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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서지현 인사보복' 안태근 "직권남용 아냐"…서지현 "면죄부 준 것" 반발(종합)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 안해"…직권 보석 결정
입력 : 2020-01-09 오후 2:15:45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서지현 검사에게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로 기소된 안태근 전 검사장이 1심과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대법원은 무죄로 판단했다. 서 검사는 "직권남용 범위를 좁게 해석해 면죄부를 줬다"면서 반발했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9일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안 전 검사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검사인사 담당 검사가 이 사건 인사안을 작성하게 한 것을 두고 직권남용죄에서 말하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직권남용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인사권자는 법령의 제한을 벗어나지 않는 한 여러 사정을 참작해 전보인사의 내용을 결정할 필요가 있고, 이를 결정하면서 상당한 재량권을 가진다"며 "인사권자의 지시 또는 위임에 따라 검사인사에 관한 직무집행을 보조 또는 보좌하는 실무 담당자도 그 범위에서 일정한 권한과 역할이 부여돼 재량권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검사를 성추행하고 인사보복을 한 혐의로 1심에서 구속된 안태근 전 검사장이 지난해 5월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또 "'경력검사 부치지청 배치제도'는 부치지청에서 근무한 경력검사를 차기 전보인사에서 '배려'한다는 내용에 불과하다"며 "이는 검사인사 담당 검사가 검사의 전보인사안을 작성하면서 지켜야 할 일의적·절대적 기준이라고 볼 수 없고, 다른 인사 기준 또는 다양한 고려사항보다 일방적으로 우위에 있는 것으로 볼 만한 근거도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인사안이 부치지청인 여주지청에 근무하고 있던 경력검사인 서지현을 부치지청인 통영지청으로 다시 전보시키는 내용이라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경력검사 부치지청 배치제도의 본질에 반한다거나 검사인사의 원칙과 기준에 반하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 피고인을 석방하는 것에 따라 이날 안 전 검사장에 대해 직권으로 보석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안 전 검사장은 지난해 1월23일 구속된 지 351일 만에 풀려났으며, 불구속 상태에서 파기환송 재판을 받는다.
 
서 검사의 법률대리인인 서기호 변호사는 이날 대법원판결 이후 "직권남용의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해 면죄부를 준 것으로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며 "구체적인 입장 표명은 대법원 판결문을 입수하게 되면 면밀히 검토·분석한 뒤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안 전 검사장은 법무부 검찰국장 당시 서지현 검사를 창원지검 통영지청으로 발령하도록 하는 등 인사권을 남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안 전 검사장은 서 검사를 성추행한 후 비위 사실이 검찰 내부에서 확대되자 서 검사의 사직을 유도하기 위해 인사 담당 검사에게 통영지청으로 배치하도록 인사안을 작성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 검사는 실제 2015년 8월 하반기 검사인사 당시 수원지검 여주지청에서 통영지청으로 발령받았다.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하고 인사상 불이익을 준 혐의로 기소된 안태근 전 검사장이 지난해 1월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심은 "법무부 검찰국이 마련하는 인사안 결정과 관련한 검찰국장의 업무 권한을 남용해 검찰국 검찰과 검사인사 담당 검사가 검사인사의 원칙과 기준에 반해 서지현을 통영지청에 전보시키는 인사안을 작성하게 함으로써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며 안 전 검사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이에 대해 "자신의 성추행 비리를 덮기 위해 법무부 검찰국장으로서 검사에 대한 인사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지위에 있음을 이용해 보상받고 보호받아야 하는 비리의 피해자에게 오히려 부당하게 인사상의 불이익까지 줬다"면서 "검사에 대한 인사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지위를 사유화하고 남용해 공정한 검찰권 행사에 대한 신뢰의 토대가 되는 검사인사가 올바르게 이뤄진다는 데 대한 국민의 믿음과 검찰 구성원의 기대를 저버리는 결과가 초래됐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2심도 "피고인의 지시가 없이는 인사 담당 검사가 독자적인 판단과 결정으로 서지현을 통영지청에 배치한 것이라고는 도저히 보기 어렵다"며 안 전 검사장의 항소를 기각했다.
 
앞서 서 검사는 지난 2018년 1월29일 검찰 내부 게시판에 "서울북부지검 검사로 재직했던 2010년 검찰 간부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고, 그 이후 조직적인 사건 은폐, 부당한 감찰과 인사상 불이익까지 당했다"는 취지의 글을 게시하면서 안 전 검사장의 성추행과 인사 불이익을 폭로했다. 
 
대검찰청은 같은 달 31일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피해회복 조사단을 구성해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조사단은 그해 4월25일 안 전 검사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다만 안 전 검사장의 강제추행 혐의는 고소 기간이 지나 처벌 대상에서 제외됐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대검찰청.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정해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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