 변동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지만, 증권사들은 개인 투자자들에게 '아니면 말고' 식의 투자 전망을 내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분기 폭락장에서도 국내 증권사들은 주식을 사라는 '매수' 의견 일색의 리포트를 내놨다.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제공하고 있는 증권사 추천 종목들의 수익률도 연초 이후 절반 가까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1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이즈리포트에 따르면 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지난 1월20일부터 이달 6일까지 증권사 추천종목 63개 가운데 20%인 15개 종목이 추천일 이후 마이너스 수익률을 시현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 추천 종목을 정기적으로 투자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증권사는 하나금융투자·신한금융투자·유안타증권·부국증권 등 4개사다. 이들 증권사가 추천한 종목 10개 중 2개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셈이다. 연초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으로 수익률 산정 구간을 넓히면 절반 가량인 30개 종목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종목별로 보면 지난 2월 유안타증권이 추천한 고려아연의 수익률이 가장 낮다. 고려아연의 수익률은 2월24일 42만6000원에서 지난 6일 37만1500원으로 -12.79% 하락했다. 롯데케미칼(-9.28%), LG유플러스(-6.27%), GKL(-5.86%), LG화학(-4.12%), 녹십자(-3.37%)등도 증권사들이 추천한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자본시장의 나침반이 되는 증권사 리포트가 제 역할을 못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기업분석 보고서에서도 나타났다. 올해 1분기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Pandemic·전세계적 대유행)우려로 유가증권시장이 1400대까지 무너진 상황에서도 종목을 매도하라는 기업분석 보고서가 전무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증권사 32곳 가운데 30곳(94%)이 매도의견 보고서를 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흥국증권(61건), DS투자증권(28건), 리딩투자증권(10건), 유화증권(4건), 한양증권(2건) 등 5곳은 '중립' 의견도 없이 100% 매수 의견만 내놨다.
증시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도 주식을 사라고 권유할 뿐 객관적인 투자의견을 제시하지 못한 셈이다. 증권사들은 코스피가 연 최저점을 기록했던 3월19일(1457.64)에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현대미포조선 등에 대해 목표주가만 하향 조정하고 투자의견은 '매수'를 고수했다.
개인투자 고객이 가장 많은 키움증권의 경우 157건의 보고서 가운데 155건(98.7%)에 대해 매수 의견을 냈다. 교보증권(97.8%)과 상상인증권(97.4%), 유진투자증권(96.8%), 하이투자증권(96.5%), 신한금융투자(96.1%), 케이프투자증권(95.3%), 미래에셋대우(95.2%), 한화투자증권(94.4%), 한국투자증권(87.7%), 메리츠증권(84.9%) 등이 내놓은 리포트도 매수 일색이었다.
투자자들에게 매도를 권유한 증권사는 NH투자증권(1건)과 대신증권(3건)에 불과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달 고영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도'로 유지했으며 대신증권은 메디톡스와 넷마블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도(Underperform)'로 제시했다.
전체 기업분석보고서의 투자의견을 평균하면 매도는 0.1%며 매수와 중립은 각각 89.4%, 10.5%다. 같은 기간 메릴린치증권 등 외국계 증권사 13곳이 발간한 기업분석보고서(2174건) 중 18.4%인 399건이 매도의견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매도 의견이 실종된 모습이다.
코로나19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명확해지면서 최근 증권사가에서는 기업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한 보고서가 쏟아지고는 있다. 그러나 매수 일색으로 비판 받아 온 국내 증권사 리포트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도개선이나 자율 개선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특정 기업에 대해 매도 의견이 제시될 경우 대상 기업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기엔 한계가 있는 것 같다"면서 "최근에는 투자의견을 그대로 두되 목표주가를 조정하거나 투자의견을 ‘중립’이나 ‘의견없음’으로 내리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