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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첫발을 겨우 내딛게 됐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31일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고 물적분할 안건을 상정했다. 이날 주총에는 총 주식수의 72.2% 참석, 이중 99.9%가 물적분할에 찬성했다. '메머드급' 조선사의 탄생에 조금 더 가까워진 것이다.
국내 조선업계는 어려운 위기를 보내고 있다. 오랜 경기침체 여파로 수많은 조선소가 문을 닫았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통해 중복투자 제거,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한 원가절감 효과를 기대했다. 그러나 노조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필수 절차인 물적분할에 반대했다.
노조는 물적분할로 현대중공업의 핵심 사업과 이익은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에게 돌아가고 부채는 신설 현대중공업에 몰리게 되면서 구조조정과 처우개선 및 노사관계 악화 등의 현상을 초래할 것이란 의견을 들고 나왔다.
양측의 의견이 다를 수 있으나 대화가 아닌 물리력으로 해결하려는 모습은 볼썽 사납다. 실제로 노조는 5월27일부터 주총날인 31일까지 주총장으로 알려진 울산 한마음회관을 점거했다. 그 과정에서 다수의 경찰과 사측 직원이 부상을 당했고 직원 한명은 실명 위기까지 놓였다. 한마음회관은 극장과 커피숍, 식당, 외국인학교 등으로 구성돼 있다. 노조가 주총장을 점거할 당시에는 수업중이던 학생들이 40여분 가량 건물에 갇히기도 했다.
이에 회사는 울산지방법원에 시설물보호와 원만한 주총 개최를 위해 조합원의 퇴거를 요청했다. 법원은 사측이 제기한 엄무방해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하면서 노조 측에 퇴거를 명령했다. 그러나 노조는 법원명령도 거부하고 농성을 이어갔다. 상가와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피해는 외면한 것이다.
당초 주총 개최 시각인 10시를 넘기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회사는 개최 시각을 11시10분으로, 주총장을 울산대학교 체육관으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주주와 노조, 경찰력이 한마음회관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사측이 제공한 버스를 탑승한 일부 주주는 울산대학교를 갈 수 없었다. 노조가 버스에 올라타 이동을 막았기 때문이다. 주총이 평일날 개최된 만큼 교내에는 학생 등 일반시민이 있었다. 노사간의 대립으로 경찰력과 노조들이 배치된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회사도 주총까지 노조를 설득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 조선업 불황으로 일감이 감소한 상황에서 물적분할에 따른 생존권 위협 우려도 당연하다. 하지만 장기불황에 중소형조선사와 기자재업체가 구조조정에 돌입한 가운데 자신들의 처우 개선 우려 물리적 충돌이 반복되는 건 제살 깍아먹기와 다름없다.
메가 조선사 탄생까지 국내외 결합심사 등 과제가 산적해 있으나 노조의 반발은 여전하다. 앞으로는 주총 무효화를 위해 투쟁하겠다는 입장이다. 양측은 물리적 충돌이 아닌 대화 재개를 위해 더 노력해주길 바란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