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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발목 묶은 '사법농단' 최종 책임자
사실관계 명백한데도 모르쇠, 책임회피…증거인멸 우려 심증 굳혀
입력 : 2019-01-24 오후 5:38:04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사법농단 의혹 사건 최종 핵심인물로, 헌정사상 초유의 구속 사태를 맞게 된 결정적 증거는 ‘김앤장 독대 문건’과 ‘이규진 업무수첩’으로 분석된다.
 
24일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 등에 따르면, 움직일 수 없는 이들 물증이 사법농단 의혹 연루 법관들의 진술을 뒷받침하면서 검찰은 물론 영장전담 부장판사에게 까지 작지 않은 심증을 줬다는 평가다. ‘김앤장 독대 문건’은 양 전 대법원장의 핵심 혐의인 ‘일제 강제징용 재판 개입’과 직결된다. ‘이규진 업무수첩’ 역시 주요 혐의인 ‘법관 블랙리스트’ 관리와 불법사찰 혐의에 대한 증거다.
 
검찰은 지난해 12월3일 김앤장법률사무소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김앤장은 ‘강제징용 재판’에서 전범기업인 일본 미쯔비시의 대리인이다. 검찰은 당시 압수수색에서 김앤장 소속 한상호 변호사와 양 전 대법원장이 독대사실을 뒷받침하는 문건을 확보했다. 수사팀에 따르면, 이 문건에는 한 변호사와 양 전 대법원장이 3회 이상 독대한 내용과 강제징용 재판이 전원합의체로 회부되는 과정 등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11일 첫 조사에서 이 문건을 제시했지만 양 전 대법원장은 만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재판 관련 얘기는 나눈 적 없다는 취지로 부인했다. 김앤장 측도 '미쯔비시 대리인 명단에 한 변호사는 올라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 문건에 적힌 메모 내용과 ‘독대사실’을 알고 있는 당시 법원행정처 관계자들의 진술이 모두 김앤장 측과 양 전 대법원장의 관계를 증거하면서 결국 영장전담 부장판사까지 설득시킨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양 전 대법원장은 재직시 ‘전화변론’을 막겠다며 법관과 변호사간 전화내용까지 녹음하도록 지시했다. 그런 본인이 사건 당사자를 대리하는 변호사와 직접 만났다는 것은 그 자체로 말이 안 되는 일”이라며 양 전 대법원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규진 전 법원행정처 양형위원회 상임위원(고법 부장판사)의 업무수첩에 대해서도 양 전 대법원장은 조작설을 제기했다. 그러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함께 회의에 참석했던 여러 법관들의 진술과 종합해볼 때 업무수첩 중 나오는 ‘大(대)’자는 양 전 대법원장을 가리키는 표시로, 양 전 대법원장이 사법농단 의혹을 직접 주도했다는 검찰의 주장이 더 설득력 있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국정농단 재판에 제출된 '안종범 수첩'과 같은 증거능력 시비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독대 상황'에 작성된 것이 아니라, 여러 동석자가 있는 공개적 상황에서 작성된 것이기 때문에 본격적인 본안재판 동안에도 논란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발목을 묶은 이 전 위원의 수첩은 그러나, 박병대·고영한 대법관에게는 구속위기를 피할 수 있는 열쇠가 된 것으로 보인다. 상고법원제 도입을 비롯한 이번 사건과 관련된 각 회의에서, 두 법원행정처장들은 사실상 책임이 없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주재하고 임 전 차장 등이 실무선에서 움직였기 때문에, 처장들은 말 그대로 '참석' 이외에 별 다른 의미를 갖고 있지 않다는 분석이다. 두 전 대법관의 혐의사실을 잘 아는 한 중견 변호사는 "임 전 차장이 앞서 구속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사법농단 의혹으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24일 오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민중당 관계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최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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