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초대질량 블랙홀의 모습이 공개됐다.
한국천문연구원 등 전세계 연구기관 20여곳이 참여한 국제공동프로젝트 '사건 지평선 망원경(EHT)'은 10일 22시(한국시간) 처녀자리 은하단의 중앙에 위치한 M87 블랙홀 관측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M87 블랙홀은 지구에서 5500만 광년 떨어져 있다. 1광년은 빛이 1년 가는 거리로 약 9조4600억㎞다. 무게는 태양의 65억배다.
EHT프로젝트를 통해 10일 22시 사상 최초로 공개된 블랙홀의 처녀자리 블랙홀 M87. 사진/EHT공동연구진
블랙홀은 빛조차 탈출할 수 없는 강한 중력을 가진 천체다. 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것은 블랙홀 자체를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EHT 연구진은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으로 블랙홀의 안과 밖을 연결하는 넓은 지대인 사건의 지평선을 간접적으로 촬영했다. 블랙홀의 강한 중력은 사건의 지평선 바깥을 지나는 빛도 휘게 만드는데, 이 왜곡된 빛들이 블랙홀을 비춰 윤곽을 드러나게 했다. 어떤 물질이 사건의 지평선을 지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갈 때 일부는 격렬하게 에너지를 방출한다. 이를 관측하면 사건의 지평선 가장자리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EHT 연구진은 전 세계에 있는 고성능 전파망원경 8개를 연결해 사실상 지구 전체 규모의 거대한 가상 전파망원경을 만들었다. 지구의 자전을 이용해 합성하는 기술로 1.3㎜ 파장 대역에서 하나의 거대한 지구 규모의 망원경이 구동되는데, 이런 가상 망원경을 초장기선 전파간섭계(VLBI)라고 한다.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의 공간분해능은 파리의 카페에서 뉴욕에 있는 신문 글자를 읽을 수 있는 수준이다.
관측은 2017년 4월부터 시작됐다. 같은 시각, 서로 다른 망원경을 통해 들어온 블랙홀의 전파신호를 컴퓨터로 통합 분석해 이를 역추적하는 방식으로 블랙홀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얻었다. EHT 연구진의 원본 데이터를 최종 영상으로 바꾸는 데 필요한 분석은 독일 막스플랑크 전파천문학연구소(MPIfR)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 헤이스택 관측소에 위치한 특화된 슈퍼컴퓨터를 활용했다.
한국은 한국천문연구원 소속 연구자 등 8명이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한국이 운영하고 있는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과 동아시아우주전파관측망(EAVN)도 이번 연구에 활용됐다.
손봉원 한국천문연구원 박사는 "이번 결과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대한 궁극적인 증명이며, 그간 가정했던 블랙홀을 실제 관측해 연구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의미한다"라며 "향후 EHT의 관측에 한국의 기여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