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한국농어촌공사는 2000년 농지개량조합, 농지개량조합연합회, 농어촌진흥공사가 통합된 이후 설립된 준정부기관이다. 공사는 농업 생산성 증진과 농업인의 소득향상 등 농어촌 발전을 위해 농민들이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물과 땅을 관리하는 일을 주된 업무로 하고 있다. 깨끗한 물, 깨끗한 농토에서 품질 좋은 농산물이 나오기 때문이다.
올해 3월 취임한 김인식 사장은 40년간 농어촌분야에 몸담은 전문가로 알려져있다. 그는 한국낙농육우협회 전무, 전국농민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을 거쳐 대통령비서실 농어촌비서관, 농촌진흥청장, 경상대 교수 등을 역임했다. 김 사장은 과거 농민단체 시절 낙농자조금 정착을 통한 농축산자조금 제도 기반을 마련했다. 또 농업인의 날(11월11일)을 제정하는 등 등 굵직한 농어업 현안해결에 앞장선 장본인이기도 하다.
김인식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이 27일 전남 나주 한국농어촌공사 본사 집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농어촌공사
국정감사에서 저수지 수질 질타가 많았다. 농업용수 수질 관리가 잘 안되는 이유는.
저수지 수질 개선을 위해서는 호소관리와 상류 오염원 관리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유역면적에서 들어오는 물이 깨끗해야 깨끗한 농업용수를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상류원 오염원 증가와 기후변화에 따라 농업용수 수질관리 목표인 4등급 초과시설이 늘어나고 있다. 현재 상류 오염원 관리는 환경부와 지자체가 담당하고 있어 공사의 직접 참여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공사는 지자체와의 협업을 통해 수질개선사업을 추진 중이다. 충남 서산시 성암지구의 경우 지자체에서 상류에 하수처리장을 설치하고, 공사에서는 호내 수질개선시설을 설치했다. 그 결과 2012년 사업 준공 후 5개년 간 평균 총유기탄소량(TOC)은 4.6 ppm으로 농업용수 기준을 만족했다. 용인 기흥저수지는 올해부터 오는 2021년까지 지역 국회의·지자체·주민 등이 협력하는 민관 참여형 생태복원 모델로 추진 중이다. 사업 완료시 생활용수 수준인 3등급 수질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이 믿을 수 있는 먹거리 생산을 위해서는 깨끗한 수질 확보가 필수다. 앞으로 공사가 능동적으로 수질 관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수도법, 농어촌정비법 등 법·제도 개선에도 힘쓸 계획이다.
저수지 노후화에 따른 안전 문제는 오랜 시간 방치돼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 것 같다.
농업생산기반시설에 대한 예산은 농어촌지역의 안전에 대한 '투자'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최근 기후변화로 재난 발생빈도가 늘고 피해가 대형화되면서 과거의 홍수량을 기준으로 설계된 노후 농업기반시설의 안전관리가 시급한 상황이다. 현재 공사가 관리하고 있는 전국 3406개의 저수지 가운데 50년 이상 경과한 노후 저수지는 2470개로 전체의 73%를 차지한다. 기본적으로 노후시설 관리가 계획대로 진행되면 좋지만, 예산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기간은 더 늘어나고 그 사이에 피해도 늘어난다. 전 세계의 농업을 지배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식량안보 측면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농업 관련 예산이 깎이는 경우가 거의 없다. 단순한 유지관리를 넘어 농어촌의 안전, 더 나아가 국가적 안전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농어촌의 안전은 실생활 안전, 도시민 안전과도 밀접하게 관련이 되어있다. 이에 공사는 국회, 정부, 지자체, 지역주민이 함께 협력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해 나갈 방침이다.
기후변화가 심해지면서 농업인에게 안전한 영농환경 조성에 애로가 많은 것 같다.
공사는 농작물 침수피해를 줄이기 위해 배수갑문, 물넘이 확장으로 노후 시설물을 보강하는 개보수 사업 추진 중이다. 과거 배수사업은 전부 쌀농사를 기준이었다. 그러나 쌀 농사 기술이 개발되고 하우스가 늘어나면서 배수시설 기준도 달라져야 하지만 아직 미흡하다. 과거 홍수량을 기준으로 설계된 노후화된 시설물은 재해 위험에 크게 노출될 위험이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홍수량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삽교방조제 배수갑문 확장 등 우선적으로 대형기반시설에 대한 치수능력을 확대 중에 있다. 가뭄 상습지역에 저수지, 양수장 등 수리시설을 설치해 안전 영농기반을 구축해 나가는 다목적농촌용수 개발사업을 전국 65개 지구에서 추진 중이기도 하다. 이미 개발해 놓은 수리시설의 여유 수자원을 물 부족지역에 배분해 지역·수계간 농업용수의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는 농촌용수이용체계재편사업도 추진중이다. 또 자동 수위 계측 등 정보통신기술(ICT) 계측 정보 기반의 스마트 물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과학적인 물 관리를 통해 물 공급, 수요량에 대한 사전 예측과 재해에 대한 실시간 대비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인식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은 지난 5일 충남 당진시 삽교방조제 배수갑문 확장사업 공사현장을 찾아 안전대비 체계 및 시공 중인 시설물을 집중 점검하고 있다. 사진/한국농어촌공사
최근 청년창업농이 늘면서 '농지은행' 사업이 활발히 진행중인 것으로 안다.
경제력이 부족한 청년이 농업을 시작할 때 현장에서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은 농지를 확보하는 것이다. 공사는 농지은행을 통해 청년농들에게 농지를 지원해 영농에 진입할 수 있도록 돕고, 이후 전업농업인까지 성장할 수 있도록 단계별 맞춤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공공임대용 농지매입사업을 통해 확보한 농지를 장기로 임대해주거나, 연 1%의 저리로 매매자금을 지원해준다. 또 경영규모·영농경력이 일정 정도에 도달한 청년농에게는 농지매매사업을 통해 농지 소유 기반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난해부터 지자체에서 새롭게 선정하는 ‘청년창업농’의 안정적 영농정착을 위해 지난 9월까지 청년창업농 979명에게 876ha(1인당 0.9ha)의 농지를 지원했다. 기존 공공임대용 농지매입사업은 농지 매입단가가 낮아 충분한 면적의 농지를 확보하기 어려웠다. 매입단가를 현실화해 농지물량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고령농업인의 안정된 노후설계를 위해 도입한 '농지연금' 사업도 농민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노후 농업인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혜택과 장점이 있는 연금상품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 같다. 농지연금 가입자는 올해 9월 기준으로 누적 가입 건수가 1만4000건을 넘어섰다. 농지연금 가입율은 2.9%로 주택연금 가입율이 1.9%인 것과 비교하면 꽤 높은 수준이다. 농지연금은 농업인이 연금을 받으면 가입된 농지를 직접 경작하거나 임대해서 추가 소득을 얻을 수 있고, 공시지가 6억원이하인 농지에 대해서는 재산세 전액 감면 혜택도 제공한다. 또 농업인의 생활패턴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총 5가지 상품으로 설계됐는데, 예를 들어 일시인출형 상품을 선택하시면 목돈을 연금 총액의 30% 범위에서 수시로 꺼내 쓸 수 있다. 농지연금사업은 고령 농가의 소득 보전 효과도 내고 있다. 70세 이상 고령농가의 연간 소득 부족액이 718만원이지만 농지연금 가입자의 연평균 수령액은 1171만원으로 생활안정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에 실시한 농지연금 만족도 조사 결과를 보면 작년 신규 가입자 832명 중 87.9%가 농지연금에 만족하고 있었다. 더 많은 농업인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제도 개선에 힘쓸 계획이다.
최근 어촌까지 지역개발사업 범위를 확장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 현재까지 추진현황은
국내 바다와 관련된 토목사업은 농어촌공사만큼 앞장선 곳이 없다고 자부한다. 새만금사업이 대표적이다. 평균 파도 높이 5~6m, 33.9km 바닷길을 막은 사례는 전세계 어디에도 없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가 매년 해마다 가라앉고 있는데 여타 선진국을 제치고 농어촌 공사가 토목사업을 맞게 됐다. 우리가 가진 전문성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그동안 어촌수산분야 신규사업 발굴, 사업 참여 근거 마련을 위한 법령 제·개정 등을 통해 어촌개발, 수산기반, 해양개발 분야 사업 추진 중이다. 특히 정부에서 낙후된 어촌과 어항 인근 지역의 정주여건을 개선하고 수산업 특화, 레저관광 육성 등 지역경제 활성화 도모를 위해 추진중인 '어촌뉴딜300사업'에 적극 참여해 올해 시행되는 70개 중 9개 지구의 사업 수행중에 있다.
올해 취임 1년차 성과와 내년에 중점적으로 추진할 정책과 계획은 무엇인가.
국민의 안전, 농어촌의 희망과 미래, 지역공동체와의 상생 그리고 현장경영을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3월 취임 이후 전국 현장을 방문해 농어업인, 지역 주민들을 만났다. 아직까지는 농어촌 현장에서 느끼실 체감도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농업 생산기반 조성관리, 수자원관리, 농지은행, 지역개발 등 공사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해나감은 물론 변화에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밭기반정비사업, 농지범용화사업, 어촌뉴딜사업, 해외사업 영역 확대 등 미래 농어업, 농어촌 발전을 위한 새로운 사업도 준비중이다.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 농어촌을 든든히 지켜주고 계시는 농어업인 여러분의 노고에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도 농어업인의 다양한 요구를 정책 수행에 반영하고 적극적인 현장 경영으로 농어촌에 꼭 필요한 사업을 발굴해 나가겠다.
나주=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