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전 세계 태권도의 총 본산 ‘국기원’이 부정과 부패로 얼룩진 ‘부패원’ 오명을 쓰고 있단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28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는 국민체육진흥기금의 정산을 담당하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이사장 조재기)과 합동으로 지난 달 14일부터 23일까지 실시한 국기원(이사장 홍성천) 사무 및 국고 보조금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검사는 △국기원 이사회 운영 △법인 사무운영 △태권도 해외 특별심사제도 등 국기원 고유 업무와 국고보조 사업 전반에 대해 진행됐다.
이번 검사에 따르면 △국기원 원장 권한 남용 △이사회의 견제 역할 미비 △감사 기능 마비 △자격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업체와 태권도용품 수의계약 체결 △태권도 시범단 운영과 해외파견 관련 △주한외국인 태권도 교육 사업 관련 △태권도 해외 파견사범 주택수당 지급 부적정 △온라인 플랫폼 구축사업 관련 지체상금 발생 △태권도 해외 특별심사비를 현금으로 휴대해 국내 반입 등 여러 문제점이 확인됐다.
부정채용 등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오현득 국기원장이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동안 국기원은 언론과 시민단체 등에서 운영에 대해 각종 의혹을 받아왔다. 관련 민형사상 고소 고발 사건도 끊이지 않는 등 여러 가지 사회적 논란이 있어왔다. 특히 지난해 오현득 전 국기원장은 직원 부정 채용, 정치자금법 위반, 횡령 및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바 있다.
먼저 검사 결과에서 국기원은 전 사무처장 A씨와 전 사무총장 B씨가 명예-희망퇴직금 지급대상도 아니면서 퇴직금을 지급했다. 또한 국기원 퇴직금 산정액인 1억 8500여만원의 두 배 가량인 3억 7000만원을 지급했다. 이 결정은 심사위원회 개최도 없이 오현득 원장이 의장을 맡은 운영이사회 의결만으로 이뤄졌다.
특히 B씨의 경우 부정 채용 등 혐의로 퇴직금 지급 대상도 아니었지만 산정액(1억 6000여만원)보다 많은 2억원 지급이 운영이사회를 통해 의결됐다. 결국 오 원장 재량에 따라 2억 1500만원이 최종 지급됐다. 국기원은 분야별 규정과 지침 대부분에 예외사항으로 ‘원장이 정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두고 있어 원장의 재량권을 지나치게 인정하고 있단 부분도 지적됐다..
너무 많은 소송료를 지급해 온 것도 지적됐다. 국기원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47건의 소송에 휘말렸다. 이 기간 동안 소송비로만 7억 3000만원이 지급됐다. 문제는 47건의 소송 중 국기원 이사가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과 13건의 계약을 맺은 점도 지적됐다.
소송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과 소송가액은 모두 국기원장이나 사무총장이 직접 결정했고, 착수금과 성공 보수액 역시 재판 결과와 관계없이 많은 비용을 지급하도록 계약했다. 또한 비상근 임원에게 실비가 아닌 보수 성격의 활동비와 임금을 지급했고 계약 관련 규정을 위반해 수의 계약을 한 것에 대해서도 확인했다.
국기원이 2016년도부터 2017년도까지 3개국에서 4회에 걸쳐 태권도 특별심사를 실시하고 현지 사정으로 심사비를 현금(약 17만 8000달러)으로 받아 국내로 반입하면서 세관에 수입신고를 하지 않은 것도 지적됐다.
이외에 국기원이 추진하는 ‘국기원 명소화 사업 추진단’의 단장 C이사에 대한 문제점도 드러났다. ‘국기원 명소화 사업’ ‘태권도 e-스포츠 개발’ 등은 태권도법이 정한 국기원 목적사업을 벗어난 것이다. 그럼에도 국기원이 수익사업을 시행하려면 태권도법 등에 따라 주무관청인 문체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사전협의조차 없었던 것이 확인됐다.
문체부는 이번 검사 결과에 따라 국고금 환수조치를 포함해서 지적사항 27건에 대해 국기원에 조치를 요구하고, 수익사업을 위해 문체부 승인 없이 투자자와 협약(계약)을 체결한 건과 명예?희망퇴직지침을 개정하여 명예?희망퇴직 처리 및 퇴직 수당을 과다 지급한 건 등 2건에 대해서는 관련법에 따라 수사 의뢰를 할 예정이다.
문체부는 국기원에 정관과 자체 규정을 보완해 공정성을 강화하고, 재산 상황, 세입세출 결산 현황 등 법인의 주요 정보 공개를 공개하며, 자체 감사 기능도 강화하는 등 법인 운영 투명성을 높이도록 요구할 계획이다.
문체부 정책 담당자는 “이번 검사 결과 처분요구에 대한 국기원의 이행상황을 지켜본 뒤, 필요하다면 국기원이 ‘공익법인법’에 준하여 법인의 사무 및 재산 상황을 감사하고 공개하도록 관련 법령의 개정을 검토하겠다”며 “현재 국기원이 정관을 개정하고 있는데, 국기원이 세계태권도본부로서 다시 설 수 있도록 태권도계를 대상으로 공청회 등, 공론의 장을 통해 투명하고 공정한 국기원 운영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개선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