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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한은 직접대출 오매불망
CP금리 6년래 최고 '유동성 위기'…금통위원 임기만료 전 결정 촉각
입력 : 2020-04-13 오전 8: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한국은행이 증권사 대상 직접대출에 대해 신중론을 유지하면서 유동성 확보가 절실한 증권사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증권업계에서는 파생상품 관련 마진콜(증거금 추가 납부 요구)로 유동성 경색이 커진 상황에서 신용등급하락 우려까지 제기됨에 따라 시장 안정화를 위한 적극적인 정책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유동성 경색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한국은행의 한은법 80조 발동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오는 20일 한국은행 금통위원의 임기가 만료되기 때문에 이번 주 안으로 특수목적법인(SPV)을 통한 자금지원 등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한은법 80조에서는 한국은행이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자금조달에 중대한 애로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 영리기업에 대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기존에 나온 한국은행 RP매입의 경우 (시장 경색 완화에) 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며 "증권사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채권 조달금리가 상승하면서 유동성 우려가 더 심화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너무 늦지 않게 정책적 지원이 들어오길 기대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표/NH투자증권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0일 기업어음(CP) 91일물 금리는 전날보다 0.02%포인트 내린 2.13%를 기록했다.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1.10%로 CD와 CP간 스프레드는 1.03%포인트다. 스프레드는 지난 9일 한국은행이 비금융권 대출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히면서 소폭 줄었다. 하지만 시장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실제 최근 CP금리는 주가연계증권(ELS)발 마진콜(증거금 추가 납부 요구) 우려가 커지면서 지난 2일 6년 만에 최고치인 연 2.23%까지 올랐다. 발행금액도 크게 늘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기업의 CP발행금액은 21조247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15조8375억원) 대비 34.16% 증가한 규모다. 결국 CP로 단기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은 많지만 자금 조달이 되지 않다보니 금리가 높아진 것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채권시장안정펀드 가동과 함께 2조원 규모의 CP를 매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여기에는 증권사가 보증한 CP는 제외됐다. 이와 함께 올해 2분기 중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 유동화증권(ABCP, ABSTB) 잔액도 약 29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동화증권의 차환 위험도 존재하는 것이다.
 
증권사들에 대한 신용등급 하향 조정 움직임도 감지된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6개 증권사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하향조정 검토’로 조정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증권사의 수익성, 자본 적정성, 자금 조달, 유동성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시장 전문가들은 시장 안정을 위해 CP·전단채 발행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증권사들에 대한 유동성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한은이 증권사에 대출을 시행한다면 시장 경색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출이 시행되기 위해서는 4명 이상의 금통위원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금통위 위원의 임기 만료일인 오는 20일 이전에 협의 내용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며 "증권업계는 3월 ELS 자체 헤지 포트폴리오에서 기초자산 가격 급락에 따른 달러 유동성 부족 사태를 겪은 바 있고, 이번 2분기에도 PF ABCP 만기 도래를 앞두고 유동성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한국은행의 이번 발표는 증권업계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정 연구원은 특히 "당장 4월 만기가 도래하는 PF ABCP 규모는 약 7조원(ABSTB 포함시 약 9조원)으로 이번 방안이 시행되면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지만 증권업계의 유동성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이전보다 다소 완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CP·전단채 발행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증권사들에 대한 유동성 지원은 시장안정을 위해 중요하다"면서 "자본시장으로부터의 자금조달에 크게 의존하는 증권사들은 비용효율성 측면에서 단기조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데 단기조달 의존도가 높을 경우 일반적인 경제상황에서는 수익성 개선 효과가 상대적으로 뚜렷하지만 위기상황에서는 재무적 안정성이 나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 연구원은 또 "부동산 PF와 관련된 채무보증이 커져 있는 부분도 유동성에 관한 리스크 관리에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단기조달과 중장기조달간의 적정균형을 찾는 노력이 있어야겠지만, 현재의 상황에서는 신용등급 기준을 만족시키고 가산금리를 부과하는 것을 전제로 증권사가 발행하는 CP, ABCP, 전단채를 매입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방안이나 증권관련 유관기관을 경유해 단기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외 정책기관들의 금융시스템 안정화 조치가 계속되고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유동성 공급 정책이 은행이나 증권사 자체적으로 이뤄지거나 한국은행이 RP매입을 통해 보조하는 선에서 머물고 있다"면서 "한국은행의 국채 단순매입을 늘리거나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 한국은행의 회사채와 단기자금 시장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방안 등 다양한 추가 지원들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증권사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한국은행이 직접 대출방안을 내놓을지 관심이 몰린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뉴시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백아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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