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가습기살균제 참사 당시 최대 피해를 발생시킨 옥시레킷벤키저가 정부에 책임을 떠넘겨 논란이 일고 있다. 자신들의 일부 책임에 통감하면서도 가해기업 간 배상 책임의 형평성을 따지고 정부 부담을 요구하기도 했다.
박동석 옥시레킷벤키저 대표는 28일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가 주최하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 출석해 "1994년 SK케미칼이 가습기 살균제를 최초 개발하고 제조·판매했을 때, 1996년 옥시가 유사제품을 세상에 내놓았을 때 정부에서 안전한 기준을 만들고 관리감독 철저히 했다면 오늘날과 같은 참사가 일어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2011년 질병관리본부에서 가습기 살균제 문제로 인한 폐 손상이 우려된다고 발표했을 때 옥시가 법적 절차를 방어하기보다 사과하고 책임을 인정해 배상 절차에 들어갔다면, 정부기관이나 아니면 원료물질 공급에 책임있는 SK케미칼 관련 제조업체들이 진정성 있게 공동으로 배상을 위해 노력했다면 지금처럼 피해자들이 겪고 있는 아픈 고통은 현저하게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옥시의) 시장점유율은 50% 정도 밖에 되지 않는데, 피해자 구제에서 재정적인 부담은 85% 이상 지고 있다"며 배상책임의 과도함을 지적하고 나섰다. 그는 옥시를 포함해 SK케미칼과 제조업체, 정부가 공동으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도 했다. 박 대표는 "피해자 인정 기준과 관련해 정부가 주도하되,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인정기준을 합리적으로 설정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향후 피해자 치료도 정부가 건강보험으로 처리해주는 방안을 강구해주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옥시RB의 외국인 임원이 검찰 수사를 받지 않고, 본사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발생한 이후에도 계속 임원으로 채용하는 것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옥시RB 마케팅 디렉터로 근무한 거라브 제인은 검찰 출석요구에 불응하고,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고 있지만 현재 인도와 중동·아프리카 등을 총괄하는 임원이다. 최예용 특조위 부위원장이 "옥시 영국 본사의 입장은 뭐냐"고 묻자 박 대표는 "개인적인 형사사건이라 회사가 관여하고 있지 않다"고만 했다.
LG생활건강이 판매한 '119 가습기 세균제거제'의 원료인 염화벤잘코늄(BKC)의 안전성 검증 미흡에 대한 추궁도 이어졌다. LG생건이 관련성이 떨어지는 음용 시 독성 평가만 하고, 실제 제품이 사용되는 방식인 흡입독성에 대한 평가는 없었다는 것이다. 박헌영 LG생활건강 대외협력부문 상무는 "과거 연구개발 단계에서 중요한 실험 항목을 빠뜨린 것이 앞으로 관련 제품 개발하는 데 있어 상당한 교훈과 참고가 될 것"이라면서 "제품으로 국민들께 건강상 이상이 발생한 점에 대해 송구스럽고 향후 권장사항이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면 적극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28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기업분야 증인들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홍연 기자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