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산업은행·수출입은행에 이어 기업은행도 지방이전 이슈에 휩쓸리고 있다. 정치권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금융중심지 선정이라는 정치적 성과를 얻기 위해 국책은행 지방이전이라는 카드를 꺼내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금융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혁신성장 정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금융권 및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자유한국당 곽대훈(대구 달서갑) 의원은 중소기업은행 본점을 서울에서 대구로 이전하는 내용의 ‘중소기업은행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곽의원 측은 "중소기업 비율이 99.95%에 달하고 종사자의 97%가 중소기업에 속해 있어 기업은행의 대구이전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김상훈, 윤재옥, 추경호, 정태옥 의원 등 대구에 지역구를 둔 한국당 의원 대부분이 법안 발의에 동참했다. 이들은 중소기업은행을 대구에 유치하면 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원스톱 지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미 국회에서는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을 부산 및 전북으로 이전하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부산과 전북을 금융중심지로 키워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실제로 지난 3월 더민주 김해영 의원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내용이 담긴 '산업은행법·수출입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에 질세라 평화당 김광수 의원도 국책은행을 전북으로 이전하는 법을 발의하며 맞불을 놓았다. 부산-전북 대결구도가 민주당-평화당이라는 정당 간의 대리전으로 확대된 모습이다. 내년 총선을 의식한 것이라는 정치적 해석이 제기되는 것도 이때문이다. 금융중심지를 원하는 지역사회와 총선 유권자를 의식한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당이 뒤늦게 개입하게 되면서 국책은행 지방이전은 3파전을 이루게 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당까지 가세하게 돼 쟁점이 더욱 복잡해졌다"며 "앞으로 지방정부와 국회가 지방이전을 두고 진흙탕 싸움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국책은행이 정치적 논쟁에 휘말려 금융혁신의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국책은행을 중점으로 스타트업에 대대적인 금융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주력산업이 점차 약화되는 것을 고려해, 산업구조를 재편하는 자금도 마련하기로 했다. 특히 기업은행은 동산담보 활성화를 추진하는 등 금융혁신에 주력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모든 산업이 과도기를 겪는 지금 정책금융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며 "이런 시급한 상황에서 정치적 논쟁에 휘말려 혁신성장의 동력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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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홍 기자 g243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