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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뉴딜 이전에 '탈토건'부터
입력 : 2020-04-27 오전 7:00:00
하승수 변호사·'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코로나19 사태가 경제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감염병이 실물경제에 이렇게 큰 충격을 직접적으로 주리라고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개별 국가 차원이 아니라 세계적인 충격이다. 대공황이 올 것이라는 위기감도 강하다. 코로나19가 언제쯤 진정될지, 그리고 재확산의 가능성은 없는지 등이 모두 불확실한 만큼 경제에 미칠 영향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일자리도 큰 영향을 받고 있다. 그래서 정부는 한국형 뉴딜을 추진하겠다는 이야기를 하게 됐다. 1930년대 세계적인 대공황이 발생했을 당시에 미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재정을 투입해서 일자리를 만들었던 '뉴딜 정책'을 한국에서도 추진하겠다는 발상이다. 코로나19 사태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므로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논란이 되는 긴급 재난지원금도 국민 모두에 지급하는 것이 맞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정책은 신속해야 한다. 도저히 안 된다면 대통령의 긴급재정명령권도 발동해야 한다.

이렇게 정부가 직접적으로 국민들을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한 이유는 그 효과가 직접적이기 때문이다. 지금 시기에는 '헬리콥터 머니'같은 정책이 필요하다. 헬리콥터로 돈을 뿌리듯 국민들에게 직접 도움이 되는 정책을 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동시에 일자리를 만들고 유지하겠다는 정책은 신중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의 세계는 달라질 것이고,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산업과 어떤 분야에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지금 정부가 강조하는 한국형 뉴딜의 경우에는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 또다시 토건사업을 벌이는 방식의 경기부양책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형 뉴딜을 말하기 이전에, '탈토건 선언'부터 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의 세계에서는 잦은 이동보다는 안전하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공항, 철도, 도로 등을 확충하는데 세금을 쏟아붓는 것은 중단해야 한다. 제주 2공항, 새만금 공항 같은 사업은 당장 중단해야 한다. 부산 지역 정치인들이 무책임하게 이야기를 꺼내고 있는 동남권 신공항은 아예 언급해서도 안 된다. 감염병과 기후 위기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공항 이용객 숫자가 늘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주장이다. 이런 곳에 쏟아붓는 돈만 줄여도 사람에게 직접 지원할 예산을 상당 부분 확보할 수 있다.

정치권에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그린 뉴딜'도 말 잔치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격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에너지자급과 식량자급을 달성하는 건 국민들의 생존을 지키는 문제이다. 에너지 자급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재생가능 에너지를 확충하는데 나서야 한다. 이렇게 중요한 일을 민간기업에 맡겨놓아서는 안 된다. 돈벌이만 생각하는 민간기업들이 무분별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계획을 세워서 추진해야 한다.
 
주민들의 의견을 사전에 수렴하는 민주적 절차도 갖춰야 한다. 각 지자체도 자기 지역의 에너지 자급을 달성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우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그리고 먼 바다 위에 대규모 풍력발전단지를 만드는 '부유식 해상풍력' 같은 재생가능 에너지 프로젝트는 국가가 책임지고 지자체와 협력해서 추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런 프로젝트까지 해외 자본에 맡길 일이 아니다. 국가가 나서서 추진하면 이런 곳에서 대규모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농업을 살리고 농촌을 활성화하는 것이야말로 절체절명의 과제이다. 식량 자급은 단기간에 달성할 수 없는 문제이다. 이번에도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러시아와 베트남 등에서는 곡물 수출을 규제하는 조치를 취했다. 식량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농업을 살리고 농촌을 활성화하는 한편 농민을 지원하는 것을 국가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한국형 뉴딜은 토건이 아닌 '그린'에 방점을 찍어야 하고, 그러자면 탈토건 선언선언부터 해야 한다. 문재인정부 들어서도 토건 예산은 줄어들지 않았다. 2020년 국토교통부 소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18조8000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3조원이 늘어났다. 전체 SOC예산은 23조원으로 4대강 사업을 추진했던 2009년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런 토건사업들부터 전면 재검토하는 것이 우선이다. 지금 당장 토건사업을 전면재검토하면 굳이 국채를 발행하지 않더라도 전국민에게 긴급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여력을 충분히 만들 수 있다.
 
하승수 변호사·'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haha9601@naver.com)
 
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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